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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프롤로그 | 옛날 일기를 읽다가 느낀 것 1부 낭만이란 무엇인가 / 상견례 / 대청소 / 새벽에 깨다 / 치매 /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 청첩장 모임에 다녀오다 / 번아웃 / 고양이, 멀리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 시답잖은 생활 /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하여 / 불면증 / 아버지 2부 팝콘꽃 : 2월 어느 날의 일기 / 사랑에 빠지는 순서 / 겨울에 사랑하기 / 중력이 너무 커서 나는 정말 어지러워 / 바짝 깎은 손톱 / 열대야 / 앵무새 / 변덕 / 헤어지는 중입니다 / 외로운 티 / 지배자 / 좋은 연애 / 고요하게 살고 싶다 : 다시 1월 어느 날의 기록 3부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 그때 우린 행복보다 불행을 원했다 / 인형의 권력 / 혼잣말 같은 연애 / 고슴도치의 사랑 / 나도 오랜 시간 잔잔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지 4부 타자기에 손을 얹다 / 사랑이라는 단어 / 가을 냄새를 맡다 / 양갱과 소주 토닉 / 생리통 / 외출이 싫은 날들 / 샤워 / 명절 일기 / 애견기1 / 애견기2 / 장거리 달리기 / 외할이버지 댁 / 괜히 전화했나 / 자취인의 겨울 5부 일상적인 문장이 힘을 잃는다 / 덜 부끄러우려면 용기를 내야 해 / 아버지의 이력서 / 어린이날 / 학교에서 배운 것 / 오프라인 / 비행기 모드 / 페친 정리 / 친구의 사랑 / 상실에 대하여 / 목숨길 / 빈둥대는 삶에 대하여 / 지하철 2호선 / 9학기 대학생 / 종이접기 아저씨 / 오늘을 산다 / 오키나와에서 너에게 쓴 편 |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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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작은시편 『순간의 꽃』 출간
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은 신작 시집 『순간의 꽃』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처럼, 이번 시집에는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나온다. 시편들은 마치 ‘순간의 꽃’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꽃송이와도 같아 별도의 제목도 붙어 있지 않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파리 한 마리, 눈송이 등등 매순간의 삼라만상에서 시인은 전체에 대한 직관과 통찰을 드러내며 삶의 무궁한 비의와 마주선다. 굳이 선시집(禪詩集)이라고 하지 않고 ‘작은시편’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도 드러나듯, 시인은 선(禪)에 의한 시의 무화(無化)를 스스로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침없이 순간의 꽃들을 터뜨리고 있다. 말해지는 순간, 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달라붙는 경지 “해가 진다/내 소원 하나/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서시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위의 짧은 시에는 다듬고 치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원시언어로 다시 귀환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이 녹아 있다. 이렇게 첫 장을 장식한 이 시집의 언어는 시인 이문재씨의 지적처럼 “현실과의 시차가 거의 없다. 말해지는 순간 세계가 나타나고, 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들러붙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4월 30일/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이런 날/무슨 사랑이겠는가/무슨 미움이겠는가” “두 거지가/얻은 밥 나눠먹고 있다//초승달 힘차게 빛나고 있다” 시인의 눈에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 송이의 꽃이 피는 그 잠시잠깐의 시간에도, 슬몃 부는 바람과 같이 미세한 움직임에도 시인의 언어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시인은 시집 뒤에 붙인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혹시 나에게는 시무(詩巫)가 있어 여느 때는 멍청해 있다가 번개 쳐 무당 기운을 받으면 느닷없이 작두날 딛고 모진 춤을 추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하며 시인생활 47년을 되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당 기운”에서 벗어나 날마다 새로 쓰기 시작한 작은 시편들이 시인에게는 “유일한 수행” 역할을 해준 셈이었다. “한쪽 날개가 없어진/파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오늘 하루도 다 가고 있다” “노를 젓다가/노를 놓쳐버렸다//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저쪽/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볼품없음이/그대 임이겠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그러면서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 앞에 놓인 시의 길을 모색한다. “이제까지 건너가는 사막마다 그래도 척박한 행로 중에 오아시스는 있어주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나는 시의 길을 아득히 간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때문에 이문재 시인은 “어린이가 늙은이 속에 자꾸자꾸 태어난다. 참다운 빈 몸이다. 무죄다”라며 이번 시집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고은 선생의 새 시집 『순간의 꽃』은 일종의 선(禪)시집이다. 제목도 없는 단장(斷章)들을 죽 잇대놓은 이 시집은 시인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툰 감응과 깨달음의 정화(精華), 그 순정한 관찰록이다. 그래서 이 시집이 열어놓은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 보면, 알음알이에 골몰하다 지식의 포로가 되어버린 우리 같은 지해종도도 찰나찰나로 사는 일이 곧 몰록몰록 수행의 길이라는 점을 종이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최원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