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Kirsten Boie
키어스텐 보이에의 다른 상품
전은경의 다른 상품
|
사람이 죽을 때마다 사망확인서가 필요하다면 촌장님은 은랑가노에 상주해야 한다. 마을과 시셀웨니 언덕 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사람들이 죽으니까. “예전에 이런 마을에서는 사망확인서 없이 죽었단다.” 촌장님이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종이 한 장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그래서 툴라니는 이제 더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 p.12 날 용서해 다오. 세상에는 말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단다. 하지만 손토, 이제 내가 곧 떠나야 하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와 함께 진실도 떠날 테니까. 그러면 그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이 되어 버리겠지. 그러니 누군가 알아야 한단다. 손토, 이제 네가 아는 거야 --- p.32 “병은 나를 노리지 않아!” 폴릴레가 단호하게 말한다. 그 병이 잘 웃고 잘 뛰고 인형에게 음식을 먹일 때면 키스를 퍼붓는 소녀를 침범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손토가 밤에 깔개를 깔아주면, 아직 힘이 많이 남아서 자려고 하지 않는 쾌활한 어린아이를. 그러나 페페니도 잘 웃었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둘은 미로쉐니로 가야 한다. 손토는 그러겠다고 엄마에게 약속했다. 이제 알아야 한다. “나는 엄마의 아름다운 딸이야.” 폴릴레가 말한다. “언니, 언니도 아름다운 딸이야?” --- p.40 주님은 룽길레가 그걸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준 건지도 모른다. 야부가 학교에 가려면 자기가 그것 말고는 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룽길레는 맛사파 트럭 휴게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짧은 치마와 좁은 바지, 꽉 끼는 셔츠를 입은 여자아이들 옆에 있는 자기 자신이 추하게 느껴졌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본다. 눈 화장을 하지 않았고, 언덕 마을에서 누구나 하듯 아주 짧게 자른 머리카락. 룽길레는 지저분하고 맨발에 낡은 옷을 입은 자기 같은 여자아이를 아무도 원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사랑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봉지를 집는다. --- p.68 불길은 할머니를 계속 삼킨다. 이제 머리카락을, 머리에 쓴 수건을, 눈썹을. 할머니가 바닥에서 뒹군다. 불 옆에서 뒹군다. 물통이 없다. 시포가 잡을 물통이. 아무것도 없다. 불뿐이다. 할머니가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른다. 불길 속에 있는 할머니는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불에 타는 짐 꾸러미가 바닥에서 울부짖었다. --- p.83 |
|
** 2014 청소년 독자 심사 위원 표창 (AUT) **
2014 가톨릭 아동 및 청소년 도서상 2014 올해의 LUCHS상 수상 (ZEIT / Radio Bremen) 2013/10 LeseLotse (저널, 추천 목록) 2013/10 이달의 LUCHS상 수상 (ZEIT / Radio Bremen) ★ “작가의 데뷔 소설 제목은 《파울레는 행운 제조기》인데, 파울레뿐 아니라 키어스텐 보이에 또한 독일 아동문학의 행운 제조기다.” 《북부독일방송 NDR》 미화하지 않아 더 충격적인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왜 가만히 있는, 자기네들끼리 잘살고 있는 검은 대륙에 칼 든 백주강도처럼 쳐들어가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노예로 삼고, 파괴했던 것일까? 아프리카가 우리네가 마음껏 뜯어먹고 버려도 괜찮은 고기였던 것일까? 아니면 대체 맘대로 싸질러놓고 도망가도 되는 공중 화장실였을까? 우리 인류에게 아프리카는 정말 뭐였을까? 이 책을 보면 그런 의문이 절로 고개를 들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어찌 보면 아프리카 대륙이야 말로 가장 미투(#MeToo)할 지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독일의 작가 키어스텐 보이에가 주목하고 이렇게 조용히, 꾸미지 않고 그려낸 대륙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도 동생 아부의 신발을 사러갔던 룽길레가 생각난다. 스와질란드의 어린 소년 룽길레에게는 예전 우리네 집안을 책임지고 공장으로 갔던 우리 누이가 오버랩되고……사람이 미치도록 미안해지게 만든다. 룽길레도 우리네 딸처럼 처음에는 몸을 파는 일을 피한다. 하지만 신발을 사야, 그 산 신발을 신고 동생 아부가 학교에 가야, 교육을 받아야 집안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고, 집안 형편이 좀은 달라질 수 있기에, 스와질란드 국왕이 어린이 노동을 금하기에 어린이가,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 파는 일밖에 없기에, 그럴 수밖에 없기에……몸을 팔러갔던 이야기다. 우리나라 옛날 영화에 나왔던 ‘영자의 전성시대’가 생각나는 것은 나뿐일까? 그리고 에이즈 걸린 엄마가 딸 손토에게 써내려간, 집안의 역사를 담은 엄마의 책은 또 어떠한가? 누가 에이즈 걸리고 싶겠는가? 어떤 엄마가 딸에게 집안의 유래를 책에 담는 상황을 맞이하고 싶겠는가? 외할아버지 동생에게 성폭행 당해 에이즈에 걸려 아버지가 죽고, 엄마가 죽는다. 엄마는 빨리 룽길레가 검진을 받고, 혹시나 잘못해서 병에 걸렸으면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고……외할아버지 동생이 잘못한 것이라고……너희는 빨리 검사를 받고 완치해야 된다고 한다. 이것은 장녀 룽길레에게만 쓰는 책이 아니고, 아들 폴릴레와 막내딸 브헤키에게도 쓰는 책이라고. 말로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엄마는 죽어야 하고 딸은 살아남아야 하기에, 진실까지 엄마 자신이 가져갈 수 없기에 쓰는 책이라고. 도대체 아프리카는 언제 어디서 꼬였기에 이런 인생들의 이야기밖에 없는 것일까? 이 책에는 21세기 인공지능(AI)이, 사물인터넷(IoT)이 우리네 현실을 지배하게 된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묵직한 울림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누구도 줄 수 없다. 스와질란드 어린이 12만 명은 최소한 부모 한쪽을 잃었고, 그중 대다수는 양친을 모두 잃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감염된 사람들이 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많다. 언제나 아버지들이 먼저 몸이 마르고 약해지다가 결국은 엄마들의 손에 의해 땅에 묻힌다. 그 뒤 엄마의 무덤 앞엔 아이들이 남아있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할머니와 함께 산다. 그러면 손위도 여전히 아이지만, 그 아이가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동생들을 위해 돈을 벌고 음식을 구하고,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 네 편의 글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휠체어도, 몇 푼의 에말랑게니도, 파란 눈의 백인 의사도 아닌, 바로 부모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