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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진오
오월의 구직자 여직공 밤중에 거니는 자 행로 김강사와 T교수 가을 창랑정기 나비 봄 산울림 신경 2. 이효석 도시와 유령 노령 근해 약령기 오리온과 임금 독백 돈 수탉 성수부 성화 분녀 들 모밀꽃 필 무렵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
李孝石, 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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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필은 말없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무슨 깊은 책략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렇기로 T교수는 대체 어디서 또 그런 소리를 냄새맡아왔을까. 정말 셰파드같은 작자다. 이놈 이번에는 제 본색을 나타냈구나 하고 분개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그의 앞에 앉았는 스스끼까지도 의심스러웠다. 스스끼는 오늘 처음으로 찾아왔으면서 다른 선생한테 가서 철없이 떠들면 단번에 학교를 쫓겨날 만한 소리를 지지하게 늘어놓았으니, 그렇게까지 자기를 신용할 근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이 스스끼놈도 T교수와 한통이어서 일부러 김만필의 본심을 떠보려 온 것이나 아닐까. 이렇게 의심하기를 시작하니까 다음 모든 것이 의심이 되었다. 대체 취임식 다음날 T교수가 난데없이 스스끼 욕을 자기에게 들려주던 것부터 이상스러웠다.
--- p.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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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넓은 방 한가운데다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듬직한 회전의자 위에 가슴을 내밀고 앉아 있었다. 그 일부러 꾸민 태도는 확실히 김만필을 기다리고 있던 것에 틀림없었다. 그 전에도 김만필은 대여섯번이나 교장을 관사로 찾아간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교장의 태도는 몹시 친절한 데다가 두볼이 푹 패인 얼굴이 위엄이 없어서 제법 만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교장실에서 대하는 그는 아주 다른 사람같이 느껴졌다.
교장은 눈을 반짝반짝 날카롭게 빛내며 조그만 머리를 뒤로 젖히고 두팔을 버틴 품이 금방에 덤벼라도 들것같이 보였다. 그 너무나 굳은 과장된 표정은 자기깐에는 교장으로서의 위엄을 차린 것이겠지만 오랜 동안 속료생활을 해온 그의 경력을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어- 어서 오시오. 자 이리로-' 교장은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볼에 깊이 패인 주름살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김만필은 온몸이 오그라지는 것을 느끼며 황송해 의자에 앉았다. 교장은 조금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 '우리 학교는 처음이죠? 이왕에 오신 일이 있던가요?' '아뇨, 처음입니다.' '어때요. 누추한 곳이라서. 도무지 예산이 넉넉지 못하니까.' '천만에요. 대단히 훌륭합니다.' --- p.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