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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유럽통신
고종석
문학동네 199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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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Koh, Johng-Seok,高宗錫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 『서얼단상』, 『바리에떼』,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 『코드 훔치기』, 『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 『여자들』, 『히스토리아』, 『발자국』, 영어 크로키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 『기자들』, 『독고준』, 『해피 패밀리』, 소설집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여행기 『도시의 기억』, 서간집 『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 『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C'est tout)』, 『어린 왕자』를 우리 말로 옮겼다. 주저主著 『감염된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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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5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712521

책 속으로

제 아이들 방엔 큰아이가 국민학교 졸업기념으로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그땐 우리 식구가 불런서로온지 두달 밖에 안된 때여서 큰아이는 외국인 반에 있었지요. 큰아이의 반 친구 여덟명 가운데, 셋은 아랍아이이고, 둘이 흑인입니다. 그 사진을 보며 가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혹시 큰아이가 나중에 저 사진속의 흑인 여자아이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저는 이제 그럴경우의 제 반응을 알고있습니다. 저는 흔쾌히 찬성할 겁니다. 그 아이가 흑인이어서 제 3세계 사람으로서 제가 그 아이에게 가져야 할 연대의식 때문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내 큰아이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인류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흔쾌히 찬성하게 될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선택이기 때문이지요, 세계시민주의로서의 개인주의는 불순함에 대한 사랑이고, 관용에 대한 경배입니다. ...

--- p.31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그러나, 나는 소설을 쓸 수가 없다, 파리나 광주에 대한 소설만이 아니라 어떤 소설도 쓸 수가 없다는 거였어. 소설가가 되기엔 내 정신은 너무나 헐렁해. 내겐 '정신의 힘'이라는 게 결핍돼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슬프게 깨달은 거지. (P. 16)

인간 사이의 증오, 그리고 그것의 집단적 외화로서의 전쟁을 바라보면서, 저는 한두 가지 하찮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생각의 첫째는 사회 전체의 세속화의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단순한 정교분리를 넘어선 세속화 말이에요. (---) 종교들이란 대체로, 특히 그것이 일신교라면 더욱더, 관용의 원칙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합니다.

그 하찮은 생각의 둘째는, 사실 그 첫 번째 생각과 포개지며 그것을 더 확산하는 생각입니다만, 순수성 또는 순결성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 종교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모든 교조주의, 근본주의의 심리적 뿌리는 순수(결)성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순수(결)함이냐 불순함이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저는 말할 나위 없이 불순함의 편입니다. 순수함에 대한 열정, 순결함에 대한 광기는 결국 불순함에 대한 증오,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그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가져온 가공할 재해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p. 25-27)

그런데 나는 그 기록필름을 보면서 그런 근원적 페시미즘이 어떻게 생텍쥐페리 같은 사람에게는 행동주의의 모터가 되는 반면에, 예컨대 나같은 인간에게는 (나는, 어쨌든, 자신을 일종의 페시미스트로 생각하니까) 절제없는 내성과 자의식의 터전이 되는가를 생각해보기도 했어.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페시미즘은 정서나 기질이라기보다는 세계관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이성이나 이해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었어. 그 페시미즘이 예컨대 생텍쥐페리처럼 강한 기질과 결합될 때 그것은 행동주의로 나타나고, 예컨대 나처럼 여린 기질과 결합될 때 그것은 내성주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거지. (p. 113)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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