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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김원일
북아트: 예술로서의 책 전시 기획의 글 김미정 저자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전시 앨리스의 대화들 앨리스의 사건들 이 세상에 없는 공간 무의미의 카오스 별난 시 악몽 같은 변신 이상한 만남들 앨리스와 달리 강연 앨리스 가이드 이강훈 살바도르 달리와 앨리스 이진숙 앨리스 번역이란 미친 과제 정병선 자유와 엄밀 최재경 그림+책+앨리스 이수지 판타지-이미지의 향연 고혜경 전시 도서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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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 굴속에 떨어짐, 커지고 작아지는 몸, 말하는 토끼와 고양이……. 누구에게나 〈앨리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겠다. 이 환상적 이야기는 끊임없이 대중 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공연과 전시 형태로 독자와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압도할 만한 이미지들과 함께.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계속 재탄생하는 이 작품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 p.30 토베 얀손은 앨리스를 무민 계곡을 여행하는 쓸쓸한 소녀로 표현했다. 가벼운 선과 음영이 드리운 흑백 일러스트는 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그와 대비되는 컬러 일러스트는 적막한 분위기에 토베 얀손 특유의 서늘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홍빛과 보랏빛, 그리고 짙푸른 하늘 아래를 나는 박쥐들의 조합은 이곳이 현실 바깥이 아닌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공간임을 역설한다. --- p.160 배리 모저는 영미 문학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프랑켄슈타인』, 『모비딕』, 『셜록 홈스의 모험』 등 영미권의 주요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앨리스』를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앨리스』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품이 아니라 일종의 악몽으로 다가왔다. 목판화로 표현된 뚜렷한 흑백 음영과 쏟아져 내리는 듯한 선은 토끼, 모자 장수, 여왕 등을 위협적인 존재로 드러낸다. --- p.206 영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랠프 스테드먼은 굴절된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그려 내며 일러스트의 영역을 확장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출간 1백 주년을 기념하는 이 책에서 그는 흑백 체스 판을 배경으로 극적이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연출한다. 루이스 캐럴의 얼굴을 한 하얀 기사, 무표정한 은행가로 변한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혓바닥이 유니언잭인 재버워키, 세일러복을 입은 사자와 유니콘 등 다양하게 비틀고 변주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p.226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한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은 마치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밀히 계산된 작업을 통해서 제작된 것이다. 그의 석판화는 한눈에 의미를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수학과 과학 기호는 수학자 루이스 캐럴을 나타내며, 그림의 구성에서 등장인물과 동물은 전체 맥락과 연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때로는 기하학적이고 때로는 추상적으로 루이스 캐럴이 만든 환상의 세계를 일러스트로 옮겨 놓았다고 하지만, 이 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 p.25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를 그리게 되었을 때, 살바도르 달리는 삶과 죽음의 양면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넘기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앨리스에게 투사한다. 비논리의 꿈속 세계와 거울 이면의 뒤집힌 세상에서 호기심을 동력으로 탐험을 지속하는 그 소녀에게 영원한 활력과 긴장을 선사한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 논리와 비논리의 경계를 허무는 이 기묘한 활력의 세계에서 앨리스는 초현실주의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 p.276 새 수학은 자유로움에서 움트며, 자유로운 예술가만이 진정한 작품을 창조한다고 생각합니다.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수학자로서, 예술가로서 자유를 맘껏 발휘했습니다. 그의 자유는 일부 수학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도 있으나 그 결과로 나온 문학 작품은 예술적인 향기를 듬뿍 담고 있습니다. 자유가 고귀한 가치를 창조했습니다. --- p.309 그림책은 얇고도 얇지만 바닥이 없는 토끼 굴 같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어린이와 어른 사이, 그리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슬쩍 벌립니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고, 이 이상한 나라를 헤매고자 하는 다 커버린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요. 앨리스처럼 〈궁금하고도 궁금하구나!〉를 외치는 창작자들은 여전히 원더랜드를 드나듭니다. 저의 이상하고도 이상한 나라 역시,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 p.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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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마리 로랑생부터
아서 래컴, 토베 얀손, 구사마 야요이까지 한 권으로 만나는 앨리스 월드 한 권의 책으로 고전 문학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나는 〈소전서가 북아트 시리즈〉. 문학과 미술의 역사에서 유의미한 자리를 차지하는 북아트 도서들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 소전서가 북아트 시리즈의 첫 책으로 『앨리스: 우리는 한때 이상한 나라에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1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널리 읽힌다는 책, 동화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면서 초현실주의의 상징적인 캐릭터가 된 작품, 바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이다. 꿈과 환상의 영역에 맞닿은 『앨리스』는 정신 분석학으로, 초현실주의로, 무의식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되며 적극적으로 연구와 인용의 대상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 작품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앨리스: 우리는 한때 이상한 나라에 있었다』는 고전 문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북아트〉를 제시한다.