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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천사
발터 벤야민의 죽음, 그 마지막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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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7

1부 13
2부 85
3부 155
4부 225
5부 291
6부 359

감사의 말 409

저자 소개2

브루노 아르파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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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작가. 저널리스트. 1957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나폴리대학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고, 정치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나폴리 지역지인 『일 마티노』 기자가 되었고, 1989년에는 밀라노로 건너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서 일했다. 1990년 첫 번째 소설 『이방인들』을 발표하고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상인 바구타 상을 받았다. 이후 글쓰기와 프리랜스 저널리즘에 온전히 몰두하기 위해 1998년 『라 레푸블리카』를 떠나 세 권의 소설(『잃어버린 시간』 『역사의 천사』 『우리 앞의 과거』)을 발표했다. 현재는 밀라노에 거주
이탈리아의 작가. 저널리스트.
1957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나폴리대학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고, 정치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나폴리 지역지인 『일 마티노』 기자가 되었고, 1989년에는 밀라노로 건너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서 일했다. 1990년 첫 번째 소설 『이방인들』을 발표하고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상인 바구타 상을 받았다. 이후 글쓰기와 프리랜스 저널리즘에 온전히 몰두하기 위해 1998년 『라 레푸블리카』를 떠나 세 권의 소설(『잃어버린 시간』 『역사의 천사』 『우리 앞의 과거』)을 발표했다. 현재는 밀라노에 거주하면서 번역과 소설 쓰기 및 언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몇몇 신문사와 출판사의 출판 상담역으로도 활동 중이다.
나치의 폭압이 횡행하던 1930년대 후반~1940년 벤야민의 망명 생활을 다룬 『역사의 천사』는 아르파이아의 소설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캄피엘로 문학상 후보로 선정되었고, 2006년에는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와 이탈리아 문화원의 후원하에 The Angel of History 라는 제목으로 영어권에도 소개되었다.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수학, 사회물리학, 진화생물학, 신경문화언어학, 인지와 계산, 정보 처리, 지능의 본질을 궁리한다. 『무기: 돌도끼에서 기관총까지 무기의 모든 것을 담은 무기 대백과 사전』, 『수소 폭탄 만들기』, 『역사의 천사』, 『한 혁명가의 회고록』 등을 한국어로 옮겼고,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의 놀라운 세상 모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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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470g | 140*210*30mm
ISBN13
9791187373292

출판사 리뷰

미완성 원고인 『파사겐 베르크』(『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비롯해 『베를린의 유년시절』 『일방통행로』 『독일 비애극의 원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역사철학 테제」 등 수많은 단편과 저작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20세기의 위대한 비평가 벤야민. 그는 유물론, 매체미학, 유대 신학 등 다양한 영역을 종횡하며 여러 형식의 글쓰기를 실험한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는 평생에 걸쳐 ‘추방과 망명의 삶’을 살았다. 나치의 폭압을 피해 이비사, 파리 등지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이어가던 와중에 결국 스페인의 국경 피레네산맥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것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프랑스를 탈출하던 중이었다.

파시즘에 몸서리치며 타국으로 도주해 비참한 생활을 지속하던 중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벤야민의 비극적인 생애는 독자들에게 그의 사상만큼이나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언제나 그렇듯 한 지식인의 글과 사상은 어떤 식으로든 시대와 밀접하게 호흡하고 투쟁한 결과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느 사상가와 마찬가지로 벤야민 역시 변화된 현대의 조건 속에서 지식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특히 평생 그를 괴롭힌 파시즘이라는 국가 폭력은 그의 주요한 정치철학 단편들에 매우 중요한 사유의 단초를 제공했다. 아르파이아의 소설 『역사의 천사』는 벤야민의 삶을 집요하게 조사하고 탐구한 끝에 바로 그런 고민, 삶의 막다른 골목에 내달린 벤야민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여러 외신과 작가들로부터 ‘벤야민의 삶에 대한 치밀한 탐구’라는 평을 받은 만큼,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벤야민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일련의 서사로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독자들은 벤야민의 사유와 작업이 그의 삶에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답을 얻을 수 없는 고민들을 떠안은 채 벤야민이 산책하는 파리의 음울한 거리, 식당, 좁디좁은 열악한 숙소와 작업 환경, 그런 그의 유일한 도피처라고 할 수 있을 파리 국립 도서관,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인 아드리엔 모니에의 서점과 같은 장소들이 디테일한 묘사로 되살아난다.

