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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노트
흰색노트 회색노트 회색노트를 거꾸로 해서 그 여백에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부터 써 넣는 나만을 위한 기록 아내의 편지 작가와 작품 해설 |
Kobo Abe,あべ こうぼう,安部 公房,본명 : 아베 기미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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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치나 정신분열증 환자의 표정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통로를 막아둔 채로 있으면 결국에는 통로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자신을 일로 몰아치기로 한 것이다. 어쨌든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라도 한번 뒤집어 써보자. 우선 귀 밑의 돌기를 떼어내고 턱 아래를 느슨하게 하고 입술이 젖힌 부분을 약간 뜨게 하여 콧구멍의 튜브를 빼내면 가면은 판에서 완전히 제거되어 덜 마른 얼음주머니처럼 매끈한 막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 순서를 반대로 해서 조심스럽게 얼굴에다 겹쳐 본다. 기술적인 실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익숙한 셔츠같이 얼굴은 딱 맞게 붙었고 목에 걸린 응어리 하나가 꿀꺽하며 위속으로 넘어간 듯했다.” “좋든 싫든 간에 이것이 내가 선택한 가면이다. 수개월 동안 몇 차례나 거듭하여 만들어 본 끝에 겨우 이루어 낸 얼굴이다. 불만이 있다면 다시 내 마음대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앞으로 이 가면을 자기 얼굴이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나를 힘없이 몰아치고 있는 이 허탈감은 새로운 얼굴을 둘러싼 망설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도롱이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흐려져 가듯이 소멸되어 가는 허전함과 같은 느낌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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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어느 날 실험 중에 액체질소 폭발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정상적인 얼굴을 잃어버린다. 도저히 ‘얼굴’이라고 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덩어리’가 되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통로가 차단되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본래의 얼굴을 되찾기 위해, 나아가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타인의 얼굴’을 한 인간의 피부와 똑같은 가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완성된 가면을 쓰고 타인으로 변신하여 주인공은 자기 부인을 유혹한다. 가면이 아내를 유혹하자 타인에게 아내를 빼앗긴 느낌이 들어 질투를 하게 되고, 가면에 몸을 허용한 아내를 단죄할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이 모든 사실을 부인에게 고백하려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기록한 노트 세 권을 그의 아지트인 아파트에 남겨 놓고 부인에게 그곳으로 가도록 연락한다. 그러나 부인은 처음부터 자기를 유혹한 남자가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노트라는 형식을 빌려 전개된다. 노트는 검은색노트, 흰색노트, 회색노트 세 권으로 되어 있으며 작품의 전체 구성은 이 노트 세 권과 아내의 편지, 그리고 작품 첫 시작 부분인 ‘나’라는 주인공이 아내에게 남긴 메모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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