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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짬뽕 집
박수서
달아실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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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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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그리움이 달처럼 차올라

머우 무침
삼겹살
복숭아
새우젓
잡탕밥
내력
고독한 미식가
거짓말
해물짬뽕 집
임실슈퍼
떡볶이
바지락 술찜
양파 장아찌

2부 잠이 늦게 귀가 하시네

활주로
이연異緣
굴참나무
스리랑카 코끼리가 풀을 먹는 방법
겨울, 개
밥줄
빈방 ― 관사官舍 1
퇴근 ― 관사官舍 2
얼룩
겨울 극장
토란 ― 세월호
해가 떨어진 길에서 나는
토끼는 의외로 늦게 뛴다
슬픔에게
백야

3부 슬픔의 뿌리를 말리는 일

사마귀
땅콩꽃
장다리꽃
당귀꽃
가족
설거지
공벌레
붕어 해부
변압기
일기
탈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짖다
울다

4부 추억은 대개 허기진 거야

마흔 넷
장마
밀항
신탄역에서
퇴고
낙엽
달 다방 레지
철도원
발가락
사춘기
벌집
귀가
밤의 나그네
냄새
허튼 생각, 결코 시가 될 수 없겠지만

발문
시 맛을 아는, ‘고독한 미식가’ ― 박수서 시인의 ?해물짬뽕 집?에 가다
김형미(시인)

저자 소개 1

1974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 507호」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박쥐』 『공포백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해물짬뽕 집』 『갱년기 영애씨』를 출간했고, 사랑시집으로 『이 꽃 지고 그대 떠나도』가 있다. 시와창작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북작가회의와 서민 동인, 전주지역 극단 동ㄴㅔ에서 이미지 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무주 읍내에 작업실을 두고 오롯이 시만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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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62g | 129*200*20mm
ISBN13
9791188710058

출판사 리뷰

1
박수서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을 펴낸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요리와 맛집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지고 볶고 울다 웃고… 그렇게 한솥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며, 먹고 사는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당신과 당신의 식구에 관한 이야기며, 당신과 당신의 동료에 관한 이야기며, 당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다. 이 시집은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며 당신의 등을 토닥이는 위로겠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위로를 건네지는 않는다. 그저 밥이나 같이 하자며 무심히 한 마다 툭 던지는 거다. “여기 잡탕밥 둘!”


여기 잡탕밥 둘!

사는 게 뭐라고
그까짓 인생이 뭐라고
섞고 볶다 보면 그게 그거 아니겠어
새우의 갑옷을 벗기고,
오징어를 칼등으로 으깨고,
해삼을 능지처참하고,
전복을 비응도飛鷹島 우럭처럼 날리고,
소라의 어깨를 긁어
고추기름, 식용유, 대파, 마늘, 간장, 굴소스가
떡 하니 입 벌려 날름 밥을 받아먹고
뒹굴다 보면 잡탕밥 아니겠어
사는 일이 짬짬하고 싱거울 때
삶의 날것들을 모아 채썰기라도 하여
모아두면, 아니 이 삶과 저 삶 위에 달걀 하나 툭,
까 올려 비비고 볶아 본다면 알겠지
사는 일이 뭐라고
지지고 볶으며 날마다 날마다
잡탕밥을 짓고 있는 일이라고
- 「잡탕밥」 전문


