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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자라는 교실 _구자행
1부 학교 가는 길 매화차로 여는 아침 시간 _이승희 맨손으로 학교에 오기 _노미화 모두 행복한 입학식 _김경해 종현이 시험지 _박선미 한심한 1학년 선생 _정인숙 3월, 힘들고 행복하다 _박소양 봄나물 만나러 가자! _이승희 함께 하는 공부의 달콤함 _전명주 자기소개 하는 시간 _김은주 지도 보고 우리 집에 오세요 _김숙미 체육 시간 _박선미 청소 일기 _이데레사 여름방학이 끝나 갈 무렵에 하는 일 _이기주 안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안 할 줄 아는 자유도 있다 _탁동철 2부 작은 학교 이야기 작은 학교 이야기 _이승희 고천분교 일기 1 _강삼영 고천분교 일기 2 _강삼영 고천분교 일기 3 _강삼영 고천분교 일기 4 _강삼영 고천분교 일기 5 _이광우 고천분교 일기 6 _강삼영 고천분교 일기 7 _이광우 3부 몸으로 만나는 교실 숲속 교실에서 읽은 『비 오는 날』 _김숙미 교실에서 주고받는 상 _윤태규 학급 재판 _윤태규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_이호철 씨앗 모으고 나누기 _김종욱 내 손으로 놀잇감 만들어 놀기 _강승숙 빼빼로데이에 우리 아이들이 해낸 일 _김숙미 가정방문과 아이들 모시기 _주중식 우리 반 아이들 _김광견 교사, 부끄러움을 견디는 사람들 _신수진 꼴찌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_권보리 9년 만에 다시 만든 문집 이야기 _이승희 4부 이야기꽃이 피어난 자리 엄마 브라자 _이승희 글쓰기로 들여다본 민준이 마음 _정인숙 성현이 마음이 온통 시구나 _김숙미 현지야, 힘내 _김광견 우리 반 아이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 _조민영 말대꾸를 마음껏 하는 아이가 자신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 _박문희 함께 가는 길, 아름다운 길 - 경쟁은 없다 _주순영 서러운 아이들 _김경해 학교 땡땡이치고 노니 재밌더나? _김숙미 크리스마스 선물 _이데레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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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모습 좀 봐. 운동장에도, 나무들에게도, 저 아파트에도 내리는구나. 어? 교실 안으로 안개까지 들어오네?”
그래, 오늘은 너희가 뭐라고 해도 비 오는 모습을 느껴 보고 싶다. 우산을 받쳐 들고 저 운동장으로 함께 내려가 비를 맞아도 좋을 텐데. 히야아, 이 가을에 장대비가 쏟아지는구나. 아이들이 창가에 붙어 손도 내밀어 보고 가만히 보고 있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했지. 내일은 함께 《비 오는 날》 그림책을 읽어야겠구나. 아! 그런데 다음 날 눈을 뜨니 하늘이 새파랗다. ‘어쩜 저리 깨끗하노.’ 머리를 잔뜩 젖히며 학교로 왔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아이들 몸으로, 책상으로 들어온다. 키 큰 미루나무 잎들이 햇살에 팔랑팔랑 반짝인다. “야들아, 저기 봐라. 저 미루나무 잎, 깨끗한 공기, 하늘, 이 냄새. 아, 안 되겠다. 얘들아, 밖에 나가자.” “와!” 그림책을 옆에 끼고 아이들이랑 운동장에 내려갔다. 축축한 운동장을 지나 ‘숲속 교실’로 갔다. 아이들 얼굴이 맑다. 아침 햇살과 함께 막 웃는다. ---「숲속 교실에서 읽은 《비 오는 날》」중에서 점심 먹고 벚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현우하고 구구단을 외웠다. 내가 “이일은 이” 하면 현우가 “이이는 사”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5단까지 했다. 처음 하는 구구셈이라서 현우가 아직 어려워한다. 현우는 학원도 안 다니고 학습지도 안 한다. 내가 공부 시간에 가르치는 것이 처음 듣는 거고 처음 배우는 거다. 현우하고 공부할 때면 가끔 소리도 지르지만 재미있다. 시내에서 아이들하고 공부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작은 것 하나하나 일러 주고 확인해야 한다. 2시쯤 돼서 다른 애들은 이광우 선생하고 바위솔이라는 풀을 찾으러 희원이 집에 가고 현우하고 나는 그늘에 앉아 꽃밭에 심었던 조를 털면서 재미있게 구구단을 외웠다. ---「고천분교 일기 2」중에서 [즐거운 생활]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 크레파스도 필요 없고 물감이 없어도 된다. 그냥 도화지만 한 장씩 내주었다. 그리고는 밖에 나가 꽃잎과 풀잎을 따 오라고 했다. 나팔꽃, 해바라기, 장미꽃, 코스모스, 무궁화 이렇게 따 와서는 우선 꽃잎으로 꽃을 그렸다. 나팔꽃을 도화지 위에 놓고 손바닥으로 꼭 찍으니 꽃 모양이 아슬아슬, 보라색 나팔꽃이 찍힌다. 다른 꽃은 물기가 많지 않아 잘 안 된다. 그래서 조그맣게 접어서 꼭꼭 찍어 나갔다. 노란 꽃도 생기고 분홍 꽃도 생긴다. 다음에는 풀잎으로 줄기도 그리고 잎도 그렸다. 아이들 도화지에 나팔꽃도 있고, 코스모스도 있고, 해바라기도 있다. 희원이가 풀잎을 도화지에 막 문지르니 시원한 풀밭이 생겼다. 일용이도 하고 현우도 했다. 복도에다 걸었다. 다 하고 남은 것은 동화책 사이사이에 끼워서 눌러놨다. 