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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책력에 대하여 선박과 대포에 관하여 1장_ 서막(序幕) 파서링게이, 1587년 2월 18일 2장_ 단순한 시민들 런던, 1587년 2월 19일 3장_ 여왕의 당혹감 그리니치, 1587년 2월 19일∼2일 4장_ 기쁨의 날들은 가고 파리, 1587년 2월 28일∼3월 13일 5장_ 영국 침공 계획 브뤼셀, 1587년 3월 1일∼2일 6장_ 쓰디쓴 빵 로마, 1587년 3월 24일∼30일 7장_ 명백한 하느님의 뜻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 1587년 3월 24일∼1일 8장_ “바람이 나에게 떠날 것을 명령한다” 런던과 플리머스, 1587년 3월 25일∼4월 12일 9장_ 턱수염이 그슬리다 카디스만, 1587년 4월 29일∼5월 1일 10장_ “중요하지 않은 일” 포르투갈 해안, 1587년 5월 2일∼20일 11장_ 통널과 보물 세인트 빈센트 곶과 아조레스 제도, 1587년 5월 21일∼6월18일 12장_ 팔 하나가 잘리다 슬루이스, 1587년 6월 9일∼8월 5일 13장_ 행복한 날 쿠트라, 1587년 10월 20일? 14장_ 승리의 활용 프랑스, 1587년 10월 21일∼2월16일 15장_ 불길한 해 서유럽, 1587년∼1588년 한겨울 16장_ 이 장려(張麗)한 배들과 함께 그리니치와 영국의 근해, 1588년 1월∼3월 17장_ “기적을 빌면서” 리스본, 1588년 2월 9일∼2월 25일 18장_ 바리케이드의 날, I 파리, 1588년 5월 12일과 그 전 며칠 동안 19장_ 바리케이드의 날, II 파리, 1588년 5월 12일과 그 후 며칠 동안 20장_ 무적함대 출항하다 리스본에서 코루냐까지, 1588년 5월 9일∼5월 22일 21장_ “시간과 공간의 이점” 플리머스 슬리브 비스케이에서 북위 45도 사이, 1588년 4월 18일∼4월30일 22장_ 경기장에 입장하다 리자드에서 에디스톤까지, 1588년 7월 30일∼31일 23장_ 첫 번째 유혈 에디스톤에서 스타트 포인트까지, 1588년 7월 31일 24장_ “가공할 만한 거포의 위력” 스타트 포인트에서 포틀랜드빌까지, 1588년 7월 31일∼8월 2일 25장_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초승달 대형 포틀랜드빌에서 칼레 영내까지, 1588년 8월 2일∼6일 26장_ 불벼락 화공선 칼레 주변, 1588년 8월 6일∼7일 27장_ 대형이 무너지다 칼레 영내에서 그라블린까지, 1588년 8월 8일 28장_ 때늦은 기적 제일란트의 모래톱과 북해, 1588년 8월 9일∼12일 29장_ “내 그대들의 장군이 되어” 틸버리, 1588년 8월 18일∼19일 30장_ 드레이크 사로잡히다 서유럽, 1588년 8월과 9월 31장_ 멀고 먼 귀향길 아일랜드 주변 북위 56도 근방의 북해에서 에스파냐 항구까지, 1588년 8월 13일∼10월 15일 32장_ 거인의 최후 블루아, 1588년 12월 23일 33장_ 신의 바람 에스코리알, 1589년 새해 첫날 34장_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리치먼드, 1589년 새해 첫날 에필로그 뉴욕, 1959년 새해 첫날 옮긴이 후기 전체 자료에 관한 주 Notes |
Garrett Mattin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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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모든 영국 국민과 자신의 사촌인 엘리자베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으며 자신의 모든 적을 용서했다. 기도가 끝나자 잠시 동안 시녀들이 그녀 주위에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검정색 벨벳 가운이 무릎 밑으로 떨어지자 진홍색 속옷과 페티코트가 드러났고 홀연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핏빛 순교자 같은 그 모습은 어두침침한 배경 속에서 대단히 충격적으로 보였다. 메리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작은 단두대 위로 몸을 낮추었다. “In manus tuas, domine(주여, 당신 의손에)…….”그리고 두 번의 둔탁한 도끼질 소리가 들렸다.
