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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다. 그것도 흠뻑 반해버릴 만큼 멋진 여름.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초록빛 감촉을 즐겼다.19살의 ‘나’는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 위해 한여름 아르바이트로 잔디 깎는 일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가 도착하고, 돈을 모을 이유가 없어진 나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한 번만 더 일을 맡아달라는 사장의 부탁에 마지막으로 잔디를 깎으러 길을 나서고, 마침내 도착한 가정집 정원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주인을 맞닥뜨리게 된다.기계보다 수작업을 선호하는 나는 오랜 시간 공들여 잔디를 깎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여자친구와의 기억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한편, 오전부터 위스키를 홀짝이며 왠지 모를 위압감을 풍기는 집주인도 신경쓰인다.아무튼 나는 계속 잔디를 깎았다. 정원에는 대부분 잔디가 길게 자라 있었다. 마치 풀숲 같다. 잔디가 길면 길수록 보람이 있었다. 일이 끝나면 정원의 인상이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건 정말 멋진 느낌이다. 마치 두툼한 구름이 싸악 걷히고 햇빛이 일대를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 (본문 26p)세번째로 벨을 눌렀을 때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중년 여자가 나타났다. 무시무시하게 큰 여자였다. 나도 결코 몸집이 작은 편이 아닌데 그녀가 나보다 3센티미터는 더 컸다. 어깨도 넓고, 꼭 뭔가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나이는 대략 쉰 전후일까. 미인까지는 아니어도 이목구비가 단정했다. 하긴 단정하다고 한들 남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얼굴은 아니었다. 짙은 눈썹과 네모진 턱에서는 일단 말을 뱉으면 결코 무르는 법이 없을 듯한 고집스러움이 엿보였다. (본문 38p)내리쬐는 태양빛,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라디오 음악, 그리고 우거진 나무들과 초록빛 잔디. 나는 청량한 여름 속에서 마지막 잔디깎기 일을 마친다.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은 복잡했지만 그럼에도 차분히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는 그때, 집주인이 보여줄 게 있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권하고 나는 미심쩍지만 일단 그 말을 따르는데…… 잔디를 깎으며 보낸 여름, 유난히 선명하고 비현실적이었던 하루, 그리고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 그 모든 나날을 품고서 나는 무사히 이 계절을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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