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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 Johng-Seok,高宗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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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들 방엔 큰아이가 국민학교 졸업기념으로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그땐 우리 식구가 불런서로온지 두달 밖에 안된 때여서 큰아이는 외국인 반에 있었지요. 큰아이의 반 친구 여덟명 가운데, 셋은 아랍아이이고, 둘이 흑인입니다. 그 사진을 보며 가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혹시 큰아이가 나중에 저 사진속의 흑인 여자아이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저는 이제 그럴경우의 제 반응을 알고있습니다. 저는 흔쾌히 찬성할 겁니다. 그 아이가 흑인이어서 제 3세계 사람으로서 제가 그 아이에게 가져야 할 연대의식 때문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내 큰아이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인류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흔쾌히 찬성하게 될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선택이기 때문이지요, 세계시민주의로서의 개인주의는 불순함에 대한 사랑이고, 관용에 대한 경배입니다. ... --- p.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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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그러나, 나는 소설을 쓸 수가 없다, 파리나 광주에 대한 소설만이 아니라 어떤 소설도 쓸 수가 없다는 거였어. 소설가가 되기엔 내 정신은 너무나 헐렁해. 내겐 '정신의 힘'이라는 게 결핍돼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슬프게 깨달은 거지. (P. 16)
인간 사이의 증오, 그리고 그것의 집단적 외화로서의 전쟁을 바라보면서, 저는 한두 가지 하찮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생각의 첫째는 사회 전체의 세속화의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단순한 정교분리를 넘어선 세속화 말이에요. (---) 종교들이란 대체로, 특히 그것이 일신교라면 더욱더, 관용의 원칙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합니다. 그 하찮은 생각의 둘째는, 사실 그 첫 번째 생각과 포개지며 그것을 더 확산하는 생각입니다만, 순수성 또는 순결성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 종교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모든 교조주의, 근본주의의 심리적 뿌리는 순수(결)성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순수(결)함이냐 불순함이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저는 말할 나위 없이 불순함의 편입니다. 순수함에 대한 열정, 순결함에 대한 광기는 결국 불순함에 대한 증오,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그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가져온 가공할 재해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p. 25-27) 그런데 나는 그 기록필름을 보면서 그런 근원적 페시미즘이 어떻게 생텍쥐페리 같은 사람에게는 행동주의의 모터가 되는 반면에, 예컨대 나같은 인간에게는 (나는, 어쨌든, 자신을 일종의 페시미스트로 생각하니까) 절제없는 내성과 자의식의 터전이 되는가를 생각해보기도 했어.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페시미즘은 정서나 기질이라기보다는 세계관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이성이나 이해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었어. 그 페시미즘이 예컨대 생텍쥐페리처럼 강한 기질과 결합될 때 그것은 행동주의로 나타나고, 예컨대 나처럼 여린 기질과 결합될 때 그것은 내성주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거지. (p. 113)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