아직 치러야 할 의식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사형집행인이 잘린 머리를 사람들에게 보이며 관례에 따라 할 말이 남은 것이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사형 집행인이 몸을 굽혔다 세우며 울부짖듯 큰 소리로 외쳤다. “여왕 폐하 만세!” 그러나 그가 손에 든 것은 메리의 스카프와 그것에 핀으로 고정한 실제 머리처럼 정교한 적갈색 가발뿐이었다. 생명이 빠져나가 쪼그라들고 잿빛으로 변한 듬성듬성 몇 올의 머리칼만이 남은 순교자의 머리가 단의 가장자리 근처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메리는 항상 어떻게 하면 적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pp.37~38 에스파냐 함대의 배들은 큰 것, 작은 것 합쳐서 총 130척이었다. 그 당시 리스본 항에서 출항을 기다릴 때의 에스파냐 함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다. 메디나 시도니아는 함대의 전투대형, 각 함대에 속한 배들의 이름, 각각의 용적 톤수, 화기와 선원과 군인 수까지 기록한 상세한 보고서를 갖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각 배에 승선한 귀족 모험가들의 이름과 그들이 데려온 전투원의 수, 포병, 의무대, 수사들과 정식 사제들(180명)의 수를 기록했고, 더불어 보병대 조직에 대해서도 장교의 명단과 각 중대의 전력, 공성 포열, 야포, 각종 소화기, 화약의 양(그는 전량 잘 뭉쳐진 화승총 화약이라고 자랑스럽게 적고 있다.), 무게별 포탄의 수(123,790개), 총알 제조용 납, 화승의 수까지도 기록했다. 또한 그 보고서에는 수십만, 수백만 파운드나 되는, 혹은 수많은 크고 작은 통에 들어 있는 식량, 비스킷, 베이컨, 어류, 치즈, 쌀, 콩, 포도주, 기름, 식초, 물 등의 목록도 적혀 있다. 비록 기록된 수치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닐지라도(분명 정확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16세기의 어느 함대에 대해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상세한 정보가 그 안에 담겨 있다. ---p.376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영국과 에스파냐의 두 함대가 아주 가까이 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종범선들은 적의 사정거리 안에서 움직여야 했고, 일직선으로 늘어선 화공선들의 간격이 너무 촘촘해서 화공선을 붙잡으려면 한 번에 두 척씩 양 끝에서 뜯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덤불과 짚으로 채워진 이 불타는 괴물들은 노로 막을 수 있는 단순한 고기잡이배들이 아니었다. 일렬로 늘어선 화공선들은 강한 바람과 거친 물결, 해협의 조류를 타고 단 몇 분 만에 목표 지점에 도달할 것이었기 때문에 갈고리 닻으로 그 배들을 잡고 빙글 돌려서 해변까지 끌고 가는 일은 담력과 완력을 갖추고 1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빼어난 조종술이 필요했다. 맨 처음 나선 종범선 두 척은 작전을 영리하게 수행했고, 그 결과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까맣게 용골만 남은 화공선 두 척이 에스파냐 함대의 정박지 근처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음 종범선 두 척이 나서서 뱃머리에 서 있던 사람들이 갈고리 닻을 던지려는 순간 불에 달궈질 대로 달궈진 이중 장탄된 대포들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바다 위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포탄이 떨어졌고 그 반동으로 불꽃들이 분수처럼 솟았다가 배 안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두 종범선이 혼란에 빠져 자리를 피하고 있을 때 나머지 화공선 여섯 척이 한꺼번에 정박해 있는 아르마다를 향해 돌진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위로 대포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불꽃이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끔찍한 앤트워프의 헬버너가 또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pp.474~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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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년 2월, 스코틀랜드의 메리가 처형된 뒤, 엘리자베스 1세는 이 일에 대해 다른 결정에서도 가끔 보여주었던 모호한 태도를 취하였지만, 그녀가 이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도 없었다. 해상에서 에스파냐의 배를 빼앗거나 에스파냐의 카디스를 침공하기도 하는 등, 그 한 해 동안 에스파냐와 영국의 충돌은 몇 차례 이어진다. 프랑스 쿠트라에서 3,000명이 이상이 죽는 대형 전투가 위그노와 가톨릭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재앙이 닥치리라는 불길한 예언이 있었던 1588년, 펠리페 2세는 영국에 대한 침공을 더 미룰 수 없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전투 준비를 다그친다. 그에 반해 엘리자베스 1세는 인내심을 갖고 준전시태세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1588년 5월,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는 무려 130척이 넘는 공포를 이루는 대형을 이루며 출항하였다. 새로운 배와 대포, 총 등의 무기로 중무장한 영국과 에스파냐는 전 유럽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다가 영국 화공선의 공격이 있은 뒤 승패는 그보다 결정적인 기이한 태풍에 의해 결정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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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유럽을 연 결정적인 전쟁,
