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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거들/인플루엔자/이사/지진/어머니의 날/탁구/절전/장수풍뎅이/흰머리/마흔다섯 살/후쿠시마/수신인/닭찜/라오스/동창회/꽃가루 알레르기/낫/간병/육아/하카타 라면/가설 주택/치키타/누나/우표/오페라/후기/문고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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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ko Sakai,さかい じゅんこ,酒井 順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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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들을 갖게 되었다. 속옷 매장에 진열된 거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것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무시하고는 했었는데, 솔직히 최근에는 내 처진 엉덩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거들」중에서
이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던가. 그리고 이렇게 순수한 그녀도 이십 년 후에는 나처럼 되어버리는 걸까? ---「인플루엔자」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새 스마트폰을 조작해본다. 액정 화면을 손가락으로 쓰윽 문지르고 있자니 나 자신이 마치 앞선 인간으로 느껴져 자랑스럽게 계속해서 문질러본다. ---「이사」중에서 향을 피우면서 마음속으로 중얼중얼 속내를 털어놓는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보다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머니의 날」중에서 몹시 긴장된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이다. 그랬다, 나는 그런 ‘첫 경험’에 굉장히 서툰 사람이었다. ---「탁구」중에서 흰머리용 마스카를 들고 계산대 앞에서니 조금 부끄러웠다. 계산대 직원은 그 상품을 부끄러운 상품으로 생각하고 종이 봉지에 넣어줄까? 아니, 흰머리는 그리 부끄러운 게 아니다. ---「흰머리」중에서 몇 살이 되건 생일을 맞는 나이는 ‘태어나 처음’이다. 마흔다섯 살도 내겐 처음 겪는 일.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이 되기 오 년 전부터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마흔다섯 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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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만 늘어날 뿐
여전히 서툰 중년입니다만”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며 중년의 절반은 스스로 최면을 건다. 삼십이 넘어 사십이 되면 속절없이 매겨지는 나이가 애꿎다. 누군가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질문을 받으면 다섯 살 아래 낮춰 그쯤 언저리라고 답하기도 한다. 아재나 아지매라는 호칭이 표상하듯 ‘나이 듦’ ‘중년’이 내풍기는 시큼하고 무심한 이미지 탓이리라. 사카이 준코는 나이 먹어가는 것에 대한 통상적인 편견을 거부한다.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당당히 인정하며 중년기 역시 화창한 청춘일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반환점을 돈 두 번째 청춘이라고나 할까. 처음으로 입어보는 거들, 처음으로 앓아본 큰 병, 첫 해외여행, 첫 이사, 첫 오페라 관람, 처음으로 시도하는 운동… 원숙해진 만큼 모든 일에 능숙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생경하고 서툰 나날 속에서 그녀는 중년만이 겪을 수 있는 첫 경험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나이가 주는 무게감, 최고 연장자라는 딱지에 아랑곳없이 ‘나 그래도, 꽤 잘하지 않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생이 가져다주는 낯선 순간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통쾌하게 대변해 온 작가, ‘사카이 준코’가 돌아왔다! 사회의 보수적인 여성관을 통쾌하게 폭로하고 30대 여성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사카이 준코. 전작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에서 30대를 지나 40대의 경험과 변화를 고스란히 통과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내어 국내 중년 독자층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 『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에서는 좀 더 자신의 일상에 집중해 40대를 지나 50대, 무르익은 중년의 삶을 낱낱이 드러낸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이가 있든 없든 중년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사카이 준코는 중년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자립에 대한 압박, 노화에 따른 심정적인 좌절감, 젊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대해 섬세한 통찰력으로 진단한다. 삼자의 입장이 아닌, 그녀가 직접 맞닥뜨린 중년의 경험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공감의 농도가 한층 더 짙어졌다. 거기에 사카이 준코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깃든 일상 노하우로, 과감히 지난 청춘을 떠나보내는 법, 중년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등을 유쾌하게, 리얼하게 전수해준다. 모든 것이 낯설고, 그래서 모든 것이 서툴지만, “나 그래도, 꽤 잘하지 않아?” 중년의 위기는 시작 지점도 끝 지점도 보이지 않는 불안에서 온다. 청춘과 노년 사이에 굴러들어 온 돌처럼 어중간하게 위치한 나이대, 중년. 사카이 준코는 노화를 발견해도 못 본 척해야 하고 늘 아름다움을 걱정하며, 자신이 뒤처질까 눈치 보는 이 시대 중년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좀 더 당당해지라고 용기를 북돋는다. 누군가 ‘흰머리가 늘어난 거 아냐?’라고 물어도 ‘이 나이에 당연한 일이잖아!’ 웃으며 대꾸하면 되는 것이다. 사카이 준코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동안 미녀’보다 스스로 당당하며, 아랫사람이 따를 만한 믿음직스러운 ‘누나’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녀에게 중년이란 불안한 위기가 아닌 저 멀리 인생의 끝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반환점과 같다. 차분히 걸어온 길을 곱씹으며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도 커져가는 그녀의 중년.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기다리며 오늘도 맛있게 첫 하루를 먹어간다. 어린 시절, 중년이라는 나이대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기건 놀라지 않고, 모든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중년이 되어보니 처음으로 접하는 사물에 일일이 감탄하고, 당황해하고, 또한 기뻐하거나 슬퍼하기도 합니다. 중년은 중년이라는 상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존재이고, 가까스로 중년에 익숙해졌을 즈음에는 다시 노년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까요? _서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