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도널드 덕과 끝없는 리듬/역법 체계, 천문 관측, 시간의 인식
2.에르난 코르테스와 시간 변화의 블랙홀/중앙아메리카의 고대 문화 3.운날예 혹은 풍년과 흉년/고대 마야 왕국의 흥망성쇠 4.농부 벤, 신성한 왕들, 금성 계측기/마야의 달력과 마야인의 시간관 5.오귀스트와 에릭과 모모의 회색도당들/마야 달력의 두 번째 인식 과정 |
BERND INGMAR GUTBERLET
박병화의 다른 상품
|
마야 문명 최대의 수수께끼--마야의 달력
그 신비로운 비밀을 파헤친다 마야의 역사나 마야 연구에 유혹될 만한 요소는 여럿 있다. 우림 지대에서 발견된 유적에서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지역과는 달리 수백 년간 다양하게 이용하고 파괴하고 증축한 건축물, 문자 해독을 둘러싼 우여곡절, 자부심과 긍지에 찬 도시들을 둘러싼 수수께끼, 조각상과 그림 문자, 바퀴와 철제 도구도 모르던 원시림의 민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지적 수준 등 모두가 신비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마야의 달력이 예언한 2012년 12월 21일, 인류의 멸망 이 예언은 과연 환상적인 종말론의 선동인가 과학적인 계산법인가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에 사는 온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이 카운트다운은 실제로 5,000년간 진행되어 온 것인가, 아니면 선동과 시청률에 사로잡힌 매스미디어의 조작인가? 문제의 발단은 전설적인 마야의 달력에 있다. 마야의 달력에 기록된 인류의 생존 햇수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력으로 계산하면 기원전 3114년에 시작해 이른바 13박툰 이후, 즉 2012년에 끝난다. 이 가상의 세계 멸망이라는 예언 때문에 그 시기가 임박해오면서 세계는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그리고 이미 1,000여 년 전에 찬란한 도시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민족에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석기 시대 수준의 마야 민족이, 다양한 고도의 계산법을 동원해야 하는 복잡한 역법을 만들고 천문 관측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무엇 때문에 이 열대우림 지대의 인디언들은 그토록 수많은 사건과 복잡한 연대를 돌에 새긴 것일까? 신전의 제단 위에서 잔혹하게 피를 뿌리며 희생자를 제물로 바치던 그들이 신전의 창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금성의 정확한 공전 주기를 측정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있겠는가? 재난을 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우상의 비위를 맞추던 원시적인 신앙과 고도로 발달한 수학 지식이 어떻게 병존할 수 있었는가? 거대한 천문 관측소, 특수한 지식을 지닌 천문 제관들 및 천문학자들이 마야 왕국에 넘쳐난 것을 볼 때 이러한 역법 사용은 단순히 날씨, 사혈(여기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신에게 바치기 위해 피를 뽑는 행위를 뜻함-옮긴이) 날짜, 이웃 도시에 대한 침략 날짜 따위를 알아내는 것 이상의 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마야인들은 생명의 의미나 세계의 본질과 관계된 보다 깊은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마야의역법으로 불길한 날에 해당하는 13.0.0.0.0일, 즉 지금의 그레고리우스력으로 2012년 12월 21일을 대비해야 하는 것인가? 서구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레고리우스력 지구 곳곳에서는 서양 달력의 개혁을 여러 번 시도했다 현재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력이라는 현재의 달력이 서양 달력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16세기 말 그레고리우스력이 채택된 이래 이것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져왔다. 그 이유는 달이나 해가 주율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계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세계에서 공용하는 달력이 기독교적 연대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동양사적 세계관이나 이슬람 문화권 등에서 본다면…) 그렇다면 당시 연대 계산에 착오를 일으킨 그리스도가 탄생한 해를 기원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더 세속적인 날짜를 기원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인정되면서도 세계사적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에 더 적합한 기준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지구의 탄생 시점 그러나 그것을 기준으로 하기엔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것은 너무 먼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인간의 공동체가 촌락에서 도시로, 다시 초기의 국가 형태로 발전함에 따라 달력은 종교적 목적 외에 민간 생활의 편의를 위한 용도로 기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착 생활을 하면서 인간 사이에 불평등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소유와 부는 사회적으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사냥과 채집 경제생활을 하는 공동체는 평등했고 사회적 차별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 정착 생활과 더불어 공동체는 계급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러면서 최초의 국가가 형성되었다. 바빌로니아와 중국, 이집트 또는 이후의 로마 제국처럼 매우 발달한 행정 체계와 경제 구조를 지닌 복합적인 기능의 국가에서는 법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경영과 공공 생활의 규제를 위해 믿을 수 있는 달력이 필요했다. --(본문 p.73)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달력이 이성적이고 중립적인 시간 계산 시스템이 아니라 종교와 결부되어서 정치권력을 표현하는 장치라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에 해당한다. 