2
박수서 시인은 시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을 통해 ‘뽕짝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보여 준 바 있다. 박제영 시인은 박수서의 시를 세상에 없는 뽕짝시라며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트로트… 흔히 뽕짝이라고 부르는 노래… 다른 장르의 노래는 몰라도 트로트를 제대로 하려면 세월이 필요하다. 세상 풍파 제대로 겪고 세상 설움 제대로 겪어야 비로소 트로트가 제 소리를 내는 법이다. 음정 박자 맞춰서 부른다고 트로트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음정은 조금 틀려도 박자는 조금 틀려도 그 소리에 모진 세월이 모진 설움이 굳은살로 박힐 때 트로트는 비로소 진짜 뽕짝이 되는 거다. 선술집 과부 주모가 동백아가씨를 뽑으면 막노동에 지친 사내들이 젓가락 두드리면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맞장구로 뽑을 때, 진짜배기 트로트는 거기에 있다. (…중략…) 서정은 서정이되 트로트만의 서정이 있는 법. 뽕짝이 될 수 있는 서정이 있는 법. 뽕짝이 될 수 있는 운과 율이 있는 법. 묘하게도 박수서의 시편들은 그런 트로트의 서정과 트로트의 운율이 도드라진다. 리듬은 빠르고 단순한데 정서는 느리고 아픈, 형식과 내용의 이율배반이다. (…중략…) 트로트와 시의 이종교배. 박수서는 이번 시집을 통해 뽕짝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시집도 그런 뽕짝시의 연장선상에 있겠다. 그러니 그의 시는 고급 식당에서 고급스럽게 읽어서는 안 된다. 그저 재래시장 어느 선술집에서 탁주 한 사발 마시고 젓가락 두드려 가면서 읽어야 제 맛이겠다.


전주에 유명한 것이 비빔밥만이 아니다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초코파이가 다가 아니다
가게 맥주 마셔 본 적 있는가
병맥주를 마시며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순도순 입방아를 찧다
명태포를 기승전결로 찢어 본 적 있는가
대가리는 숙주와 함께 탕으로 올리고
이빨이 델 만큼 뜨겁고 단단한 명태포를 씹어본 적 있는가
어느 날 씹다 만 포를 삼키다
명태보다 가시가 많고 통으로 씹기 어려운 것이 무얼까 생각하다
삶은 권태!
이것을 어찌 씹어 삼킬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라
작정하면 권태쯤 부드럽게 요리할 수 있다
당신 뚝배기에 육수 우러나면 대파 크게 썰어 넣고
권태를 아무도 모르게 한번 익혀 올려놓으면 될 일이다
- 「임실슈퍼」 전문


3
시집 해설에서 김형미 시인은 박수서 시인의 삶과 시를 일러 ‘날것’이라며 이렇게 얘기한다. “날것은 사실 싱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피를 얼마나 잘 처리했느냐에 척도가 달려 있다. 피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역한 비린내가 나서 날것으로서의 생명력을 잃는다. 역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날것만큼 안전한 음식도 드물다.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조리사여야만 다룰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박수서 시인은 시인 자신이 날것으로 살면서 삶을 보다 진지하게 비비고 볶아본 것이다. 그러기에 칼끝에서 완성되는 날것의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까. 설령 사는 일이 잡탕밥을 짓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학자들은 인류가 문명화된 것은 그 기원이 실은 불의 사용에 있다고 한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지금의 문명까지 진화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불을 얻은 인류는 ‘날것’으로서의 순수함(자연이야말로 날것 그 자체 아니던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날것’에 대한 회복이겠다.


톱밥 같은 눈이 내리는 새벽
목각 인형처럼 대합실에 앉아 있는 노인은
꾸벅꾸벅 새처럼 졸다, 기적 소리에 눈을 뜨네
그의 눈은 파란 하늘처럼 맑았으나
구름 떼가 울음을 몰고 오네
눈물이 언 땅을 녹이고
세상도 봄처럼 팔 벌려 꽃밭이 되네
원산행 기차에 몸을 실은 노인은 눈을 감고
철로의 울림에 낮게 귀를 내려 자장자장 달리네
고향의 풀, 나무, 돌, 산을 지나
새소리 우렁찬 개울가에 닿네
피라미를 잡다 무럭무럭 올라오는 밥 익는 연기에
고무신보다 먼저 집으로 달려가네
잘 익은 김치가 입안에서 아삭 아삭 꼬리짓하네
배부른 소년은 아궁이 앞에서 입 벌리고
고양이털처럼 잠드네
주먹밥처럼 폭설이 내리는 폐역에서
꽁꽁 언 저수지처럼 텅 빈 대합실에서
노인이 말 떼를 몰고 북으로
북으로 달려가네
기차가 다시 말처럼 달리네
- 「신탄역에서」 전문


4
삶은 90%의 슬픔과 괴로움을 10%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위로 받으며 간신히 버텨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 10%의 기쁨과 즐거움 속에 이 시집 한 권을 슬그머니 보태려 한다. 누군가는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에 소주 한잔으로 지친 하루를 위로 받기도 하는 법이니, 이 시집이 당신에게 소주 한잔만큼의 위로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라는 게 어쩌면 딱 그 정도의 쓸모 아니겠는가.

