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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속이 불편하였다. 이제 덕호를 만나 뭐라고 말할 것이 난처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리저리 궁리해 보며 혹은, ‘이 원만 받았다고 속일까? 그리고 나중에 내 돈으로 슬그머니 갚더라도……. 그래도 속이느니보다는 바로 말을 해야지, 주인님도 사람이지, 그 말을 다 하면 설마한들 잘못했다고 할까?
그렇지는 않겠지.’ 이렇게 속으로 다투나, 두 가지가 다 시원치를 않았다. 누가 곁에 있으면 물어라도 보고 싶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침내 속이기로 결정하고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였다. --- p.61 동시에 그것이 참일까, 그가 나를 공부시키겠다고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지? 그 말이 참일까? 영감님이 술 취한 김에 되는 대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온가지 의문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불을 켜고 목화송이를 고르기 시작하였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흰 목화송이가 치마 앞에 모일수록 그의 생각도 이 목화송이와 같이 덮이고 또 덮여, 어느 것부터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떡허누? 참말이라면 나는 서울을 가 볼까. 그래서 옥점과 같이 학교에도 다니고, 그러면 그 수놓는 것도 배우게 될 터이지! 하였다. --- p.181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자기만은 이 동네의 농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부쩍 든다. 덕호로 말하면 이 면의 어른인 면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치던 밭을 그에게서 떼지 않았는가? 응! 나는 그때 그 구루마를 깨친 것이 법에 걸리었기 때문이라지. 법, 법……. 오늘 군수 영감이 말씀한 것도 역시 내가 행하지 않으면 법에 걸리게 될 터이지. 그러나 오늘에 부칠 밭이 없는데 거름은 만들어 두면 뭘 하나? 그 법……. 날이 갈수록 이 법에 대하여 점점 더 의문의 실뭉치가 그의 가슴을 안타깝게 보챈다. --- p.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