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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처마를 맞댄 집들의 지붕을 지나다 내 머리 위에서 도망가나보다 읽히지 않는 책, 몇 번을 헛짚다 머리맡에 놓는다 누군가의 안부를 떠올렸다 지운다 깡마른 안테나처럼 방 안에 누워 스스로를 수신하며 뒤척인다 이곳에 닿기 전 밤하늘에 묻혔을 안부들이 흐린 별빛으로 떠돈다
---「이곳은 난청이다」중에서 심의 끈을 길게 잡아당겼다 놓으세요 하루 종일 느슨해질 수 있어요 점점 어두워지는 눈이 오랫동안 예감을 쌓아 왔다 그건 심각한 맹목이에요 예감이 생각으로 옮아가고 확신에 찬 말을 쏟아낸다 차라리 끝까지 더듬이 언어로 말해주세요 안경 속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벗으세요 ‘보기에 좋더라’는 눈뜨기 이전의 일이에요 ---「탐문」중에서 한 방이 비워지면 감쪽같이 흘러드는 빈 몸들, 나고 들고 그 속에 오늘도 남긴 사람은 말 못할 빗장 굳게 걸어 잠그고 가벼운 작별 인사 건넬 줄 안다 등 시린 새우잠 끌어안고 꾹꾹 모래알 삼켜내며 오롯이 밝히는 밤을 안다 ---「고시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