모든 유럽인이 아르마다(무적함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1587~88년 에스파냐와 영국 해전에 관한 결정판.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 _ 퓰리처 문학상 위원회 아르마다 해전을 그린 정통 역사서. 치밀하고 극적인 구성으로 마치 소설 작품을 읽는 듯하다. _ 뉴욕타임즈 뛰어난 내러티브의 역사서. 일반 독자들의 역사 입문서로도 최고의 책이다. _ 미국 대학생 권장도서 추진위원회 『아르마다 _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는 1588년에 일어난 영국과 에스파냐 간 해전의 막전 막후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책이다. 이 전쟁은 전 유럽이 휩싸여 있던 가톨릭(구교) 세력과 프로테스탄트(신교) 세력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결과이자 국제정치전적인 전면전이었다. ‘무적함대’로 불리던 에스파냐의 함대가 영국 해협에서 화공과 태풍으로 침몰하면서 유럽의 역사는 바뀌었다. 가톨릭이라는 유일한 체계가 무너지면서 민족국가가 만들어지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 책은 1959년 출간 후 “이 시대 최고의 작가”라는 격찬(뉴욕 타임즈)과 “역사서일 뿐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인정받아 1960년 퓰리처 문학 특별상을 수상했다. 미국 UCLA대 역사학과에 “역사상 가장 잘 쓰인 역사책”에 펠레폰네소스전쟁사 로마 제국 쇠망사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림은 물론,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책, 20세기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저자 개럿 매팅리는 16세기 유럽 정치사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학자로, 무려 20년 동안 영국, 에스파냐, 네덜란드 등을 돌아다니며 방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자료에 근거하여 당대의 사건과 시공간, 인물을 완벽하게 재현해 냄은 물론 전쟁에 동원된 배의 구조와 규모, 실린 대포와 총, 식량의 종류와 개수까지 믿기 힘들 만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등장인물들을 마치 눈앞에 있기라도 한 듯 생생하게 그려내어, 문학적으로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 준다. 믿기 힘들 만큼 구체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빼어난 문장의 역사서 『아르마다 _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는 1587년 2월, 스코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인 메리가 런던 북쪽 파서링게이의 공회당에서 처형당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눈앞에 펼쳐진 듯한 공회당의 내부 모습과 메리의 처형 장면의 묘사는 역사가라기보다 소설가의 것에 가깝다. “검정색 벨벳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의자와 단을 덮고 있는 검정색 벨벳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하얀 레이스의 섬세한 주름과 검정색 옷에 대비되어 도드라진 흰색 하트 모양의 장식, 커다란 갈색 눈동자와 생각에 잠긴 듯한 입매를 한 그녀의 얼굴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 사형집행인이 손에 든 것은 … 메리의 스카프와 그것에 핀으로 고정한 실제 머리처럼 정교한 적갈색의 정교한 가발뿐이었다. … 메리는 항상 어떻게 하면 적을 당황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서로 갖추어야 할 진실,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설명하거나 논리를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소설과도 같은 묘사와 서술로 독자들을 단숨에 당대로 끌어들여 상상력을 펼치게 만든다. 유려한 문장과 대사를 적절하게 섞는 독특한 화법, 풍부한 은유와 비유 등으로 살려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하다. 엘리자베스 1세와 펠리페 2세를 그려낸 아래 장면을 보자. “메리 처형에 대한 요구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것은 분명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남아 있던 문이 이제 영원히 닫혀 버렸기에 그리니치 궁의 어두운 침실에 누워서 …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좁은 회랑을 굽어보며 그녀가 흘렸을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면 그에게 수도사의 기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눈이 충혈되고, 삭신이 쑤시고, 손가락이 뻣뻣해지는 고행을 감수하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에스파냐 제국의 서기장 업무를 수행하는 그의 태도에서 진정 수도사의 고행이 느껴진다.” 이 책은 1960년 역사서로는 예외적으로 퓰리처 문학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퓰리처 문학상 위원회는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 너무 잘 짜여져 있어서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고 평했다. 크고 작은 스파이전과 심리전 등에 대해서는 세밀하고도 풍부하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며, 실제 해전이 벌어지는 장면은 눈앞에 전투가 펼쳐지는 듯 긴박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강해진 남풍과 달을 스쳐 가는 비구름이 아침이 되면 파도가 거세지리라 약속할 뿐이었다. 그때 영국 함대 가장자리에서 불빛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은 불빛이 아니라 불이었다. 