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 수도 뇌병원 입원 안내』 『기어 오는 그림자』 『여기는 X탐정국 / 괴인 유귀 박사의 권』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 영화화 관련 철』 『시간의 극장 · 전후편』 『기담을 파는 가게』 후기―혹은 호사가를 위한 노트 역자 후기
|
Taku Ashibe,あしべ たく,芦邊 拓
김은모의 다른 상품
|
고서 수집가의 집착과 광기가 빚어내는여섯 편의 악마적인 이야기대상이 무엇이건 지나친 집착은 일상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마련인데, 실제로 40년 이력의 헌책 마니아이기도 한 아시베 다쿠는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애호를 넘어 광기에 가깝도록 책 수집에 매달리는 이들의 뒤틀린 내면을 한 편의 기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헌책방을 드나들며 고서를 수집하는 ‘나’는 마법에 이끌리듯 들어선 어느 가게에서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낡고 허접한 책자를 집어 든다. 오래전 문을 닫은 정신병원의 입원 안내서, 무명작가가 직접 쓰고 제본한 삼류 탐정소설,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끝나버린 소년 만화, 매혹적인 여인의 사진이 실린 영화 서류철, 한 집안의 역사가 모조리 기록된 비밀스러운 연대기, 그리고 이 모든 책들과 그것을 파는 헌책방의 실체가 담긴 『기담을 파는 가게』……. ‘나’는 수수께끼 같은 헌책을 손에 넣은 후 하나둘 나타나는 섬뜩한 징조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 속에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작가를 찾아 나서거나 내용의 진위를 파헤치거나 미완성인 부분을 직접 메우기도 하며 깊숙이 관여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책장 안쪽의 세계가 서서히 현실을 침범해온다. 아시베 다쿠는 그간의 작품에서 환상 가득한 수수께끼를 펼쳐놓더라도 결국은 이를 현실에 수렴시키며, 자신의 창작물이 어디까지나 ‘허구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해왔다. 그가 만든 명탐정은 수수께끼를 명쾌하게 해결함으로써 독자가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며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책 속에는 글로써 빚어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공포와 불가사의가 날뛰고, 결말에 이르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주인공은 물론이고 독자까지 집어삼키는 커다란 어둠이 밀려온다.『기담을 파는 가게』는 아시베 다쿠가 자신의 괴이한 상상력을 한층 과감하게 발휘해 써내려간 위험하면서도 더없이 매혹적인 작품이다. 헌책이 불러일으키는 옛 시절의 정취와 복고적인 풍미, 그리고 수상쩍은 분위기를 풍기는 ‘기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누구라도 화자인 ‘나’처럼 그 마력에 사로잡혀 헤어날 수 없는 악몽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어느 서점, 헌책방 혹은 도서관 서가에서 골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도 ‘나’의 일원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렇다. 이 『기담을 파는 가게』를 골라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읽었다면 부디 앞으로 기다릴 운명, 특히 암흑과 등 뒤를 조심하기 바란다. 느닷없이 떠밀려 떨어지고, 몸이 갈가리 찢긴 끝에 책 속에 갇히지 않도록. _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