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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1부 구름 위의 암자 이야기 _계룡산 등운암에서 등운암의 새벽 / 홀로 산다는 것은 / 삼보일배로 시작한 불사 / 뉴질랜드인의 보시 /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 산승의 공부 /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 어머니의 전기담요 / 암자를 찾아온 여인 / 마음으로 짓는 감옥 / 인생에 대해 한 말씀만 / 물이 흐리거나 끓고 있다면 2부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_만수산 무량사에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 1만 배의 기도 / 행자 수업 / 유한한 삶에서 깨달아야 할 것은 / 나의 스승, 벽암 큰스님 /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 몸은 산중에, 마음은 세상에 / 산사에 폭설이 내릴 때 / 일 없음이 오히려 내가 할 일 / 어떤 청년의 출가 / 덧셈과 뺄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 / 휴대폰에 관한 명상 / 마음의 병, 육신의 병 3부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당신 _마음의 경계에서 번뇌와 깨달음은 하나 / 삶의 속도를 늦추며 /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지나니 / 지혜로써 궁극에 이른다 / 숙맥같이, 아이같이 / 천 일 동안 무일푼으로 / 몸에 지닌 것이 많으면 / 토끼에게서 배운 삶의 자세 / 사형수 실험 / 이 숲에서 나무와 새들이 사라진다면 / 자비의 두레박 / 부처의 씨앗 /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당신 4부 사랑의 느낌으로 살다 _낙조대 적석사에서 적석사의 봄 / 극락과 지옥을 보여주마 / 불난 집에서 무얼 하나요? / 욕심이 많으면 번뇌도 많다 / 서양의 지성들이 불교를 주목한 까닭 / 혼이 담기지 않은 탱화 / 정업은 난면이라 / 사랑의 느낌으로 살다 / 온돌 같은 사람으로 / 스님과 외제차 / 중생이 아프니 보살이 아프다 / 욕망은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가? /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
제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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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무장을 구한다고 한 달간 방부를 내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깊은 산중에 누가 오려고 할까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사람이나, 은퇴하고 산속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절간의 일이란 게 만만찮아서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 일쑤였지요. 그래도 이번 사무장은 2년을 용케 버텨왔는데 결국 그 또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삶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 p.23
묵언기도의 마지막 날 밤, 누군가 적막을 깨뜨리며 방문을 꽝꽝 두드렸습니다. 양철지붕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로 그는 다급했습니다. 그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묵언수행이 물거품이 될까 봐 문을 열어주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객은 막무가내로 문을 두드렸지요. 결국 무슨 사정인가 싶어 문을 열었습니다. 세찬 바람이 열린 문틈으로 사정없이 몰아쳤습니다. “헬로우.” 인사를 건네는 객을 보고 저는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그는 벽안의 외국인이었던 겁니다. 한국말을 못하는 그는 ‘템플’과 ‘호텔’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묵언수행 중인 저는 한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습니다. --- p.31 신원사로 출가하고 5년 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식의 생사조차 알 길 없었던 어머니에겐 불효막심한 아들이었지요. 그런데 어머니의 첫마디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그래, 잘 지냈니? 소식이 끊긴 후 이 어미는 너를 가슴에 묻고 살았다. 매일 너를 위해 기도했단다.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 p.34 일전에 어머니가 전기담요를 가지고 등운암에 올라오신 적이 있습니다. 대전에서부터 그 무거운 것을 이고 깊은 산중 암자까지 말이지요. 설마 암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던 겁니다. “스님, 등이 따뜻해야 몸이 건강합니다.” “군불을 때면 따뜻한데 뭐하러 이 무거운 걸 이고 오셨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무거운 걸 도로 가져가시라고 할 수도 없어서 방 한쪽에 둘둘 말아 그대로 두었지요. 수행자는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 p.52 매일 아침 산사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가 늘 새롭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매순간 살아 있음을 자각하며 일상에서 깨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이든지 느끼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신이 마주하는 세상의 경이로움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지요. 스스로 마음의 감옥을 만들고 자기를 가두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입니다. --- p.60 “스님, 인생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세요.” “태어나 살다가 늙고 죽는 겁니다.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살다 가는 게 인생입니다.” “에이 스님,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인생을 재미로 사나요? 내 말은,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니 너무 아파할 것도 없고, 애착을 가질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냥 살다가 가면 되는 거죠.” “그렇군요. 그렇게 살다가 가면 되는군요.” --- p.62 어떤 일을 할 때 어렵다거나 혹은 쉽다거나 하는 생각을 떠나야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생각이 일어나기 전 나의 본래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 p.70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인연들은 누가 맺어준 게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온 겁니다. 그러나 그 인연들을 모두 끌어안고 사느라 내 삶이 고통스럽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면서 모든 인연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습니다. 