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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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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한데도 하얀 칠이 된 감방 안이 아무런 장식도 없이 무척이나 삭막한 것이 드러났고, 지금 두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그곳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벽 높은 곳에는 작은 창이 나 있었다. 노란 유리를 끼운 창에는 철망을 쳤다. 물론 이 창은 내가 실리토 씨와 함께 핵스비 양의 탑에서 내려다보던 그 유리창 가운데 하나였다. 문 옆에는 「수인이 주의할 점」과 「수인의 기도」라 적힌 에나멜 판이 있었다. 아무런 칠도 하지 않은 나무 선반에는 머그 하나, 나무 접시 하나, 소금 통 하나, 성경책과 『죄수의 벗』이라는 종교 서적이 있었다. 의자와 탁자, 개켜진 해먹이 하나씩 있고, 해먹 옆에는 자루와 진홍색 실이 담긴 쟁반, 그리고 이가 나간 에나멜 뚜껑이 덮인 「오물통」이 있었다. 좁은 창턱에는 빗이 하나 놓였는데, 빗살이 갈라지거나 닳았고, 구불거리는 머리털과 비듬이 엉켜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빗이 이 감방과 다른 감방을 구별해주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곳에 갇힌 여자들은 자기 물건을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배급받은 물건, 즉 머그, 접시, 성경책을 아주 깨끗이 써야 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정렬해 놓아야 했다. ---pp.34~35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녀가 말했다. 「제 평생, 제가 살아온 주, 달, 해 내내 저는 이해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저는 그 내내 빛 속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찾아오는 가엾은 숙녀들, 제 손을 만지고 저에게서 제 영혼의 일부를 자신에게 끌어가던 그 숙녀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그림자였을 뿐이에요. 오로라, 그 사람들은 당신의 그림자였어요! 저는 단지 당신을 찾아다닌 것이었어요. 당신이 저를 찾듯이요. 당신은 저를 찾아다녔어요, 당신의 반쪽을요. 그리고 이제 당신이 저를 멀리한다면 우리는 죽고 말 거예요!」 내 반쪽. 내가 그것을 알았나? 셀리나는 내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셀리나가 말했다. 「당신은 짐작을 했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저보다도 먼저 느꼈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저를 처음 본 순간, 당신은 그것을 느꼈을 거예요.」 나는 밝은 감방에 있는 그녀를 지켜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태양을 향해 살짝 머리를 기울이고, 두 손에 제비꽃을 들고 있던 그 모습을. 그녀가 방금 말한 대로, 내 시선에 그러한 목적이 담겨 있지는 않았을까? ---pp.390~391 나는 내 삶을 옮겨 적는 책에는 삶이나 사랑이 전혀 배어 있지 않은, 단지 카탈로그처럼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결국 내 마음이 일기장의 모든 페이지에 스며든 걸 볼 수 있다. 일기장의 굴곡진 길이 보였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것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것은 계속 견고해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셀리나. 오늘 저녁, 하마터면 이 일기장을 불태워 버릴 뻔했다. 지난번 것을 그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책상위에 놓인 꽃병이 보였다. 꽃병에는 오렌지 꽃다발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꽃다발은 셀리나가 약속한 대로 계속 하얗고 향기로웠다. 나는 오렌지 꽃다발로 다가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꽃병에서 뽑아냈다. 내가 태운 것은 그것이었다. 나는 쉭쉭거리는 석탄불 위에 그것을 들고 있었고, 꽃다발이 비틀어지고 시커메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꽃잎 한 장만을 남겨 두었다. 그것을 여기에 넣고 눌러두었으며, 이제 이 페이지는 절대로 열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일기장을 다시 펼치면 꽃향기가 나며 내게 경고하리라. 그것은 칼날처럼 빠르고 날카롭고 위험하게 나를 위협하리라. ---pp.341~3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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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의 감옥 밀뱅크, 그곳에 복역 중인 여죄수들에게 허락된 것은 한 조각 햇빛뿐이다. 2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우울증에 빠진 상류층 숙녀 마거릿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밀뱅크에 가 죄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죄수들과 달리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매 셀리나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 그녀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는 셀리나의 말을 믿지 않던 마거릿은 셀리나의 물건들이 자신의 방에서 발견되고, 셀리나가 마음속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에 놀라며 더욱더 그녀에게 빠져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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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은 왜 당신이 제게 끌리는지 알아요.