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마리 로랑생 등 예술계의 거장들은 이 다층적인 텍스트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각화하여 책이라는 물성에 담아냈다. 달리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주요한 상징을 부여했고, 에른스트는 직접 선별한 장면을 독창적인 판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천상의 여성들이 머무는 매혹적인 원더랜드를 보여 준 로랑생이나 그로테스크한 에너지로 『앨리스』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든 랠프 스테드먼은 『앨리스』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제시하면서 그 자체로 새로운 원더랜드를 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예술가들의 『앨리스』 북아트를 270여 컷의 사진과 도판으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영문학, 미술사학, 번역학, 수학, 신화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6인이 새롭게 쓴 에세이를 실어 『앨리스』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루이스 캐럴의 일대기와 출간 과정, 각각의 에피소드로 만나는 이야기, 북아트의 탄생 비화와 책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한 권으로 만나는 앨리스 월드〉가 펼쳐진다. 고전 문학을 이해하는 특별한 방법 『앨리스: 우리는 한때 이상한 나라에 있었다』는 〈저자〉, 〈작품〉, 〈전시〉, 〈강연〉으로 구성된다. 〈저자〉에서는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 교수인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앨리스』를 완성하는 과정과 그의 생애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 〈작품〉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각각의 에피소드로 보여 준다. 『앨리스』의 세계를 시각화한 최초의 일러스트레이터 존 테니얼의 그림을 따라 각각의 장면을 감상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파트이다. 세계적으로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예술가 26인의 『앨리스』 북아트 도서 32종을 만날 수 있다. 방대한 『앨리스』의 세계와 개성 강한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여덟 개의 키워드를 따라 『앨리스』를 새롭게 만나 본다. 부조리한 영국 사회를 작품이 지닌 광기와 에너지로 표현한 랠프 스테드먼,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일한 경험이 반영된 독특한 구도와 과감한 연출을 선보인 윌리 포가니, 무대 위의 배우들이 몸짓과 표정 언어로 드러낸 『앨리스』를 사진으로 포착한 리처드 애버던 등 각양각색의 『앨리스』에는 사회 현실과 시대 정신, 이를 관찰하는 작가들의 예술관이 고루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독창성과 예술성을 사진과 도판으로 풍성하게 보여 준다.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그림들은 눈앞에서 직접 북아트 도서를 넘겨 보고 들여다보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강연〉에는 영문학, 미술사학, 번역학, 수학, 신화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6인이 새롭게 쓴 에세이를 실었다. 『앨리스』는 작품의 독특한 특징인 논리와 말장난 때문에 어린이들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문학자 이강훈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임에도 성인들이 더 즐겨 읽는 작품인 『앨리스』에 대한 오해를 알아보고, 작품을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미술 평론가 이진숙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앨리스』가 재해석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달리가 그린 삽화에 그의 고유한 창작 방법론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이를 통해 루이스 캐럴의 원작이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다른 작가들이 그린 그림과 어떻게 차별되었는지를 알아본다. 번역가 정병선은 성경 번역 종수에 버금간다는 『앨리스』 번역의 세계를 살펴보면서, 원문의 향훈(香薰)을 느껴 보도록 안내한다. 또한 원문 텍스트를 통해『앨리스』 번역의 여러 전략을 점검해 본다.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은 작품 곳곳에 유별난 대화를 써넣었다. 이 알쏭달쏭한 말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수학자 최재경의 시선에서 『앨리스』에 담긴 수학자 캐럴의 비판적 시각과 만나 본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탐구를 이어 가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글은 북아트에 대한 관점을 넓혀 준다. 그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탄생 과정을 통해 글과 그림, 예술을 읽어 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토끼 굴 추락으로 시작되는 앨리스의 모험은 꿈 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미지가 샘솟는 세계이다. 신화학자 고혜경은 『앨리스』의 다양한 이미지에 깃든 상징을 읽어 내며, 피상 세계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내면의 깊이를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거장들의 북아트를 감상하다 보면 예술에 대한 안목과 명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북아트는 예술가들이 텍스트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하여 예술적 가치가 부여된 책이다. 이 개념은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만든 시화집 『순수와 경험의 노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9년에 그는 자신의 시와 그림을 한 레이아웃에 디자인한 뒤 직접 인쇄하고 제본한 책을 만들었는데, 한 작가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냈다는 데 북아트로서 가치가 있다. 그로부터 발전하여 아방가르드 예술가나 다다, 초현실주의 작가들도 대중적이고 확산성이 강한 매체인 책을 예술 매체로 사용했다. 『앨리스: 우리는 한때 이상한 나라에 있었다』는 북아트갤러리의 전시 구성과 콘텐츠들을 토대로 작품의 배경과 참여 작가, 예술가와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덧붙인 책이다. 전시 도록에서 나아가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하며 작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자 한다. 그리하여 문학과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예술에 대한 관점을 환기하는 계기이자 고전 문학에 대한 소양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