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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7
2장 59 3장 111 4장 157 5장 211 작가의 말 284 |
Yeon Sa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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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은 눈을 뗄 수 없다
시각 장애인이라는 천형을 이겨내고 도장 가게에서 시작해 캘리그래피 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른, 한 저명한 전각 장인과 그의 아들. 그들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는 30년 전 사망한 한 여인의 유골이 신시가지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며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평생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추적하기로 결심한 전각 장인의 아들 임동환과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은 그녀의 가족, 직장 동료와 접촉하며 숨겨진 진실에 접근해 간다.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가족으로서 분명히 존재했으나 이제는 그 얼굴이 지워진 채 모든 사람에게 ‘못생긴 괴물’로만 기억되고 있는 정영희.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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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로 경험하는 ‘연상호 월드’의 원형(archetype)
2003년 1인 제작으로 완성된 데뷔작 「지옥」에서부터 「돼지의 왕」, 「사이비」에 이르기까지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는 사회의 폐부를 향한 냉철한 시선이 짙게 배어 있었다. 바로 이 땅에서 우리가 모두 한 번쯤, 아니 어쩌면 많은 순간 경험했을 인간과 현실의 잔인한 속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데 주력했던 ‘연상호 월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2016년 그의 실사 영화 데뷔작이자 1100만 관객 돌파의 기록을 쓴 「부산행」에서부터였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지옥도 안에서 가족애와 희생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희망 한 줄기를 길어 올렸던 「부산행」에 이어, 후속작 「염력」에서 그는 평범한 소시민에게 하루아침에 주어진 초능력이라는 소재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이처럼 「부산행」과 「염력」이 소재(좀비, 초능력)와 장르(블록버스터, 코미디) 면에서 그의 도전을 상징한다면, 『얼굴』은 감독 스스로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들어 냈다고 공언한 바와 같이 연상호 애니메이션 특유의 암울한 현실과 신랄한 주제 의식을 만화라는 도전의 장에서 그대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 대한민국이 더 많이 가지는 것, 또는 더 많이 버는 것만을 목표로 질주하던 시기, 시각 장애라는 천형을 가진 주인공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강자에게 향해야 할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겨누고, 온 사회가 합심해서 어둠 속에 묻어 버렸던, 진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냈던 추악한 거짓이 30년 후 충격적 반전을 통해 그 맨얼굴을 드러낸다. 전 세계가 열광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에서 볼 수 있었던, 세상을 바라보는 연상호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과 결말을 본 후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특유의 뒷맛을 그대로 간직한 『얼굴』은 애니메이션 팬뿐만 아니라 「부산행」, 「염력」을 통해 그를 알게 된 사람에게도 연상호 감독의 본질을 경험하게 해 주는 작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닐 것이다. 작가의 말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즈음에 나는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있었다. 또 그즈음에 나는 지독한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또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돼지의 왕」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또 「사이비」의 작업 진행이 돼 가면 갈수록 이상하게도 나의 머릿속은 텅 비어 버리고 ‘나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불안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즈음에 떠올린 이야기가 바로 『얼굴』이었다. 몇 년 전부터 파편처럼 돌아다니던 이미지가 합쳐진 순간이었다. 그 이후 「사이비」 작업이 끝날 즈음에는 나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은 「얼굴」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은 「서울역」이었고 또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듯이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만들게 되었다. 「부산행」 이후로 2011년 즈음에 생겼던 불안증이 새로 도졌다. 그런 혼돈의 시기에 다시 들춰 본 시나리오 역시 『얼굴』이었다. 이상하게도 『얼굴』은 나의 다른 작품들과는 의미가 다른 작품이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 틀과는 가장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자유로운 작품이었다. 「부산행」 이후 차기작으로 확정이 된 「염력」의 프리 프로덕션이 끝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얼굴』을 어떻게든 세상에 내놓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얼굴』은 평소 동경하던 만화라는 형태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영화’의 문법과 ‘만화’의 문법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얼굴』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작품인가 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인 만큼 나는 이 작품에 각별한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 완성했다. 단편까지 포함해서 거의 20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 온 나에게 『얼굴』은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나 자신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20여 년 동안 게으름 부리지 않고 창작을 해 왔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 끝에서 결국은 창작자로서 무척 지친 것도 사실이다. 「부산행」의 개봉을 마치고 그 영화가 천만 명의 관객을 모았을 때 나는 창작자로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얼굴』은 평소 동경하던 창작 형태인 ‘만화’로 만들어진, 내가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이고 또 나 자신에게 최초로 주는 선물이다.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를 즐기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함께해 준 홍은표, 권현화, 연찬흠, 임지혜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8년 1월 연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