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별들의 들판 / 해설(방민호) / 작가의 말
|
孔枝泳
공지영의 다른 상품
|
「빈 들의 속삭임―베를린 사람들1」은 전남편이 양육하고 있는 아이를 만나려고 베를린에서 뉴질랜드까지 먼 여행을 떠나온 최유정이라는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와 헤어져 독일로 떠나 그곳에서 독일인과 결혼하고 내과의가 되었다.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여 이혼을 선택한 최유정은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결단을 했지만 엄마로서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실어증에 걸린 아이를 만나는 절절한 순간이 주인공 내면의 움직임과 함께 섬세하게 그려졌다.
「네게 강 같은 평화―베를린 사람들2」는 주인공 최영명 기자가 베를린에서 임수경 방북에 연루된 까닭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촌형 수명을 이십년 만에 만나는 이야기다. 이념의 시대가 지나간 후 성당에서 잡역부로 일하는 사촌형 수명은 생활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최영명은 유수한 신문사 기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자기의 위선과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고뇌한다. 두 사람은 다른 상황에 있으나 모두 환멸과 상실의 삶을 살아간다. 「귓가에 남은 음성―베를린 사람들3」은 5공화국 말기에 함께 운동을 하던 친구에게 보내는 서간체 소설이다.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화자 ‘진수’는 은사의 부탁을 받고 라체부르크라는 도시로 가서 광주의 진상을 세상에 알렸던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나고 돌아온다. ‘진수’는 왕년의 운동권이지만 지금은 현실의 대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삶을 “B급 좌파”의 그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 그는 광주민중항쟁을 최초로 세계에 알린 힌츠페터에 관한 다큐멘터리 테이프를 힌츠페터와 그 동지들에게 직접 독일어로 통역해주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젊음을 뒤흔들어놓았던 광주의 기억과 대면하면서 회한에 사로잡히게 된다. 힌츠페터는 한국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낯선 도시 광주와 서울과 토오꾜오를 오갔으며 그후 한국의 시위현장을 취재하다가 목과 척추가 부러지는 치명상까지 입고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그러고도 죽어서 광주에 묻히기를 희망하는 힌츠페터의 치열한 이력이 주인공의 편지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읽는 이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광주의 기억을 다시 오늘의 삶으로 생생하게 호명하면서 “탁류에 몸을 실어 허우적거리는 유다적인 인물”(방민호)의 육성으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솜씨가 빼어나다. 「네게 강 같은 평화」 「귓가에 남은 음성」 모두 사회변혁을 위해 애쓰던 사람들의 과거의 열정, 이상을 잃고 피로에 지친 현재의 아픔이라는 모티프를 갖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작가 스스로가 속한 세대(386세대)의 목소리를 전한다. 문학평론가 정홍수가 지적하였듯 이러한 “소설의 우둔한 진정성은 다들 떠난 곳에서, 혼자 뒤에 남아 기꺼이 시대착오를 견디며 상처의 딱지와 고름, 생살을 동시에 감싸안으려는 천진한 천사의 눈, 그것을 닮았기 때문”이고 이 두 작품도 그러한 전형성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성을 옹호하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문학적 감성으로 읽는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 다가가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공지영 특유의 솜씨는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다. 「섬―베를린 사람들4」는 가난한 유학생의 아내 서영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녀와 관련 있는 두 사람이 각기 베를린과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즈음에 세상을 떠난다는 사연을 다루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은 서울 신촌의 ‘섬’이란 까페의 여주인으로 서영이 대학시절부터 오래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다. 인생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서영은 십일년째 독일에 머물면서 무기력하게 현재를 소진하는 자기와 남편의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열쇠―베를린 사람들5」의 주인공은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미진과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신학을 공부하러 온 신부 미카엘이다. 미진은 미카엘 신부를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독한인들의 삶의 디테일이 독자에게 전해진다. 광부•간호사로 독일에 왔던 부모의 삶과 이민 1세대/2세대의 갈등 위로 민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미진의 삶이 교차한다. 한편 독일 청년과의 사이에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를 한 미진의 아픔, 남편의 거듭되는 외도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화가 강문자의 갈등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투시하는 작가의 예리한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별들의 들판―베를린 사람들6」은 표제작이며 여기 실린 연작 중 가장 분량이 긴 중편이다. 여주인공 수연은 아버지를 여의고 실연의 상처까지 안고 베를린으로 온다. 죽은 어머니의 흔적과 쌍둥이 여동생 나연을 찾기 위해서이다. 수연은 얼마 전까지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버지가 왜 어머니와 헤어졌고 어떤 사연으로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었는지 알지 못했고, 자기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연은 어머니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어머니 명숙이 자유분방한 기질의 소유자로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자기의 인생을 관철해간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을 사랑하고 가족을 아꼈지만 질곡 많은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그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수연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힘을 얻는다. 한층 성숙한 경지에 접어든 작가의 역량이 배어 있는 이 소설이 우리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
|
공지영의 소설은 상처 위에 바르는 빨간약 같다. 빈 들에 서서 나직이 속삭이는 사랑의 다짐에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마음 아픈 사람들의 곧 터져나올 듯한 울음도 알뜰히 어루만져준다. 얼핏 들으면 아주 작고 아무것도 아닌 듯싶은 사소한 목소리들이 메마른 우리 가슴 한쪽을 이토록 뭉클하게 하다니! 폭풍우 치는 세상에서 온몸으로 비를 맞아온 사람, 용서하게 해달라고 조용히 울고 있는 연인, 서로를 다시 만나야 하는 어머니와 딸…… 소설 속 인물들이 현실 바깥으로 걸어나와 우리의 지친 어깨를 가만가만 주물러주는 느낌이다. - 안도현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