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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나갈까 말까 하고 망설일 때마다 문득 그의 머리에는 간난이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가 어디라던가? 가서 돈벌이를 잘한다지. 편지나 좀 할 줄 알면 해 보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 그의 발길은 어느덧 간난네 집을 향하여 옮겨졌다. 그는 몇 번이나 간난의 소식을 알고자 달밤이면 이렇게 찾아오곤 하였다. 그러면서도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자 밖으로 어슬어슬 돌아가다가는 에라 후일 알지, 간난 어머니라도 나를 수상히 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돌아서 오곤 하였다. 그때마다 그는 ‘간난아!’ 이렇게 목이 메어 입속으로 부르면서, 그와 자기가 어려서 놀던 생각을 하였다. --- p.81
잉여 노동의 착취! 그는 벽을 바라보며 입속으로 되풀이하였다. 그의 입속에서 돌아가는 잉여 노동이란, 그 얼마나 무게가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섞여 있는 까닭에, 아니 그들의 피와 땀의 결정물인 까닭에 그렇게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절실히 느꼈다. 이렇게 무게가 있고 깊이가 있는 잉여 노동을, 말하기 좋아하는 자칭 논객들과 자칭 민중의 지도자들은, 아무 무게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세거리로 한 술어로밖에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 p.130 이튿날 아침 기숙사에서는 무슨 큰일을 만난 듯하였다. 간난이와 함께 있던 여공들은 감독이 불러다가 위협을 하다 하다가 나중에는 때리기까지 했단 말이 돌았다. 그래서 이 모퉁이를 가도 수군수군, 저 모퉁이를 가도 수군수군하였다. 선비는 감독이 그를 부를 터이지 하고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일이 손에 붙지를 않고 툭하면 실이 끊어지곤 하였다. 평시에 간난이와 친하던 동무며, 간난의 방 옆에 있는 여공들까지 다 불러가나, 웬일인지 선비는 부르지 않았다. --- p.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