왜 당신의 몸이 제 몸으로 휘감겨 오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요. 그렇게 두세요, 오로라. 제게 와서 휘감기게 두세요.” 서머싯 몸상,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 「레즈비언 역사 소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의 여류 작가, 세라 워터스의 미스터리 역사 로맨스 『끌림』이 최용준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워터스는 그 과정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풍속과 생활상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관심은 『벨벳 애무하기』(1998), 『끌림』(1999), 『핑거스미스』(2002)로 이어지는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을 탄생하게 했다. 그 두 번째 작품인 『끌림』은 1970년대의 여성 교도소와 영매의 세계를 배경으로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의 단면을 치밀하게 그려 낸다. 부유한 상속녀 마거릿과 사기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 영매 셀리나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며, 감옥에서의 생활, 빅토리아 시대의 강신술, 성적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통한 사랑과 배신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마거릿과 셀리나의 일기가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소설은 외로움과 그에 따른 관계에 대한 갈망, 자유에 대한 욕망을 다루고 있으며, 흡인력 있는 전개와 숨 막히는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세라 워터스는 2000년 이 작품을 통해 서머싯 몸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선데이 타임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자유와 관계에 대한 갈망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거릿과 셀리나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마거릿의 일기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로우나 실상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는 마거릿의 일상, 그녀가 밀뱅크 감옥을 방문해 보고 듣는 내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셀리나와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지를 자세히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등장하는 셀리나의 일기에서는 영매인 셀리나가 밀뱅크 감옥에 갇히기 이전의 삶,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사랑하던 아버지의 죽음과 연인 헬런의 변심, 사사건건 간섭하는 어머니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마거릿은 주위의 권유로 감옥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감옥 방문은 셀리나 도스를 만나며 점차 자신이 잊고 있던 관계에 대한 갈망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밀뱅크 감옥에 갇혀 간수들의 감시 속에 사는 셀리나는 신체의 자유를 원하고, 겉보기에 자유롭고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상류층 숙녀 마거릿 역시 크게는 빅토리아 시대의 풍습과 여자에 대한 편견, 작게는 어머니의 간섭으로 인해 속박된 삶으로부터 정신적 자유를 원한다. 둘의 갈망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그러한 욕망이 뒤얽히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로맨스 3부작 1998년을 시작으로 세라 워터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소설 세 권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 소설들은 발표되자마자 평단과 독자 양쪽에서 큰 환영을 받았고, 모두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또한 학계의 관심을 끌어, 동성애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분석한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데뷔작인 『벨벳 애무하기』를 쓰게 된 동기는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조사한 레즈비언 역사 소설들이었다. 연구를 하는 동안 워터스는 19세기 포르노그래피를 많이 읽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존재하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에 관심을 품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1890년대의 연예장과 남창, 상류층의 퇴폐적인 삶, 노동 운동 현장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열여덟에서 스물다섯 살까지의 인생 역정을 다룬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담은 『벨벳 애무하기』이다. 두 번째 소설인 『끌림』(1999)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 감옥과 강신술을 다뤘다. 데뷔작에 비해 성적인 묘사보다는 섬세한 감정 표현에 치중한 수작이다. 이야기의 서술과 구조 측면에서 데뷔작을 능가하는 이 작품은 일기 형식으로 두 여자의 내밀한 감정까지 묘사하며, 영혼을 불러내는 강신술을 매개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독자를 사로잡는다. 2002년 발표한 『핑거스미스』는 런던 뒷골목과 시골 대저택을 배경으로 악한들과 상류 사회 인물들이 펼치는 음모와 사랑, 배신을 다루고 있다. 부커상과 오렌지상 후보에 올랐으며 추리 소설 부분에 주는 대거상 역사 부분을 수상했다. 언론 서평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 세라 워터스는 페미니스트 디킨스라 할 만하다. -텔레그래프 으스스한 분위기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나는 워터스가 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별이 되어 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 헤네시 관능적이고, 으스스하며, 스타일리시하다. 어느 면에서 보아도 완벽하게 훌륭한 소설이다. -가디언 품위 있는 문체, 깊은 인상을 남기며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이야기. - 인디펜던트 레즈비언 소설의 지평이 한 차원 더 넓어졌다면 워터스가 그 기수에 서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