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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규의 봄날
낙원의 사랑 일상의 낙원 득규네 무화과 농장 꿈꾸는 무화과 동산 - 안혜경 낙원의 화가 - 이승미 박득규 인터뷰 - 이승미, 박득규 Prof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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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는 곳은 화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반도의 서쪽 육지 끝에 붙은 화원반도에 바다를 마주하고 작가의 무화과 농장이 있다. 작가가 태어난 고향이자 부모님이 평생 농사로 삶을 일군 곳이다. 화원에서 나고 자라 소년기에 도시로 떠난 작가는 학창기와 청년기 대부분을 보낸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10여 년 전 고향으로 돌아갔다. 도시에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화가에게 전원의 작업실은 그 자체가 꿈과 같은 일이나 고향으로는 선뜻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그림 그리며 살고 싶었다고 한다. 화가의 삶은 집보다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다. 누군들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꿈이 없으랴… 그러나 쉬운 일이란 없다. 꿈은 꿈일 뿐이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고된 일이 시작되곤 한다. 설사 꿈을 실현하였다 해도 꿈은 구현되자 곧 일상이다. 작가는 그림 그리고 농사짓는 화가로 살기 위해 2년의 준비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막상 그렇게 10년이 지나니 농사짓고 그림 그리는 농부 화가가 되어 있었다. 삶은 그대를 속이지 않는다. 검게 그을린 농부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곡식이 자란다고 한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도 매일매일 꾸준히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작업해야 한다. 작업의 절대 시간 작업의 양은 좋은 작가와 비례한다. 농사도 잘하면서 작업도 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밭에 풀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면 붓을 쥐고 앉아있을 여유가 없다. 농사일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에 머리는 하얗게 맑아진다. 무아지경이 따로 없다. 생각의 끈이 느슨해지면 그림도 느슨해진다. 혼자이면서 이기적이지 못하면 더욱 그렇다.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박득규 작가는 그렇게 농부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화원은 이름도 아름답다. 서쪽으로 시아바다라 불리는 바다에 면해 있다. 특히 석양이 아름답다. 이름조차 아름다운 화원에 득규네 무화과 농장이 있다. 무화과나무 2,000주가 해풍을 맞으며 밤이나 낮이나 자라고 있다. 농부를 미치게 하는 고라니와 두더지, 토끼와 새, 뱀까지 함께 살고 있다. 그 녀석들이 먹어 치우고 못쓰게 만드는 무화과가 엄청나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와 닭을 보탠다. 농사일에 점점 식구가 늘어난다. 농사도 동물도 화가에게는 골치 아프고 힘든 일상이다. 그러나 화가는 태어나는 것인가보다. 화가의 무화과 농장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화가의 바다농장도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10여 년의 서툴고 게으른 농사일과 마을 이장 역할 끝에 화가의 농장과 바다는 화가의 작품으로 체화된 작업으로 표현되었다. ● 이승미 (행촌미술관장)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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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그의 그림은 무화과 동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어린아이, 새, 개, 하늘이 어울려 무화과나무 사이에서 제멋대로 놀고 있다. 그는 무화과 농장에서 고단한 일상을 그림 속에서 행복한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쩌면 농장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답답한 도시보다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식을 위해 도시로 가는 사람들로 시골마을에 빈집은 늘어 가는데, 고향집으로 돌아온 화가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무화과는 위쪽지방에서는 낯선 과일이다. 처음 무화과를 맛 본 것은 남도 여행길에 민어 횟집에서 반찬으로 나온 무화과 조림이었다. 무엇인지 몰라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해남에서 작업하면서 처음 생 무화과를 먹었고 무화과나무를 보았다. 두툼하고 짙은 녹색으로 깊이 갈라진 무화과 잎은 햇빛을 잘 받은 건강한 색이다. 새로운 가지가 빨리 자라도록 가지를 친 회갈색을 띤 나무는 건강하고 다부진 체격의 뱃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강하게 보이는 무화과 나무에 열린 과일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잘 익은 무화과는 홍시처럼 조금 세게 만지면 손가락이 쏙 들어가고, 쉽게 무른다. 그러나 잼으로 조림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힘찬 먹선으로 그린 무화과 잎과 나무, 그 속에서 흥겹게 일하고 놀고 쉬는 사람들은 무화과처럼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다. 익을수록 부드러워지는 껍질 속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무화과 꽃이 달고 향기롭게 차곡차곡 쌓인다. 저마다 향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화과를 닮았다. 해남 땅, 화원반도, 짭쪼름한 바닷바람 쐰 득규네 무화과를 국제수묵비엔날레 기간 동안 원 없이 먹었다. 무화과 밭에서 방금 나온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낙원의 맛을 가져왔다. 무화과 동산에서 득규가 그림 그리며 쭉 잘 살았으면 좋겠다.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살았던 무화과처럼 험한 세상, 고단한 일상에서 잘 진화하며 속이 꽉 찬 무화과를 닮았으면 좋겠다. 꽃이 꽉 찬 향기로운 득규네 무화과를 계속 먹고 싶다. 꿈꾸는 무화과 동산을 보고 싶다. - 안혜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