벤야민의 파리 연간은 그가 보들레르에 관한 원고와 끝내 미완성으로 남겨진 『파사겐 베르크』 같은 저작들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시기로, 독자들은 벤야민의 위대한 저작들이 어떤 시기적 상황과 장소에서 탄생했는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벤야민은 망명자 신세로 살아가면서도 끝까지 원고 작업에 몰두하는 집착에 가까운 결의를 보여준다. 『역사의 천사』는 소설의 형식이지만 벤야민의 사유의 궤적을 그의 삶의 과정 속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들, 즉 벤야민의 사유와 삶을 동시에 추적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우울한 지식인과 활기 넘치는 청년 투사의 조우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을 단순히 위대한 사상가로서 벤야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획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이 이야기는 ‘발터 벤야민’이라는 특별한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지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벤야민 역시 지식인이기 전에 역사적 파국의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끝없이 고뇌하며 방황하는 평범한 ‘개인’으로 다루어진다. 물론 그에게 삶을 고민하는 문제란 결국 끝없는 위기 속에서도 ‘원고’를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지 또한 나치의 추격을 피해 그것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보존해낼 수 있을지의 문제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그는 파시즘의 광풍이 심해질수록 파리 국립 도서관에 처박혀 더욱더 작업에 몰두했으며, 험난한 산맥을 통과해 국경을 넘는 위험천만한 여정 중에도 자신의 안위보다 원고 뭉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겼다.

『역사의 천사』에는 벤야민 외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스페인의 활기 넘치는 투사 라우레아노 마오호가 그 주인공으로, 청년 시절 프랑코의 독재에 저항하는 공산주의 투사로 열렬히 활동하다가 에스파냐 혁명이 패배하자 멕시코로 망명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서사는 과거 ‘피레네산맥에서 벤야민과의 만남’에 얽힌 에피소드가 궁금해 그를 찾아온 한 청년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다시 말해 이제는 노인이 된 마오호가 젊은 시절 투사로 활동하다가 피레네산맥에서 우연히 벤야민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역사의 천사』는 벤야민과 마오호 각각의 이야기를 장을 번갈아가며 풀어내다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이들의 행로를 겹치게끔 한다. 물줄기가 합쳐지듯, 따로따로 교차되다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흥미로운 대위법적 서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르파이아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을 조우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말하자면 소설은 지식인과 투사의 만남을 그리고 있는 셈인데, 이처럼 상반되는 캐릭터 그리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상이한 에너지를 극화한 것이 바로 『역사의 천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후반부에 이루어지는 찰나의 만남 역시 어떤 극적인 의미를 갖기보다도, 이들이 같은 시대를 공유하면서도 삶과 죽음을 전혀 다른 태도로 마주하고자 한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벤야민과 마오호는 서로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다른 인물이며, 그저 동시대 유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이들의 만남에 그 어떤 필연적 계기도 없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으려고 하는 마오호의 열정과 죽음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있는 벤야민의 우울한 기운은 독특하고도 흥미롭게 대비를 이룬다. 이렇듯 평행선을 그리는 두 사람의 궤적이야말로 『역사의 천사』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만큼 이들이 경험한 전쟁 또한 무척이나 다르다. 독자들은 그런 다른 경험 속에서 벤야민과 마오호로 대표되는 두 가지 삶의 방식, 태도를 마주하게 된다. 죽음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싸워서 이겨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겠다는 청년 투사의 활력과 살아 있지만 이미 죽음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우울한 지식인의 비애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천사』의 진정한 묘미는 두 서사가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느껴지는 두 인물의 독특한 삶의 리듬을 캐치해내는 데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역사의 천사』가 벤야민과 마오호 두 인물의 삶 속에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태도’이다. 나치의 폭압 및 전쟁 속에서 시시각각 죽음의 위협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국 죽음의 문제와 가까이 밀착될 수밖에 없다. 마오호가 지닌 투사의 활력이 이미 죽음을 감지한 벤야민의 절망감을 전혀 누그러뜨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오호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위기에 과감히 돌진하는 캐릭터라면, 벤야민은 자신의 삶이 어떤 면에서 충분히 죽음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고뇌한다. 『역사의 천사』는 소설의 형식으로 비참하면서도 견고한 벤야민의 일상을 그리면서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벤야민이 지내는 허름한 숙소, 파리의 치솟는 물가, 느베르에서의 수용 생활, 파리의 음울한 거리 등 도처에서 말이다. 그때마다 벤야민은 서늘한 긴장감을 느낀다.

소설에서 벤야민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것을 ‘죽음과의 조우로부터 다시금 유예를 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곤 한다. 죽음을 이미 자신에게 예정되어 있는 사건으로 여겼던 것이다. 죽음이 얼마간 유예되고 있을 뿐 머지않아 닥쳐오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국경 마을 포르부에서 자신에게 더 이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다. 자신의 죽음을 나치의 손에 넘기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한 존엄한 죽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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