추천평

시를 살면서 시에 전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밥이 되지 않는 시를 붙잡고, 더 좋은 시 더 정교한 솜씨를 욕심낼 겨를을 밥은 허락하지 않는다. 의무에 시달리고 시간에 등 떠밀리면서도 시를 잊지 않고 쓴다는 것, 숙명처럼 쓰며 살아내고 있다는 것. 시여, 시인에게 더 무엇을 요구하려 하는가. “영혼은 퇴행하고 / 아픔은 진화했다”(「마흔 넷」).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갈망과 갈등, 그 무수한 비명의 틈바구니에서 무지개처럼 좋은 시가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 잠깐의 희열, 그 잠깐의 무지개에 영원을 걸기에는 시인의 영토가 너무 열악하지 않은가. 쓰러질 때까지 도망칠 수 없는 말뚝처럼 삶은 집요하고 무자비한데, 시인의 시는 이 비정한 국면들을 적나라하게 들춰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 본 것을 시에 담을 뿐 “석류꽃에 손을 뻗어 보았으나 빗물에 미끌어져 터럭 하나도 잡지 못했다 열망은 저렇듯 가까이 있으면서 멀리 있다”(「일기」).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주는 대가로 삶은 영혼을 앗아간다. 내가 누구인가 물음을 던지는 순간 빠져드는 블랙홀. 그러나 시여, 시인은 즐거운 척 노래를 부른다. 끈끈이주걱 같은 현실을 잊고 벗어나기 위해 밥을 줄이고 더욱 헌신한다. 「복숭아」, 「임실슈퍼」, 「굴참나무」, 「스리랑카 코끼리가 밥을 먹는 방법」, 「겨울, 개」, 「밥줄」, 「빈방」, 「퇴근」… 쓴다. 쓰면서 견딘다. 「일기」, 「탈고」… 멈추지 않는다. 시가 시인에게 마지막 위로를 주므로!
박수서의 시는 평야를 닮았다. 박수서는 평야의 아들이다. 바다가 가까워도 바다가 보이지 않고 산이 가까워도 산 그림자가 짙지 않은 평야의 서정. 스스로를 낮추어서 더 먼 곳을 골고루 바라보게 하는 평야의 헌신. 그 키 낮춤, 그 낮은 어울림, 그 드러나지 않는 희생의 모습을 알게 해 준다.
― 이향지(시인)

박수서의 『해물짬뽕 집』은 ‘마음을 생으로 보여 주려고 하는 시’로 가득 차 있다. 그 점에서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문법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쓸개 맛’이 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삶의 날 것들을 모아 채썰”(「잡탕밥」)고 싶어 한다. 웃음과 울음이 한 덩이로 몸을 섞고 급기야 뜨끈한 시의 잡탕밥 한 그릇 그대들 앞에 내놓는다. 그러느라 그는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몸을 뒤집으며 뒤척이”(「내력」)고 “벌레의 경(經)”(「공벌레」)을 듣는 일에 지난하다. “구더기처럼 웅크리고 울”(「사춘기」)다가 끝내는 지고지순한 젖은 눈망울이 된다. 시인에게 ‘시의 겨드랑이에 꽃 피네, 꽃 펴!’라고 말해주고 싶다.
― 유강희(시인)

박수서 시인의 『해물짬뽕 집』을 나오면서, 거 참 해물짬뽕 한 그릇 잘 비웠다 생각하며 뒤를 돌아본다. 한참 날것의 맛에 취해 문득문득 생각나는 집이 될 것임이 분명해서 가는 길을 잘 기억해두고자 한다. 마주앉아 영혼의 깊이를 나눠 갖는다는 것은, 이미 알아버린 그 맛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또한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사는 일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열려 있는 박수서 시인의 『해물짬뽕 집』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반드시 고독한 미식가가 추천하는 메뉴를 맛보고 나오기를. 속이 알알하도록 매운 국물이라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세상살이를 생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
― 김형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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