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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밭은 몇 년 전부터 내 화폭 위에서 뭉개지고 있었다. 가파도에 갔다 온 이후, 나는 청보리 밭에 사로잡혔다. 내 안에서 물결치는 초록의 바람결, 그건 곁에 있었거나 여전히 있는 사람들처럼, 내 심장의 귀에 대고 끝없이 속삭였다. 그래서 오래전 내가 부르거나 나를 불러 세웠던 사람들을 꺼내, 그들을 다시 호명하는 인물전을 작년에 열기도 했다.
다시 바람결을 따라가 본다. 내가 본래 바람에서 왔거니 생각하니, 바람결에 몸을 뉘기 쉬워진다. 그 바람이 푸르거나 붉거나 금빛으로 익거나, 그건 다 바다의 심연에서 뒤집히는 작은 모래로부터 시작됐으려니 생각하니, 내 심장에도 반짝 불이 들어오고, 나는 그리기를 멈출 수 없다.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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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안금주의 작품 속 “바다”는 단면의 모습으로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 속의 바다는 언제나처럼 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가 빚어내는 형상은 오늘을 넘어서는 나름의 의지와 고뇌의 흔적이 되고 이상을 향해가는 내일의 징검다리로 남는 것은 그의 작품이 생명이라는 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주는 변화와 감성으로 남아도는 그 모든 것을, 때로는 아이의 꿈결처럼 포근하게 속삭여 내기도 하고, 때로는 하얀 몸짓을 앞세운 드센 노래로 남아돌게 하는 동시에 우리 인간에게로 다가서서 얼음보다 차가운 현실을 제시하기도 하는 안금주의 작업은 자신의 작업을 통한 인간과 자연의 동화와 인간성에의 회귀를 자연스레 꿈꾼다. 거칠지만 정감 있고 곱게 다듬어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펼쳐지는 화면 구성을 가진 그의 바다는 장식적 장치를 가진 여타의 화면들과는 분명히 다른 그 만의 정취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그 만의 색감과 대상의 내면까지 배려한 진솔한 작품세계를 가진 한 사람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