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부부 가족 해설 | 정여울(문학평론가) 우리의 사랑은 놀이가 될 수 있을까 - 축구의 알레고리, 사랑과 결혼의 규칙을 바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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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8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2006)는 “‘나’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라는 발칙한 이야기로 출간 당시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소재의 충격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독점적 사랑과 결혼 제도의 통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 소설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연애-사랑-결혼을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와 절묘하게 결합시키면서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서사를 만들어냈다. 2008년 정윤수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다시 한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남자가 축구를 사랑하는 한 여자를 만났을 때, 그 여자와의 사랑이 축구만큼 즐겁고 축구보다 뜨거울 때, 남자는 이미 유니폼을 입고 사랑의 구장으로 돌진할 모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고. ‘아내’는 내 아내인데 ‘결혼’은 남의 것일 때, 아내의 손을 잡은 두번째 남편이 터무니없이 태연할 때, 남자는 진작 유니폼을 벗고 사랑의 잔디를 깎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기울어진 사랑을 보는 바른 자세가 기울인 몸밖에 더 있겠느냐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묻는다. 발칙한, 이상한,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까? 그런데, 사랑이 뭐지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내가 결혼했노라는 범주 밖의 속삭임(푸념이나 절규가 아닌)이 작가의 정당한 상상과 그 반추에서 파생된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선한 방식으로 사랑의 두 얼굴을 관전할 수 있다는 점이 도덕적 통념을 벗어난 박현욱표 순정을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