둘, 여섯, 여덟 개의 불이 빠르게 앞으로 다가왔다. 불길이 점점 더 거세지면서 에스파냐군 정박지의 감시병들은 돛을 모두 펼친 채 삭구에 불이 타오르는 여덟 척의 커다란 배들이 다가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위로 대포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불꽃이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끔찍한 안트베르펜의 헬버너가 또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근대 유럽과 영국을 만든 1588년의 해전 _ 이념전이자 국제정치전으로 재해석하다 중세 유럽(최소한 중서부 유럽)은 로마 교황청을 정점으로 한 가톨릭 신앙체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규정하는 원리였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체계는 서서히 이원화되어, 16세기에는 전 유럽이 로마 교황청과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구교) 세력과 영국과 프랑스 위그노, 독일 등 각국 내의 프로테스탄트(신교)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국의 경우, 헨리 8세가 영국 국교회를 선언하였지만 그 딸인 메리 여왕은 즉위 직후 신교도들을 학살하며 가톨릭의 복권을 꾀하였다. 뒤를 이어 즉위한 엘리자베스 1세는 이 분열을 최소화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처녀 왕’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정치, 문화적 활기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펼쳤다. 반면 당시 신대륙에서 약탈한 은으로 최고의 국력을 자랑하던 에스파냐의 펠리페 2세는 수도원에서 은거하며 가톨릭 세력의 확장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영국 침공 계획에 몰두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앙리 나바르를 중심으로 한 위그노, 앙리 드 기즈가 중심이 된 가톨릭, 그 두 세력 사이에 있던 왕 앙리 3세 등 세 앙리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국 포더링게이에서 스코틀랜드의 메리 처형을 계기로 에스파냐는 영국 침공계획을 실현에 옮긴다. 이를 이미 짐작하고 있던 영국은 그에 대비하였고, 1558년 5월 에스파냐의 무적함대와 영국 해협에서 맞붙었던 것이다. 저자 개럿 매팅리는 1940년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또 종전 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냉전을 보면서 이 전쟁을 이념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고자 하였다. 격화되는 두 세력 간의 긴장을 겪어본 경험으로 “1890년의 사람들보다 1940년의 사람들이 이 전쟁을 이해하기 쉬웠다”라는 것이다.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인 이해관계뿐 아니라 서로 다른 이념이 충돌하면서 빚어진 “전 유럽에 선이 그어졌던 최초의 전면전, 상상 속의 총력전,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관점으로 이 해전을 재해석하였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20여 년 동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문서고를 샅샅이 뒤졌다. 이러한 관점은 모호한 덩어리로 뭉쳐져 있던 중세 유럽이 어떻게 ‘근대국가’로 변신해 나가는지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신의 뜻’이 단지 가톨릭 세력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유럽인들은 ‘왕이 믿는 종교를 따르는 백성의 나라’라는 상을 갖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민족국가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와 베이컨 등 문학, 사상적으로 꽃피우며 이후 동일한 민족성을 바탕으로 민족국가, 근대적 국가로 먼저 나아가게 된다. 프랑스는 앙리 나바르가 즉위한 뒤 서서히 종교 전쟁에서 벗어나며 근대 국가로의 길을 걷게 된다. 로마 교황청과 에스파냐는 당장은 아니지만 점차 영향력이 축소되고 쇠퇴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 전쟁은 근대 유럽으로 나아가는 정말로 ‘결정적인 것’이었다라고 개럿 매팅리는 말한다. 새롭게 읽는 20세기 역사학의 고전 『아르마다 _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는 이처럼 빼어난 문학성과 재미는 물론 역사서로서의 충실성을 갖춘 책이다. 출간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미국 일류 대학의 교양학부와 역사학과 학생들의 필독서이며, 미국 대학생 권장도서 추천위원회의 교수들이 지금까지도 추천도서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처음 번역, 출간했던 옮긴이 콜린 박은 UC 버클리 대학 1학년 때 역사학의 필독서로 이 책을 접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로마제국의 쇠퇴와 멸망, 1587-아무 일도 없었던 해 등 쟁쟁한 역사책들과 함께 “역사상 가장 잘 쓰인 책둘” 리스트에 있던 이 책을 접한 옮긴이는 저물녘에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여 밤새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 내렸다고 한다. 이 경험을 나누기 위해 옮긴이는 1998년에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그때도 새로운 형식의 역사서, 재미있는 역사서로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그때는 내용 이해를 위해 축약한 부분이 있었고, 원전의 느낌을 살릴 만큼 문장을 잘 다듬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판본은 전체를 재번역하고 원전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