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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프롤로그 PROLOGUE
1 김중만 프레파스 PREFACE 이해인 행복한 말 박완서 아무도 그 여자를 길들이지 못한다 장영희 빨간 말의 힘 최인호 황금의 점선으로 정민 알 수 없는 사람 조영남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이름인가 윤후명 꽃을 바치는 마음 정호승 아기들의 미소로 그린 웃는 말 이두식 아주 자유롭고 분방한 이이화 김점선을 다시 그리워하며 이시형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신수정 오리랑, 말이랑, 나팔꽃이랑 서현숙 김점선 선생님은 그곳에서도 ...... 김용택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김수경 사랑의 꽃 나르키소스 2 이해인 김점선의 1주기에 부치는 편지 권용태 고별 - 김점선 2주기에 부쳐 3 인터뷰 언어를 타고 날아오르는 여자 · 장영희 인터뷰 위선보다는 위악 · 조영남 인터뷰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 · 최인호 4 권용태 에필로그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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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그리다
김중만(사진가) - 언제 우리 다시 만나, 쓸데없는 이야기 하나 하다 헤어지고, 몇 달 지나 또 만나 또 한 번 쓸데없는 시간 보내다 헤어지곤, 그렇게 반평생, 내 곁에서, 희멀건 웃음 띤 (아플 때에도) 못난 누나를 언제 다시 만날까? 박완서(소설가, 작고) - 나는 그 여자처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아무도 그 여자를 길들이지 못한다. 그 여자는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니까. 사다리를 놓고 대작을 그리는 것이 꿈인 김점선에게 오십견이 왔다기에 당분간은 그림을 못 그리려니 했다. 그러나 웬걸, 그 여자는 컴퓨터를 이용해 수백 점의 그림을 그렸다. 장영희(영문학 교수, 작고) - 김점선 씨는 이제껏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겉모습은 터프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하고 여리다. 겉은 씩씩하고 대범하지만 속은 섬세하고 여리다.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순하고 착하다. 겉으로는 짐짓 무관심, 모르는 척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비상하여 이 세상의 모든 지식에 해박하다. 무엇보다. 겉으로는 엄숙해보이지만 그녀는 끝없이 유쾌하고 재미있다. 김, 점, 선. 한마디로 그녀는 그녀가 그려내는 그림처럼 내 눈앞에 실체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환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저 빨간 말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최인호(소설가) - 내가 아는 화가 김점선은 황금의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야생마다 이런 미친 말이 우리의 삶을 짓밟고 다니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광란하라. 점과 선이여, 우리의 곁에서 마음껏 춤추라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 그녀는 천재였다. 보통 사람이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터져나오는 해박하고 정심한 달변에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숙연해졌다. 내가 국화 그림자놀이를 하며 놀았던 정약용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바로 카메라오브스쿠라 이야기로 맞받았다. 알렉산더 맥퀸 같은 천재의 이야기도 그다지 알려지기 전에 그녀에게서 먼저 들었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하는 표정들이 되어 모두들 그녀에게 집중하곤 했다. 동심 그 자체인 천진스런 그림과 색채는 다른 사람이 결코 흉내낼 수 없었다. 딱딱 분지르듯 단문으로 던지는 산문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모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를 알고 나서 나는 내 문장의 길이가 전과 달리 짧아졌다고 믿는다. 조영남(가수, 화가) - 내가 어떤 연유로 김점선의 친구 장영희 교수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너무 황홀한 나머지 나는 그녀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지금의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 우리는 수십 명의 축하 손님들한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나 말 못해” 하며 손을 가로젓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거부의 몸짓이 아니었다.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그런 몸짓의 의미를 통째로 알아먹을 수가 있었다. 윤후명(소설가) -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열린 김중만 사진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김점선이 말을 그리고 그림 위에 ‘세상이 아름다워서 나는 슬프다’고 쓴 글을 읽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와 나는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서로의 생일을 짚어보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있다’도 무섭고 ‘없다’도 무섭다. 바꿔 적으면 ‘세상이 아름다워서 나는 무섭다’가 될 것이다. 정호승(시인) - 선생의 글을 읽을 때도 느끼는 거지만,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선생은 자잘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참을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거대한 분노’를 나타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선생의 그 분노 속에는 항상 웃음기가 숨어 있다. 웃음이 깔려 있는 분노! 이 얼마나 멋진 분노인가. 아무래도 선생은 상식적인 삶의 형식에 매달려 사는 분은 아니다. 선생은 화가로서 가장 자유스러운 삶의 무형태를 지니고 있다. ‘형태가 없는 형태’라고 하면 제대로 된 표현일까. 