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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산책의 시작 · 봄의 일기 버섯 / 브로콜리 / 셀러리 / 아스파라거스 / 양상추 / 양파 / 냉이 / 쑥 / 딸기 · 여름의 일기 가지 / 피망 / 주키니 / 토마토 / 두부 / 오이 / 부추 / 바질 · 가을의 일기 고구마 / 연근 / 감자 / 단호박 / 우엉 / 여주 / 당근 / 귤 / 두유 · 겨울의 일기 시금치 / 대파 / 무 / 양배추 / 아보카도 / 땅콩 / 낫토 / 병아리콩 ·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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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오랜 시간 섭식장애를 겪었다. 그때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붙잡았던 요리가 이제는 나에게 세상을 살아내는 법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었다. 음식은 나의 일부이며 전부이고, 이것은 우리 누구에게나 같은 이야기다. 이 책에 담은 요리법들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먹고 싶은 요리를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부터가 식사의 시작이다. 여기서는 그저 재료를 바라보며 지금 내가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고, 어느 곳에 살고 있으며, 어떤 기분으로 지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 산책하듯이 가벼운 기분으로 말이다.
--- 「프롤로그, 산책의 시작」 중에서 ‘맛있게 요리하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이 재료는 과연 어떻게 되고 싶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해본다. 조금은 엉뚱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요리의 풀이가 확실히 쉬워진다. 재료들은 모두 살아있다. --- 「가을의 일기」 중에서 요리가 꼭 수고스러워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농부가 키우고, 어떤 땅에서 자랐으며, 어떤 과정으로 나에게 오는지 알 수 있는 재료를 구하는 일이 수고스럽지 않게 됐다. 허나 아무리 좋은 재료를 손에 넣었다 한들 그것을 지지고 볶고 삶는 긴 과정에서 힘이 들어 지쳤다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남을까. 주방에 오래도록 서 있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편이 더 건강한 삶일 수 있다. --- 「봄의 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