다 마르면 이번에는 그걸 요리조리 붙여서 또 해 봐야지. 이제 나뭇잎이 빨갛게 노랗게 물이 들면 그것도 주워 잘 말려서 이것저것 해 봐야겠다. ---「고천분교 일기 2」중에서 “김민호, 박민호, 잘 왔다. 학교 땡땡이치고 노니 재밌더나?” “……아니요.” “박민호, 너 어제 엄마한테 꾸중 많이 들었구나. 눈이 퉁퉁 부은 걸 보니.” “예.” “김민호, 아버지가 걱정 많이 한 거 알지?” “예.” “일기장 내고 아침 공부 할 준비하거라.” 자리로 돌아가는 걸 보고 아이들이 써 온 일기를 보고 있었다. 좀 있으니 두 민호가 일기장을 들고 온다. 학교 가지 않아서 (동백초등 5학년 박민호) 엄마가 화가 나서 내 다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다리가 벌겋게 붓고 멍이 들었다. 엄마는 “이제 그러지 마.” 하시고 밥을 채려 주었다. 나는 밥을 훌떡훌떡 먹고 잤다. 아빠 (동백초등 5학년 김민호) 오늘 학교에 안 갔다. 그래서 저녁에 살짝 들어갔다. 아빠가 나한테 할 말 없냐고 했다. 그래서 들켰나 보다고 학교에 안 갔다고 말했다. 아빠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밥 먹어라” 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박민호, 김민호 시 맛보기 (동백초등 5학년 이가연) 선생님이 김민호, 박민호 시를 들려주시며 이야기하신다. 우리 반 애들 눈이 꼭 눈물 흘린 눈 같다. 우린 지금 서로 통하고 있다. ---「학교 땡땡이치고 노니 재밌더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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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줄 수는 없지만 길을 보여 주는 이야기
『교사 열전』은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교사들이 펼치는 교실 이야기이다. 2013년에 나온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를 새롭게 정리해서 펴냈는데, 교실 장면들을 상황이나 주제에 맞게 정리해서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1부는 3월 처음 아이들을 만날 때부터 여름방학 때까지 봄, 여름 계절도 느껴 보고 함께 청소 일기도 쓰면서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는 이야기들이고, 2부는 작은 학교 이야기로 식구처럼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풍경 사진처럼 펼쳐진다. 3부는 2학기 때 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을 모았고 4부는 아이들이 이야기하고 시 쓰면서 자기 마음을 풀어내는 모습을 담았다. 글을 쓴 교사들은 모두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인데, 아이들 마음을 풀어 주는 글쓰기를 꾸준하게 해 왔고, 교사 스스로도 교실 일기를 쓰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이 책에 실은 글은 1983년부터 2011년까지 다달이 펴낸 회보에서 가려 뽑은 교실 일기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경험이 있고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물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이나 힘든 아이들 곁에서 지친 선생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선생님들에게 속 시원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길을 보여 줄 수는 있지 않을까. 아이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들 덕분에 웃게 되는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선생님들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마음속에서 따스한 온기가 살아나면 다시 길이 보이지 않을까. 햇볕 한 줌, 바람 한 점 우리가 신나면 어디든 교실이야! “선생님, 우리 집 여기서 보여요. 저어기요.” 자기가 그린 그림지도를 들고 선생님이랑 동무들이랑 골목길을 내달리는 아이들. “비키 바라, 나도 좀 보자.” 풀이 송긋송긋 고개 내미는 봄날, 시멘트 틈새에 핀 냉이꽃 보느라 땅바닥에 납죽 엎드리는 아이들. 비 오는 날 그림책 옆에 끼고 촉촉한 운동장 한쪽에서 그림책 읽고, 학교 앞 시냇가에서 돌멩이 쌓으며 미술 놀이 하고, 가을엔 씨앗 모으며 공부하고, 동무들끼리 칭찬 상장 주고받으며 즐거운 곳. 학교 땡땡이치고 놀다 와서도 이야기 나누고 시 쓰며 마음 풀어내는 곳. 교실에서, 골목길에서, 들판에서 아이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건드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와 학원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모든 게 시들해진 아이들, 그 아이들 엉덩이가 들썩인다. 비에, 작은 꽃 한 송이에 흠뻑 빠져 시를 쓰기도 한다. 무언가에 빠져 보는 그 설레는 경험은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