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장 실종자
제2장 가명은 고메스 제3장 스파이의 본질 제4장 고별 후기 1 후기 2 창작노트 개정판 후기 중앙공론 문고판 후기 해설-야마마에 유즈루 역자 후기 |
Yuki Shoji,ゆうき しょうじ,結城 昌治
김선영의 다른 상품
|
“짜오(안녕하십니까).”
나는 남자의 옆을 지나는 순간 뒤돌아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흠칫 어깨를 떠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미행은 내 망상이었나? 나는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멀어져가는 남자의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총성이 울린 것은 그 남자의 뒷모습이 어둠속에 묻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총성은 두 발 연이었다. 앞쪽에 서 있던 남자의 그림자가 바람에 일렁이는 불빛처럼 흔들리더니 푹 고꾸라지며 사라졌다. 나는 번개처럼 달려갔다. 쓰러진 사람은 역시나 금우에서 본 젊은 남자였다. “이봐, 괜찮아?” 나는 무릎을 꿇고 남자의 상처를 살폈다. 왼쪽 어깨에서 가슴에 걸쳐, 와이셔츠에 진득한 피가 묻어났다. 총성을 듣고 몰려든 십여 명의 구경꾼들이 나와 쓰러진 남자를 둘러쌌다. “구급차를 불러!” 나는 점점 불어나는 구경꾼들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쓰러진 남자는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거렸다. 나는 남자의 입가에 귀를 갖다댔다. “고메스의 이름은…….” 남자는 고통스럽게 헐떡이면서 목구멍에서 쥐어짜낸 목소리로 실낱처럼 말했다. 그 말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고메스?” 나는 나직하게 되물었다. 남자가 눈짓했다. 나는 서둘러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고메스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의 눈동자에 실망이 어렸다. 눈이 감겼다. 풀썩 옆으로 떨어지는 얼굴, 두드러진 광대뼈가 바닥에 닿았다. 남자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제1장 ‘실종자’ 중에서 |
|
스파이,
그 존재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본 스파이 소설의 빛나는 성취! “스파이라는 존재는 인간 불신에 대한 교훈이다. 나는 이 비극을 현대의 우화로, 가능하다면 불안한 현대의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_유키 쇼지 일본 스파이 소설의 빛나는 금자탑 일본 스파이 소설의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유키 쇼지의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가 검은숲에서 출간된다. 이 작품은 1962년, 현대 미스터리의 다양한 갈래를 재조명한다는 기치 아래 기획된 하야카와 서방의 ‘일본 미스터리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이다. 이후 가도카와 문고, 아키타 서점, 아사히신문사 등 무려 7번의 재출간을 거치며,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 현대 미스터리의 한 가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 유키 쇼지는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최초로 하드보일드 작풍과 스파이 장르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 작가로는 역시 최초로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50여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을 수상, 현대 일본 소설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한 장르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늘진 곳에 자리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섬세하게 파헤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1년 내전 직전의 남베트남을 무대로 한 이국적인 스파이 소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남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령하고 있던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베트남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공백이 생겨났다. 여기에 프랑스의 입김과 자국의 독립을 바라는 세력이 서서히 충돌하면서 베트남은 내전의 기운으로 꿈틀대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으로 악화되는데,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그런 복잡한 정치 상황 하에 놓인 1961년 10월의 사이공(현 호찌민 시)을 무대로 펼쳐진다. 틀에 얽매인 미스터리의 제한된 기법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에게 행동의 자유를 부여해보고 싶었던 유키 쇼지는 이러한 남베트남의 상황에 주목하고, 등장인물들을 후끈한 열기와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그곳에 ‘내던지기로’ 마음먹는다. 배신할 수밖에 없는 스파이의 운명을 통해 인간의 불신에 대해 이야기하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는 그저 단순한 스파이 소설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작가의 시선은 강대국의 의지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정보전과 활극이 아니라 스파이의 입장에 처한 인간의 존재에 집중된다.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은 스파이의 활동을 설정하기 위한 단순한 무대장치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배신하고 또 끊임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직업.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의 신뢰도 얻을 수 없는 직업. 유키 쇼지는 스파이의 본질을 배신과 고독으로 정의하고 그곳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추출해낸다. 이렇듯 날렵하고도 진중한 주제의식은 멀게는 에릭 앰블러와 그레이엄 그린 그리고 가깝게는 존 르 카레의 작풍과 일맥상통한다. “스파이라는 존재는 인간 불신에 대한 교훈이다. 나는 이 비극을 현대의 우화로, 가능하다면 불안한 현대의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기획 당시 야심차게 선언했던 작가의 말은 작품을 통해서 충실하게 재현됐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 속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는 스파이 소설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추천의 말 “작가의 시선은 스파이라는 입장에 처한 인간에 집중된다. 인간의 고독과 인간불신을 그려낸 유키 쇼지는 배신할 수밖에 없는 스파이라는 존재에 창작 의욕을 불태웠다.” _ 야마마에 유즈루(추리소설 연구가) “불분명한 선악, 그늘이 있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농밀한 이야기.” 「아마존 재팬 독자평」 “베트남을 무대로 한 스파이 소설의 걸작, 긴장감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아마존 재팬 독자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