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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가와이 하야오 씨와 나눈 기적 같은 대화 / 6
첫째 날 밤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속에 사는 것 / 11 1. 사회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가? / 13 2. 한신 대지진과 마음의 상처 / 22 3. 언어적 표현과 이미지로서의 투영 / 27 4. 「인생 상담」란에 비친 미묘한 해답의 차이 / 33 5. 소설가가 되고 나서 깜짝 놀란 것 / 36 6. 개인과 개성, 그리고 개인주의 / 44 7. 한국과 중국의 독자들이 원하는 단절된 삶 / 48 8. 걸프전에 대한 일본의 교활성과 애매성 / 55 9. 『상실의 시대』와 전환점이 된 『태엽 감는 새』 / 63 10. 소설이 자기 자신보다 앞서 가고 있다는 감각 / 70 11. 결혼과 ‘우물 파기’ / 74 12. 결혼은 고통을 자초하는 건가? / 81 둘째 날 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 89 1. 신체와 정신의 상관관계 / 91 2. 작품과 작가의 관계 / 101 3. 이야기 속에 담긴 결합하는 힘 / 107 4. 인과 법칙을 넘어서 / 111 5. 치유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 / 119 6. 개성과 보편성의 차이 / 126 7. 종교와 심리치료 / 132 8. 노몬한에서 있었던 일 / 136 9. 폭력성과 작품 속의 표현 문제 / 144 10. 일본 사회 속 폭력의 심각성 / 149 11. 고통과 자연 / 155 12.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 159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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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라는 인간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외부와 가장 효과적으로 관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또한 확실합니다. 아직 제 나름대로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답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라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바람은, 지금 하고 있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 일이 그 해답을 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하루키) --- p.18
현재의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의 본보기로 무라카미 씨가 해온 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체제에 반대하는 반항이 아니라 ‘거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길을 개척해 자기 나름대로의 문학 스타일, 생활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것’입니다. 거기서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거죠. 도식적으로 생각한 반항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져 쉽게 식습니다. ‘자기 나름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모두 바쳐 헌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탄생하는 겁니다.(하야오) --- p.41 한국인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가족에서 자신의 동일성을 인식하는, 말하자면 ‘패밀리 에고family ego’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은 개인과 개인이 관계와 그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온 서양의 개인주의와는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패밀리 에고 밖으로 나오면 그때는 정말로 에고이즘이 되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요?(하야오) --- p.53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전체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일단 쓴다는 행위 자체에 빠져 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끝에 가서 용케 결말을 낸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프로 글쟁이니까요. 결말은 반드시 냅니다. 거기에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있는 거죠.(하루키) --- p.65 결국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타인이 메워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리고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혼 생활이란 그런 냉엄한 상호 사상寫像, 지각 또는 사고에 의하여 과거의 대상이 의식에 다시 나타나는 상태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 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무튼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입니다.(하루키) --- p.78 한 가지 확인해 두고 싶은 것은 부족함 그 자체는(혹은 아파하는 것은) 인간에게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표현하려고 할 때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당연하며 이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요. 어떻게든 그것을 메워나가려고 합니다. 그 행위에 결과적으로 객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하루키) --- p.102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형태로 표현할지, 어떤 형태로 살아갈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나는 그것이 개성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개성이 겉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중략) 그래서 어떤 사람은 바다 속으로 잠수할 수밖에 없고, 어떤 사람은 산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고, 또 어떤 사람은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하야오) --- p.114 인간은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지만, 가장 근본에 있는 것은 결국 죽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인간만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매우 일찍부터 알고 있으므로, 그 사실을 자신의 인생관 속에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병을 앓는 것입니다. 이 점을 잊고 있는 사람은 마치 병들지 않은 듯이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죽음은 사실 줄곧 인생의 과제로 남아 있지요.(하야오) ---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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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하야오 씨와 나눈 기적 같은 대화
가와이 씨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늘 감탄하게 된다. 그는 결코 자신의 생각대로 상대를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의 생각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 예를 들면 내가 그때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를(혹은 내 작품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말은 아예 꺼내지 않고 작품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시사하여 결과적으로는 나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게 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럼으로써 은연중에 나를 많이 격려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론가라기보다는 실천가 타입의 사람이며 작가이다. 때문에 전문적인 ‘실천가’로서의 가와이 씨의 자세에 공감이 가는 점이 많았다. 특히 가와이 씨의 빠른 사고방식의 전환과 초점을 하나로 정했을 때의 예리한 의식의 집중력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줄곧 감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