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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is Arm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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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해준 책보다 더 귀중한 게 어디 있겠는가? 다 함께 나누는 숨죽인 대화, 경시돼왔던 책들을 발견하라는 부추김, 여행으로의 초대, 외딴 곳과 섬의 고통에 없어서는 안 될 위안.(‘서문’, p.16)
사실 보상이라는 문제는 애초부터 논외일 수밖에 없었다. 질문을 받는 작가들 사이에 서열을 전혀 두지 않는 기획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작가들 중 누구도 내게 보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서문’, p.18) 무지무지 두꺼운 책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 전집, 『돈키호테』, 몽테뉴의 『수상록』을 가져가겠다. 저런, 셋 다 동시대인 아닌가! 좋은 시절이었다!(폴 오스터, p.33) 나는 책을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 야자술을 증류하는 편이 더 좋다! 어쨌든, 나는 미스터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절대적 걸작인 카뮈Albert Camus의 『이방인L’Etranger』, 그리고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가져갈 것이다.(J. G. 밸러드, pp.33~34) 로빈슨 크루소만큼 오래 있어야 한다면 우리 집 서재에 있는 책 5만 권이 필요할 터다. 딱 잘라서, 전화번호부로 하겠다. 그 많은 이름들을 보며 무한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 테니까.(움베르토 에코, p.73) 『몬테크리스토 백작Le Comte de Monte-Cristo』, 제임스 존스의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와 『달려오는 사람들Some Came Running』. 왜냐하면 기니까.(제임스 엘로이, p.77)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리처드 플래너건, p.82) 소심한 인간인 만큼, 나는 분명 네 권째의 책을 몰래 숨겨 갈 것 같다.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 안내서를.(히라노 게이치로, p.106) 나는 자연의 고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든 난파에는 결국 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페터 회, p.108) 진지하게 대답해야 한다면, 아주 우스운 책 세 권, 문학을 통틀어 가장 유쾌한 책들을 가져가겠다. 라블레 전집, 하셰크Jaroslav Ha?ek의 『용감한 병사 슈베이크Osudy dobreho vojaka ?vejka za sv?tove valky』, 카프카의 첫 소설 『아메리카Amerika』.(밀란 쿤데라, pp.127~128) 이렇게 고약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스핑크스가 틀림없다.(아멜리 노통브, p.172)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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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놀이’의 탄생 배경
저자 프랑수아 아르마네는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서문’에서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을 밝히고 있다. 아르마네는 휴가가 다가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곤 했다면서, 2003년 미국의 소설가 제이 매키너니를 만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당시 매키너니는 발자크의 『사촌 베트』를 골랐는데, 훗날 아르마네는 앙드레 지드가 1913년에 쓴 글을 통해 지드도 그 책을 골랐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는 이러한 “친화력”에 관심이 끌렸다고 고백한다. “신비의 책, 비밀의 암호, 근 백 년의 간격을 둔 은밀한 교신?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pp.5~6) 저자에 따르면 앙드레 지드가 『누벨르뷔프랑세즈』 1913년 4월호에 쓴 “……한 프랑스 소설 열 권은?”이라는 제목의 이 글이 사실상 ‘무인도 놀이’를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드가 고른 책은 아홉 권뿐이었고, 그럼으로써 그는 본의 아니게 나머지 한 권을 고르는 수고를 독자들에게 맡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문학의 영속적인 움직임이자, 앞으로 나올 책이 앞서 나온 걸작들에서 양분을 취하는 근친상간적 카니발리즘을 드러내는 계시적인 누락”(p.8)이라고 말한다. 『사촌 베트』를 고른 매키너니의 대답을 시작으로, 저자는 당시 몸담고 있던 『르누벨옵세르바퇴르』에서 같은 내용의 설문을 진행해서 얻은 80인 작가들의 대답에, 100명이 넘는 또 다른 작가들의 대답을 추가하여 책을 완성했다. “시대와 대륙을 초월한 장기간의 문학 여행, 21세기 교양인의 이상적 서재를 이루려는 시도이자 난파 시 생존 안내서인 이 여행은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갔다.”(p.17) 아르마네의 ‘서문’에 이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를 시작으로(알파벳순) 작가들이 보낸 답변이 펼쳐진다. 