수세기 동안 서양 세계는 기독교가 지배했으며 교회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정치나 통치권의 행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8세기와 20세기의 혁명적 달력 개혁가들은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단순히 기독교적 연대를 폐지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달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오늘날 우리가 그레고리우스력 달력 체계에서 기독교의 색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너무도 폭넓게 세속화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고대 문명과 달리 마야의 달력 체계는 이원적이었다. 즉, 제례를 위한 달력과 백성의 생활이나 농사를 위한 달력 두 종류가 있었다는 말이다. 두 가지 달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신이 내려준 신성한 시간을 인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두 개의 달력을 병용하는 관습은 현재의 이슬람 문화권과 비슷했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도 서양의 태양력이 사회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종교 행사에서는 엄격하게 전통에 따른 태음력을 사용한다. --(본문 p.165) 권력 유지 수단으로 존재했던 마야의 달력에는 종말론을 예견하기보다는 축제일을 기록했었다 13.0.0.0.0이라는 수수께끼는 2012년의 세계 종말을 뜻하는가? 본격적으로 마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흔히 2012년 12월 21일로 알려진, 마야력의 13.0.0.0.0일에 세계가 종말을 맞이한다는 주장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문제가 마야 역사의 주된 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이 다가올수록 학자들은 공공연히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불안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게다가 메조아메리카의 다른 민족들은 세계의 많은 종교가 그렇듯이 세계 종말이라는 위협적인 기록을 문헌으로 남겨놓고 있다. 2012년 12월 21일을 불안과 불확실한 공포가 뒤섞인 가운데 맞이하는 대신 즐거운 기분으로 축제를 준비할 근거는 충분하다. 일부 사람들은 마야 달력이 보통의 달력과 마찬가지로 달력일 뿐이며,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계절과 별의 움직임과 같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한눈에 볼 수 있게 현재의 시간을 분할하고 흘러간 시간을 계산하며 앞으로 닥칠 시간을 미리 보여주는 시간의 표지판이라는 것이다. 마야인들이 그토록 정열적으로 천문 관측에 몰두한 이유를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해도 천문학에 대한 그들의 노력은 철저히 과학적인 것이었다. 현대의 과학적 잣대로 볼 때, 하늘을 향한 충동적 욕구와 그런 욕구에서 나온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결론이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마야 천문관들의 활동은 현대의 수학자와 천문학자들조차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현대 시각에서 보면 첫눈에는 필사체로 그린 도표가 진지하게 다가오지 않겠지만 천문 기록과 계산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밀했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후대에 가서는 우리가 확인했듯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었다. 정치적에서 목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당시의 천문학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근본적이고 우선적인 목표는 천문 현상과 천체의 순환 주기를 기록하여 그 추론을 바탕으로 지상의 일을 해석하는 것인데, 이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날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 제례를 올리고 언제 아이를 낳고 거래를 하며 전쟁을 치를 것인지 등 모든 지상의 일은 천문 현상의 해석에 따라 이루어졌었다. --(본문 p.243) 시간 관리와 종교, 사회 및 정치 행위는 긴밀하게 상호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달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한 민족이나 국가의 사회·정치 분야의 발전 정도가 드러난다. 달력이 그 시대의 문화에 속하기 때문이다. 달력 문화의 일부는 수천 년간 종교적 방향으로 발전해오기도 했다. 마야인의 일상생활은 너무도 종교적 색채가 강했고 현세의 모든 것을 지나치게 신화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달력이라는 도구 역시 이런 관점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창조와 파괴에 대한 종교적 관점이 달력에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마야인의 달력은 종말론적 계산을 염두에 둔 도구가 아니라 주로 당대의 시각에 맞춘 기능적 도구였다. 또 마야의 전성기에는 1,000년이나 1,500년 이후의 미래를 염두에 둘 만한 동기가 거의 없었다. 수백 년간 마야인이 발전시켜온 시간관은 현실적인 연관성과 세속적인 배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달력은 오직 종말을 알리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종말이라는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결국 종교 영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뢷듯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난무했던 것은, ‘단순한 농경민족’이 그토록 야심찬 달력을 개발하고 방대한 시간을 계산하며 천체 현상을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관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마야인이 종말론을 예견했다고 믿었던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