이두식(화가,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장) - 예고도 없이 아내도 없는 우리 집에 불쑥 찾아와 자기 집보다 편한 자세로 밥 먹고 드러눕고 들락거리던 행동, 머리가 길어 귀찮다고 가위로 자기 머리를 쑹덩쑹덩 자르고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던 김점선. 말투는 어눌하지만 내용은 칼날 같던 그 김점선 왜 그리 빨리 떠났는가? 이이화(역사학자) - 김 화백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으면서도 늘 화제에 끼어 자기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옷차림새나 말씨에도 천의무봉 그대로였습니다. 자잘한 예의나 체면 따위는 벗어던졌다고 해도 잘못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이시형(의학박사, 세로토닌 문화 명예이사장) - 그 따뜻한 인간미,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인정가화에 메마른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당신이었습니다. 몸짓 하나에도 시가 묻어나던 장영희 교수와 함께 내겐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고이고이 길이 간직하렵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신수정(피아니스트, 전 서울대 음악대학학장)- 하느님께서 당신 계신 곳에 치장이 필요하셨나 봐요. 이렇게 일찍 불러 가신 걸 보면. 점과 선. 얼마나 화가의 이름에 어울리는지요. 이름 그대로 이 세상을 살다간 점선. 그의 그림, 그의 글들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이었던 점선. 서현숙(KBS PD) - 김점선 선생님은 누구나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고 했다. 아픈 어느 날, 김 선생님이 좋아하는 헤이리 커피숍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깜작 놀라 그림을 못 그린다는 나에게 그림은 무조건 그리면 되는 것이라 했다. 집에서 챙겨온 나무상자(명란젓 포장 상자)를 꺼내 뚜껑을 주면서 거기에 그림을 그리라고 하신다. 나무상자에요? 내가 그림을? 막막해하는 나에게 뭘 망설이냐고 그냥 그리라고……. 김용택(시인) - 지루하고 고루하고 타성에 젖은 우리들의 삶을 파괴하여 색이 다른 그림을, 색이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예술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다. 우리들이 어떤 분의 예술세계에 반하는 것은, 그의 예술성이 삶의 핵심을 꽃처럼 폭발시켜 우리들의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그 거침없는 색다른 표현이 나의 일상을 현란하게 수놓아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김수경(작가) - 나하고 그녀하고 김중만하고 제주도에서 늙어서 같이 살기로 했지. 그녀가 쓰고 있었던 김중만 이야기 ‘보그 호텔’원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보그호텔도 못 가고 제주도도 함께 못 갔다. 그러고 보면 같이 하려고 했는데 못 해본 것투성이다. 미치도록 그리운 김점선. 권용태(시인, 김점선기념사업회 회장) - 지금쯤 점선은 친동기간처럼 지내다 암도 함께 만나 떠난 장영희 교수와 살아 있을 때 무던히도 속을 썩였던 박완서 선생과도 정답게 지내고 있을까? 복닥이고 사는 우릴 내려다보며 뭐라고 크게 외칠 것만 같다. 김점선이 떠난 세상은 너무도 조용하고 삭막하다. 이 천재적인 화가 김점선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며 기리기 위해 김중만 사진작가가 캄보디아에 김점선미술학교를 설립하였다. 오직 감사할 따름이다. 김점선이 그린 사람 ◈ 장영희 인터뷰 내가 볼 때 장영희의 소아마비는 의도된 장치다. 멈추어라! 밖에 나가서 허둥지둥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부동자세로 집중해라! 온힘을 언어에 집중해라! 언어에 푹 빠져들어라! 완전히 빠져들고 나서 다시 언어를 타고 날아올라라! 육상교통시대를 거치지 않고, 바퀴시대를 건너뛰어서 항공교통시대로. 날개로 접어든 안데스산맥의 사람들처럼. 그들에게 험한 산세 그 자체가 개성이고 특성이듯이, 장영희도 우리가 보기에 불편한 몸이 그의 개성이다. ◈ 조영남 인터뷰 “나는 위악을 한다. 위선이 아니라 위악을! 그것을 최선의 전략으로 삼고 살아왔다.” 위악이라니? 위악은 뭐든 더 나쁘게 보이려고 함부로 말하고 과장한다. 인간의 결벽증, 정신적인 결벽증이 위악을 만든다! 조영남은 손을 소독하는 액체를 작업실에 두고 있다. 피부에 관한 한 그에게 결벽증이 있다는 것을 맨 처음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날 나는 알아챘다. 왜냐면 나도 똑같은 소독약을 늘 가까이 두고 사는 인간이므로. “위선할까봐 두려워서 위악적으로 크게 말해버리는 거야.” 누가 한말인지도 모르게 맴돈다. 내가 말하고 조영남이 말하고 아마 중복되어서 공중에 떠있는 말들. ◈ 최인호 인터뷰 그를 보고 있으면 인간의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무 영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용문산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요즘도 1년에 몇 센티씩은 자란다고 최인호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도 자라니까 죽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최인호는 쉬지 않고 자란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 커다란 은행나무처럼 이미 많이, 무지 많이 이루었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늘 사료를 뒤지고 공부한다. 책상 위에는 사료들이 높게 쌓여 있다. 최인호는 모임을 만들지 않는다. 무리에 끼지 않는다. 홀로 일하고 홀로 산 속을 걷는다. 문단 파벌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다. 오직 일터에서 일하고 집에서 잠잔다. 본문 수록 작가 목록 김점선[글, 그림] · 김중만[글, 사진] / 글_ 권용태(시인, 김점선기념사업회 회장) · 김수경(작가) · 김용택(시인) · 서현숙 (KBS PD) · 신수정 (피아니스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윤후명(소설가) · 이두식(화가,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장) · 이시형(의학박사?세로토닌 문화 명예이사장)·이이화(역사학자) · 이해인(수녀, 시인) ·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 정호승(시인) · 조영남(가수, 화가) · 최인호(소설가) · 장영희(영문학자, 작고) · 박완서(소설가, 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