작가들이 무인도에 가져갈 책 세 권과 그 선택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펼쳐놓으면, 그에 대한 예우로 저자 아르마네가 해당 작가의 생몰년과 출생·사망지, 그의 대표작 1~3권을 덧붙인 구성이다. 작가들의 답변 끝에 날짜를 기록한 이유는 그날그날 답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답변을 보내고 책이 만들어지기 전에 사망한 작가들도 있으며, 움베르토 에코나 미셸 투르니에처럼 2015년 원서가 출간된 이후에 작고한 작가들의 사망 연월과 사망 장소는 이번에 번역본을 내면서 새로 써 넣은 것이다. 저자가 작가들에게 제안한 규칙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전 세계 작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명시했다. “참여를 수락하신다면 이 질문에 마음껏, 자유롭게 대답해주십시오. 간결해도 되고, 선택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도 됩니다.”(p.18) 분량 제시도 없었다. 다만 “의례적으로 이 질문은 ‘『성경』과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 선택하라는 의미입니다”(p.18)라고 추신했으나, 서양 문화와 영미 문학의 원천인 만큼 많은 작가들이 『성경』과 셰익스피어를 선택했다. 그 외에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천일야화』, 『돈키호테』, 『안나 카레니나』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작들이 있고, 시대적으로는 고전 작가들이 현대 작가들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유럽인이 엮은 책인 만큼 아시아보다는 유럽 작가와 책이 많고 그래서 서양의 고전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장자』나 소동파 시집 같은 아시아의 고전도 종종 보인다. 이 책들은 작가가 표현한바 “소설은 시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며 소설의 독자층은 나귀 가죽처럼 줄어들어 한 줌의 저항군만이 남게 될 거라 예견하는 이 힘든 시대의 전투적인”(p.19) 걸작들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바치는 이상적 도서관 왜 하필 무인도일까? 『오디세이』,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 등 여러 문학작품에서 ‘무인도’는 신비로운 낙원, 은둔 또는 유배의 상징, 혹은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무인도에서 죽다 살아나거나, 수십 년 동안 고립되거나, 광기에 휩싸인다. 무인도라는 공간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도 많다. 무인도는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고, 그곳에의 고립은 말 그대로 그 문학적 원천을 찾는 모험이다. 그렇다면 ‘왜 세 권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보르헤스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2001년 12월 3일, 보르헤스의 미발표 자필 원고 경매가 열렸다. 그날 카스티야어로 빽빽하게 쓴 세 페이지의 원고가 발견됐는데, 그 글에서 보르헤스가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수리 철학 서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같은 형이상학 책 한 권, 플루타르크나 기번 혹은 타키투스의 역사서 한 권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외의 선택을 통해 보르헤스가 새로운 해석의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이상적인 서재라는 유혹을 일깨우는 세 가지 테마, 세 가지 분야.”(p.13) 저자의 물음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작가들의 답변은 그들의 성향과 문체만큼이나 다양하다. 조이스 캐럴 오츠처럼 간결한 답변(“한 권이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있고, 노르웨이의 소설가 퍼 페터슨처럼 그 자신이 고른 책과 관련한 개인적인 일화를 길게 풀어놓은 답변도 있다. 또 책을 고르는 대신, 책이나 설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작가들도 있다(후이 티엡: “책이라고? 무인도에서? 뭐 하러?”, 미셸 우엘벡: “나는 설문조사에는 절대 답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소설가 로디 도일은 “무인도에 떨어질 때를 대비해”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일부러 읽지 않았다고 말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그가 쓴 책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작가가 어떤 책을 골랐느냐도 흥미로운 주제겠지만, 분명 그 선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이 책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은 움베르토 에코, 밀란 쿤데라, 오에 겐자부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 책 쓰기를 삶으로 하는 이들이 엄선해서 세운 도서관으로의 초대장이다. 또한 문학과 예술의 바다에서 조난당했거나 조난당하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생존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