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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난다의 첫 에세이
아이가 태어나 세 살이 되기까지, 딸을 만나 시작된 (난다의) 또 다른 '어쿠스틱 라이프'. 자신만의 단단한 경계 안에서 살아왔지만 아이 덕분에 그 전과는 다른, '낯선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여자로서, 또 작가로서의 나날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2018.02.27.
에세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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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너와 나 사이에 선이 그어지기 시작하면서
모자 속에서 네가 나왔다 사람을 낳은 기분 걱정 마, 될 거야 옅지만 확실한 두 줄 나의 수정체 잘 지내보자, 룸메이트 임신부로 존재하기 고비 산부인과 소회 배 내밀고 걷지 말라니요 걷고 또 걸으면 까만 눈동자 속 은하계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마감과 함께 태어난 아이 60년짜리 싸움 네가 태어나 비로소 세상이 밝아졌다 수유실에서 벨이 울릴 때 아랫배에서 벌어지는 일 혼돈의 카오스 그리고 아름다운 것 강아지를 재운 밤 육아 RPG 온갖 세상의 온갖 시호들 우리는 소리 내어 웃었다 네가 모르는 시간 그래비티 세상을 처음 보는 존재와 함께 산책하는 일 첫 장화 덴데무아의 비밀 어부바 미칠 듯한 사랑과 밤의 우울과 맥주 택시 운전사 가라사대 은하계는 사라졌지만 50킬로그램 인간 vs. 11킬로그램 인간 비밀은 손가락에 펜 파괴자와 공존하기 이게 다 제목 때문이다 가르치지 않는 것 네가 모르는 시간 세 번의 아침들 완두콩이 나왔다 그렇게 주 양육자가 된다 시선들 기록하는 일, 기억하는 일 은혜로운 반찬 가게 동네 놀이터에서의 짧은 망상 라이언 레이놀즈 씨의 묘책 아는 냄새 메뚜기 떼 속에서 일하는 방법 이 아이는 사교적인 아이로 자랄 거예요 너의 보호자 어른 노릇 아기 생쥐와 즐거운 사진 수업 아이가 있는 삶은 어떤가요 엄마는 맨날맨날맨날 일해 깊은 밤 단추 괴물이 핫바가 끝날 때까지 에필로그_이야기는 아직 잔뜩 남아 있다 |
NANDA,김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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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던 가족의 형태가 셋으로 변하는 건 내게는 지각변동에 가까웠다. 흔들리는 땅 위에서 잡을 수 있는 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때로는 같이 넘어지더라도 말이다. 진동이 잦아들면, 붙잡은 손을 놓고도 즐겁게 걸을 수 있을 테니까.
--- p.79 온갖 곳의 온갖 생명에게서 시호의 얼굴을 찾아내는 습관이 생겼다. 길에서 마주치는 다른 사람의 아기에게서, 남편이 부르는 자장가 속 철모르는 딸 클레멘타인에게서(이 노래만 들으면 운다), 그림책 속 털이 부숭한 아기 새며 길고양이의 얼굴에서도. --- p.127 산책을 하다 유모차에서 잠들어버린 시호가 너무 오래 자길래, 밤에 늦게 잠들 게 걱정되어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눈을 떴을 때 달라진 풍경에 놀라지 않도록 시호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조용히 이름을 부른다. 엄마가 지금 이 순간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네가 얼마나 예쁜지 아니. 그런 따위의 마음이 온전한 형태로 시호에게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조용히 속삭인다. 태어난 날 간호사에게 안겨 나에게 왔던 때처럼, 잠에서 깨 어리둥절한 시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마치 ‘괜찮아, 세상은 너를 환영해’라고 알려주려는 듯이. --- p.130 오후에는 작은 케이크에 초를 켰다. 입으로 바람을 만들어보려 애쓰는 시호를 보며 우리는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스물하나에 나를 낳은 엄마. 내가 예뻐 팔꿈치를 물었다는 엄마. 내 결혼식 날 끝없이 울고 또 울었던 엄마. 엄마도 나를 기르며 이렇게 웃었을까. 그랬다면 조금 덜 미안할 것 같다. --- p.136 세상을 처음 보는 존재와 함께 산책하는 일은 너무나 즐겁다. 길에 떨어진 낙엽부터 솔방울, 자동차 보닛의 먼지, 벽돌 사이로 튀어나온 시멘트 자국이며 주차장에 그어진 선(시호는 꼭 바닥에 그려진 소방용이라는 글자의 ‘용’에 올라서서는 한참을 서 있곤 한다), 보도블록 틈에 낀 비비탄까지, 모든 것에 놀라워하고 모든 것에 즐거워한다. 산책할 때만큼은 울 때를 대비해 장난감이나 과자를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 p.145 성장이란 놀랍다. 눈 속에 본인만의 은하계를 가지고 있던 시호는 이제 네 살이 되어 밤마다 자기 손으로 플라네타륨을 켠 뒤 태양계 별자리를 관찰한다. 그러고는 잠자리에 누워 오늘 본 것들을 나에게 들려준다. 밖에서 주워 온 돌멩이를 내 손에 쥐어주듯.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우진이한테 내가 뽀뽀했다?” “그랬더니 우진이가 뭐래?” “우진이 입이, 빙그레 하고 웃었어.” 어둠 속에서 시호가 검지 두 개를 펴더니 빙그레 올라가는 입모양을 만들어 보여준다. “이렇게, 이렇게 입이 올라갔어.” 정말 멋진 걸 봤구나, 시호야. --- p.184~185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시호와 나는 매일 놀이터로 출근한다. 시호는 놀이터로 출발하면 100미터 앞에서부터 “친구들아 내가 간다!”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놀이터에 들어서면 “친구들아 안녕!” 하고 모두에게 인사한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도 몇 번이고 인사한다. 인사하기와 점프는 이 아이의 소울이다. 딸아이 덕분에 나와 남편은 자신의 유년기를 모조리 돌아보고 있다. 이렇게 애교 넘치는 녀석이 우리처럼 시큰둥한 어른으로 자란다니 믿을 수가 없어서다. --- p.291 집에 돌아온 시호는 내 무릎에 앉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연신 몸을 부비며 까불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휙, 목이 꺾이도록 고개를 젖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가끔 시호는 안겨 있으면서도 그렇게 엄마가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하곤 한다. 