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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Grin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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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죽이기도 해요?”
아버지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반군들과 군인들, 양쪽 모두 여럿이 죽었지.” 파스칼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하지만 다들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반군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들이 원하는 걸 얻으려 해. 그리고 군인들은…… 원래 그게 군인이 해야 할 일이잖니. 자, 우리는 이제 울타리를 손볼까?” 파스칼이 정말로 궁금했던 건 반군이 마을까지 쳐들어올지,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묻지 않아도 곧 답을 알 수 있었다. 울타리를 다 고치고 나자, 아버지가 전날 집에 가져온 널빤지들로 오두막 문 양옆에 방어벽을 두른 것이다. --- pp.52-53 “이 콩들, 이게 다 돈다발이야. 카카오 콩이 초콜릿으로 변하고,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돈을 주고 초콜릿을 사 먹지. 그 돈이 다 모이면 어마어마할걸? 돈은 곧 자유를 말해. 문제는,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는 거지. 돈이 없으면, 자유도 없어.” 코조가 돌멩이 하나를 휙 던지며 말했다. “언젠간 나도 돈을 잔뜩 벌 거야.” --- p.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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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의 가슴 아픈 현실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의 삶을 생생히 전하는 수작! “누구 죽여 본 적 있어?” 잠 못 들고 뒤척이던 파스칼의 귓가로 날아든 섬뜩한 질문. 온종일 카카오 열매를 따고 껍질을 쪼개는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파스칼은 깊이 잠들지 못한다. 오늘 밤엔 이 서늘한 물음 탓에 악몽을 꿀 것만 같다.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벌써 반응하기 시작했으니까……. 수년 전, 파스칼은 여느 아이들처럼 축구공을 차고 학교에 다니고 영어를 배웠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서 전쟁은 남의 일처럼만 느껴졌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숲 속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급기야 온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고 마는데……. 그동안 파스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니의 작은 마을 출신인 파스칼이 어떤 사연으로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까지 오게 됐을까? 파스칼은 농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뜨거운 햇볕 아래 매일 같이 계속되는 노동에서, 작업 감독 ‘돼지 마왕’이 휘두르는 모진 채찍질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슴을 옥죄는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탈출해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아이들…… 누가 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 갔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파스칼과 코조는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한다. 온종일 카카오 열매를 따고 껍질을 가르지만, 돌아오는 대가는 묽은 죽과 비좁은 잠자리뿐이다. 누가 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 갔을까? 이 책은 자립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아프리카 극빈국들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일터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지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파스칼과 코조가 견뎌야 하는 하루하루는 고달프고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파스칼은 초콜릿을 만드는 데 쓰이는 카카오 콩을 파내느라 두 손이 온전할 때가 없지만, 정작 초콜릿의 달콤함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앓아누운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러 온 코조는 작업 감독의 매서운 채찍질과 멸시를 묵묵히 견뎌 낸다. 꿈꿀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거친 환경 속에서 파스칼과 코조는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지은이 샐리 그린들리는 이들도 고작 열두세 살의 어린이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가난한 나라의 유일무이한 자랑거리인 축구 영웅 ‘드로그바’를 칭송하고, 자기들끼리 별명을 붙이고 놀려 대며 키득거리고, 언젠가는 학교에 가기를 꿈꾸는 그 모습이 세계 여느 나라의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다. 코조와 파스칼이 다시 꿈꿀 수 있을까? 가족의 가난을, 나라의 비극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게 우리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 이 책 《나쁜 초콜릿》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아이의 작은 손에 왜 총이 들려야 했을까? 카카오 농장에서의 고달픈 삶이 파스칼의 현재라면, 그와 교차되어 나타나는 파스칼의 과거는 시끄러운 폭발 소리와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펑펑 터지는 폭약의 빛깔로 점철되어 있다. 전쟁의 기억은 끈덕지게 남아 파스칼의 마음을 짓누른다. 이웃 모두 친구이거나 친척인 평화로운 마을에서, 파스칼에게 전쟁은 멀게만 느껴졌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전쟁도 꽤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순수한 열 살 소년에게 닥친 전쟁의 불씨는 결코 흥미롭지도, 신 나지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파스칼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선 오늘도 숱한 어린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의 강대국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첨예한 유혈 사태를 두고 ‘잊혀진 전쟁’ 혹은 ‘보이지 않는 3차 대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여러 분쟁 중에서도 가장 잔혹했던 것으로 꼽히는 것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의 내전이다. 1980년에 시작된 라이베리아 내전은 약 15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최악의 분쟁이었다. 폭력과 전쟁은 사회의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의 삶에 처참한 고통을 안긴다. 전쟁 상황에서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에 총칼을 집어 든다. 누가, 무엇이 아이들의 작은 손에 총을 쥐여 주었나? 이 책이 던지는 진중한 물음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가 무관심했던 세계 저편의 분쟁 상황에 대해 알아가고 평화의 가치를 배우는 알찬 기회가 될 것이다. 샐리 그린들리는 잔잔한 울림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 뿐, 뚜렷한 답을 내리거나 무턱대고 휘황찬란한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파스칼은 다시 자신만의 꿈을 꾸고 그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내일이 밝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파스칼과 코조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러면 이제껏 겪어 온 가슴 아픈 일들에 모두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 이 책 《나쁜 초콜릿》은 그 대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점을 조용히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