만나서 괴롭기만 한 인연이라면 붙들지 말고 그냥 떠나보낼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 p.133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르면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이 잘 알까요? 엄밀하게 말하면 가족도 타인일 뿐입니다.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입니다. --- p.138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부자가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설령 하늘에서 돈 보따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만족할 줄 모릅니다. 근심 걱정을 껴안고 전전긍긍하는 건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일입니다. 조금 부족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부유하게 사는 게 아닐까요? --- p.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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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운암에서 적석사에 이르기까지
젊은 날의 방황과 출가, 그리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여정 계룡산이 품고 있는 절집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등운암. 세상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그곳에 묵언수행을 즐기는 산승이 살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데다 양철지붕을 올린 허술한 법당 하나가 전부인 초라한 살림이었다. 행자 수업을 마치고 사미가 된 지 겨우 2년 만에 등운암의 살림을 맡게 된 제민 스님은 이곳을 수행처로 하여 진리를 향한 오직 한길을 떠난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에 처음 내놓는 에세이로, 젊은 날의 방황과 출가, 그리고 20여 년에 이르는 구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계룡산 등운암을 지키던 시절부터 부여 무량사를 거쳐 강화도 적석사에 이르기까지 출가 수행자로 살아오며 맞닥뜨렸던 질문들과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에 대해 들려준다. 삶과 죽음, 행복, 관계, 욕망, 수행, 자연에 관한 생각들도 아우른다. 삶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인생들에게 “살다가 가끔씩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출가 수행자로 살기 전, 그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자 연인이었다.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엔지니어였고, 원대한 포부를 지닌 청년 사업가였다. 세상의 문턱에 걸려 넘어져 폐인이나 다름없이 살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뜻밖에도 불교였다. 불교에 귀의하기 전까지 부처가 뭔지, 삼보가 뭔지도 모르던 그에게 놀라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된 구도의 길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스스로 깨친 것들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살다가 가끔씩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삶의 문턱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저자가 떠올리는 은사 스님의 말씀이다. 넘어진 그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부처님에게로 가는 오직 한길을 뚜벅뚜벅 걷는 저자는 천생 수행자다. 밝히기 부끄러운 경험조차 담담하게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행간에서 치열한 수행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전에 실린 지혜의 말씀도 소개하며 불교의 참뜻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저물녘 산사에 은은히 울리는 종소리처럼 잠든 영혼을 깨우고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려주는 책이다. “일생에 가장 잘한 일은 입산 출가한 것” 진솔하게 써내려간 출세간의 삶과 깨달음의 순간들 출가 수행자라 해서 괴롭지 않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그 역시 뜨거운 피가 흐르고, 마음의 경계에 부딪히면 좋고 싫은 감정이 솟구쳐 올라오는 인간이다. 다만 그 경계에 끄달리지 않으며, 바로 알아차리고 돌이키기에 우리는 그를 수행자라 부른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인간적 고뇌를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번뇌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녹여내는 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수행이라는 것이 고매한 스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실세계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함을 에둘러 말한다. 이 밖에 산중 암자에 사는 동안 저자가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뭉클하고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출가 전에 만났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 아들이 추위에 떨까 봐 무거운 담요를 이고 산을 올라온 어머니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고 번민하는 저자의 모습이 실로 인간적이다.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딱히 말할 수 없는 아픔 같은 것이 가슴 한쪽을 아련하게 찔렀습니다. (…) 불현듯 찾아온 그 여인의 눈빛을 보자 제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습니다.”(p.55)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저자는 산사의 사계를 오롯이 느끼며 매순간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말없이 큰 가르침을 들려주는 자연은 그에게 또 하나의 크나큰 스승이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경전의 경구를 들려준다. “물이 흐리거나, 뜨거운 불에 끓고 있거나, 이끼로 덮여 있다면,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p. 64) 물이 흐리거나 불에 끓고 있거나 이끼로 덮여 있다면, 우리는 그 물에 자기 얼굴을 비춰볼 수 없다. 이것은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늘 허둥대는 상태, 즉 끊임없이 번뇌에 빠지는 것을 비유한다. 번뇌에 휘둘리는 삶, 누구에게 기대는 삶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걸림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자기를 비춰보게 해주는 맑은 물이자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입니다.” (p.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