그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너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인생에 한 번쯤은 누군가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챌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 p.294~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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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카오스 그리고 아름다운 것
“온갖 곳의 온갖 생명에게서 너의 얼굴을 찾아내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 임신테스터에서 “옅지만 확실한 두 줄”을 발견하고, “모자 속에서 토끼가 튀어나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며 아이는 찾아왔다. 마감과 함께 태어난 아이는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행복을 주었지만, 육아의 현실 역시 상상하지도 못한 것이다. 험난했던 모유 수유, 남편과 발 맞춰 육아를 해나가는 것, 거기에다 만화 연재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할 일들로 넘쳐났다. 내가 직접 육아를 해보니 아기는 나에게 기쁨만을 주었다. 잘 먹고 잘 자서 매일매일 토실토실해졌고, 잠투정을 하며 우는 건 이 정도는 아기로서 해줘야지 싶을 정도로 예뻤다.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려고 누이면 아기는 아무런 의심도 두려움도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순간이면 내 몸의 빈 곳들이 따뜻한 뭔가로 꽉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기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라는 것 같았고, 그 모든 시간을 목격하는 피로와 행복이 나를 엄마로 만들어갔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남편이었다. _76~77쪽에서 지각변동에 가까웠던 아이의 등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을 찾아갔고,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알아가며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느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처럼 “행복하면 너무 행복했고 힘들면 너무 힘들었던” 초보 엄마는 이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아이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아이가 없던 시절도 여전히 그립지만 누구 앞에서보다 아름답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 하나, 나의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시호가 카메라를 들고 진지한 몸짓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면 나도 재빨리 자리를 잡고 시호를 쳐다본다. 시호가 사진을 찍어줄 때 짓는 내 표정은, 다른 사람이 찍어줄 때와는 좀 다른 얼굴이 된다. 아주 부드럽고 아주 즐겁게 웃는다. 사진에 남겨진 내 얼굴도 언제나 (거의) 마음에 든다. 자연스럽게 웃어보려다 실패하고 마는 내 사진이 나는 늘 싫었다. 왜일까. 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시호에게 다시 한 번 셔터 위치를 알려주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깨달았다. 나는 카메라를 향해 웃는 게 아니라 시호를 향해 웃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시호가 귀여워서 마구 웃었다. 누구의 카메라 앞에서도 나는 그렇게 웃을 수가 없는 것이다. _310쪽에서 기록하는 일, 기억하는 일 "너를 만난 뒤 세상을 수선하는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 자신만의 단단한 경계 안에서 살아왔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그 전과는 다른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작가는 이제는 아이, 남편과 함께 이인삼각 발맞추기를 해나가고 있다. 아이와의 삶 속에서 끝없이 흔들리면서도 아이도, 자신도 잃어버리지 않는 기분 좋은 줄타기를 하는 중. 아기와 생활하게 되면서 행복을 캐치하는 나의 뜰채가 더 커졌음을 느낀다. 잠자는 아기의 뜨끈한 정수리와 땀 냄새, 양 볼에 눌려 벌어진 부리처럼 뾰족한 입, 동그란 뺨의 곡선, 발바닥에 조르르 달라붙은 완두콩 오형제를 손가락으로 조심히 쓸어보는 감촉은 어떻고. 아기가 없던 예전과는 종류가 다른,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문명적 행복 대 원시적 행복.(아기 발등의 도톰함만으로도 행복해진다니 원시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문명인으로서의 행복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_126~127쪽에서 작가는 아이를 만나면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제야 세상의 약자들을 눈여겨보며 세상의 친절 총량을 높여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며 새롭게 태어나게 된 엄마. 그런 만큼 『거의 정반대의 행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 스토리다. “천둥과 번개와 색종이의 나날” 같은 아이를 키우는 일, 이제는 아이가 너무 빨리 자라버리는 거 같아 눈물이 날 만큼 아쉽지만 작가는 아이의 나이를 세어보며 안도한다. 아직 이야기는 잔뜩 남아 있으니까. 이를 지켜보는 독자 역시 자신의 인생을 꼽아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