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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出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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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종의 하이쿠 소설이다!
―스에쓰구 엘리자베스(《고양이 손님》 프랑스판 번역자) “운명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옆집 새끼고양이의 방문이 빈번해짐에 따라 아무래도 이 단어가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라이데 다카시의 《고양이 손님》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옮겨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글을 쓰고 다듬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나’와 아내의 일상을, 한 마리 고양이와 인연을 매개로 그린 소설이다. 쇼와 초기에 지어진 넓은 정원이 딸린 저택의 별채를 빌려 살게 된 부부의 거처에 옆집 새끼고양이 치비가 드나들게끔 된다. 이 소설에서 치비의 첫 등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씨 화창한 오후, 그 열린 문의 작은 틈새로 치비는 어느새 기어들어와 하얗게 빛나는 네 개의 발끝으로 반쯤 햇볕에 빛바랜 발판을 살포시 딛고 예의 바른 호기심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가난한 집 안을 조용히 둘러보고 있었다.” 치비는 변덕쟁이로, 매번 뜻밖의 행동을 한다. 우는 일은 도통 없으며 사람에게 안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나는 공연히 껴안으려 하지 않아. 치비를 자유롭게 놀다 가게 해줄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비는 차츰차츰 부부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다. 치비만을 위한 전용 문을 만들고, 귤 상자를 전용 방으로 만들어준다. 치비를 두고 아내는 ‘친구’라고 하나, 사실 부부에게 있어 치비는 자기 마음대로 ‘손님’으로 찾아오는 친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존재이다. 손바닥에 아름다운 구슬을 얹어놓은 듯한 소설! ―이나바 마유미(소설가) 경계와 소유. 치비가 부부에게 선사한 기쁨과 슬픔은 이 두 단어로 집약된다. 옆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 치비는 판자 담을 넘어 부부가 빌려 살고 있는 별채로 찾아든다. 고양이에게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선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이 그은 경계를 훌쩍 넘어 찾아오는 고양이가 귀엽지 않을 리가 없다. “동물이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게 너무 흐뭇”하다며 치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던 아내의 말은 어느샌가 “얘, 이제 우리 집 고양이 아니야?”라고 바뀌어 있다. 고양이에게 각인된다는 게 묘한 상황이지만, 아내는 옆집이 부재중에 맡아두었던 택배를 가져다주러 갔을 때 현관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게 치비라는 데 놀란다. 우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던 치비가 길게 울며 인사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항상 신세를 진 것에 대한 인사라기보다 좀 더 겉치레를 차리는 것으로, 이를테면 날씨 인사나 이웃 간의 공치사였던 것 같다”라고 아내는 남편에게 알려준다. ‘우리 집 고양이’나 진배없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 ‘우리 집 고양이가 아니다’라는 사실이 부부에게 깊은 슬픔을 야기한다. 바람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오듯이 자연스레 찾아들었던 고양이가 두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는 그 슬픔. 갑작스런 이별이 찾아오고 새로운 집에 이사 와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며 아내는 “치비가 잠이 들었던 똑같은 소파에서 꼭 닮은 목걸이를 차고 똑같은 곡옥 자세로 잠든 고양이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내 고양이.” 그 자그마한 생물에서 인간은 수많은 것을 본다. 물론 고양이도 그렇게 수많은 것을 보고 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