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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색깔과 빛깔
순식간 17 묻엄 속에 18 무량수 19 말씀 언 20 집으로 돌아가는 길 21 색깔과 빛깔 22 관계와 흐름 24 있음으로 버린다 25 거울의 약속 26나사못 28 주먹 이야기 30 잃어버린 신발을 생각함 32 디아스포라 33 한곳 34 랑캐 36 여울목 37 오래된 한복 38 강가에서 40 손톱을 깎는 일 41 나 같은 바보 42 2부 :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섬을 탈출하는 방법 45 항아리 46 나의 감옥 48 국밥과 기도 49 슬픈 영화 50 어떤 독후감 51 당신의 눈물 52 엿들은 통화 54 푸른 하늘 56 유통기한 58 균형에 대하여 60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61 어느 날 손을 씻으며 62 아리비어 63 아리랑 64 동강에서 66 바람을 기다린다 68 종소리 69 하늘재 70 흔들리는 이유 71 3부 : 그들만의 나라 아내가 쓰네 75 기어이 76 부끄러운 종자 78 오후 3시의 점심식사 80 역설 82 산을 말하다 84 팔자주름 85 그들만의 나라 86 자드락길 87 손깍지 장갑 88 한통속 90 우러러 하늘은 91 어떤 차이 92 입을 헹구다 93 진또배기 94 슬픈 색맹 95 그날의 시위 96 나의 시 97 그런 나이 98 내일이 왔다 99 |
尹奇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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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
들숨과 날숨 사이에 찰나가 있다 숨이 교환되는 그 찰나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라 단지 눈 한번 껌벅거렸다면 그 찰나에도 당신은 순식간을 산 것이다 ---「순식간」중에서 백범 선생은 아내의 무덤에 소박한 우리말 비석을 세웠다 최 준례 묻엄 남편 김구 세움 우리말에 죽어서 죽엄이 되고 주검이 되니 묻었기에 묻엄이 되고 무덤이 된다 같은 원리로 살아서 살암이 되고 사람이 되니 살아있는 존재만 사람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죽어서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의 가슴에 묻힌 사람이다 무덤이 아니라 묻엄 속에 ---「묻엄 속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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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관해 사실상 문외한이지만 시를 좋아하고 시인을 선망하는 나로서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갸우뚱하는 시를 만나면 힘들다. 모든 시가 다 끄덕끄덕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윤기묵시인의 시는 그래서 고맙다. 시가 내게 다가와 도란도란 말을 걸어준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공감이 나를 감싼다. 삶에서 우러나오는 시라 그럴 것이다. 가슴에서 피어나오는 향기 같은 시라서 더 그럴 것이다. 목마른 영혼이 만나는 맑은 샘물 같아서 참 좋다.
- 원기준 (목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 『영선일기』라는 제목으로 짧은 역사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헤아려 보니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쓴 서문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일터와 삶터를 영선(영월과 정선)으로 옮기고, 인천과 강 원도를 분주히 오가며 사업의 또 다른 활구(活口)를 모색 한지도 어느덧 5년.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38국도의 지 형과 지명, 부락과 소읍 사이의 풍광이 정겹다. 스쳐 가 도 여운이 오래 남으면 그리움이 되고, 혼자라도 그리움 이 정겨우면 시심(詩心)이 된다는 걸 알기에 오가는 발길 이 지루한 줄 몰랐다. 그러나 막상 머무르면 주위의 풍경(風景)은 낯설어진 다. 사시사철 더없이 아름다운 예미산이며, 가끔 물 안개 를 피워주는 방제천, 신동대체 산업단지를 병풍처럼 두 르고 있는 공원산의 풍경들이 낯설고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그 풍경 속의 일경(一景)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심히 바라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이 오래머무르지 않아도 익숙한 도시의 풍경들, 제한된 시간과공간 속에서 늘 바쁘기만 했던 풍경들이 무성영화의 흑백필름처럼 기억 속에 비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둘러보면 첩겹이 태산준령인데 시선은 자꾸 더 먼 산을 향한다. 바라만 보일 뿐 닿지 않는 곳에 먼산이 있다. 그 먼 산엔 거짓이 많다고 했다. 한곳에 오래머물지 못하는 눈빛은 어딜 봐도 먼 산 뿐이다. 많고 적음으로 삶의 경계를 삼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뱃속엔 음식이 적고, 입속엔 말이 적고, 마음속엔 근심이 적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뱃속엔 언제나 고픔이 있었고, 입속엔 늘 변명이 있었다. 그리고 젊어서도 근심으로 늙었다. 지금이라도 그삶의 경계를 실천하고 싶었다. 영선에 일터와 삶터를 꾸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머무는 것이 왜 이토록 낯설고 어색한 것일까?비 내리면 비에 젖고, 눈 내리면 눈에 묻히고, 바람 불면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되는 것이 왜 자꾸 두려운 것일까? 저 혼자 잘난 풍경은 없다. 세월을 거역하는 풍경도없다. 사무치지 않으면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없다. 스스로 풍경이 되기 위해선 익숙한 시선들을 버려야 한다.더 이상 무심히 바라만 봐선 안 된다. 인천을 오가는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산과 계곡, 강가의 조약돌과 이름 모를 들꽃에게 더 많은 눈빛과 언어를주기로 했다. 이곳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을 찾아 삶터와일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조망키로 했다. 그래도 가끔 결단이 심란할 때면 운치리 동강 변을 서성인다. 강물은 머물 것을 염려하지 않고 흐른다. 세월도 그렇게 흐른다. 오직 익숙함만이 한곳에 오래 머물고 싶을 뿐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졸시(卒詩)들은 스스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는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어떤 부끄러움은 외로움이 되었고 어떤 부질없음은 그리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외로움과 그리움이 풍경의 다른이름이라는 걸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2018년 가을 윤기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