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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 같이 먹도록 하세.”
드디어 죽 솥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하얀 김이 뭉게뭉게 구름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큰 국자로 푹 퍼서 그릇을 채웠습니다. 마당에 앉은 고을 사람들은 하얀 죽을 한 그릇씩 받았습니다. 박지원도 한 그릇 받았습니다. 박지원은 마루에 앉았지만, 앞에는 상도 없었습니다. 고을 사람들과 똑같이 죽 한 그릇을 받은 것이지요. 죽을 다 돌린 것을 보고 박지원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자, 맛있게 먹고 힘을 냅시다.” “원님, 고맙습니다.” 마당에 가득 앉은 고을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고을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한 것은 죽 때문만은 아닙니다. 흉년이 들었을 때 관아에서 죽을 끓여 주는 구휼이야 다른 고을에서도 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감격한 것은 원님이 자기들과 똑같이 죽을 먹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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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 실학자, 연암 박지원
역사 인물 이야기 연암 박지원이 나왔습니다.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였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조부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개인의 출세를 위한 과거시험이나 벼슬길에 관심이 없었던 박지원은 학문 전반을 두루 연구하다가, 1780년(정조 4년) 친척인 박명원이 사절로 청나라에 갈 때 동행하여 랴오둥(遼東), 러허(熱河), 베이징(北京) 등을 지나면서 그들의 실제적인 생활과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박지원은 이때 기록한 《열하일기》에서 청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면서, 아울러 당시 조선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방면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박지원은 많은 저술을 통해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는 ‘실사구시’의 정신을 강조했으며, 예리한 풍자와 독특한 해학이 담긴 한문소설들을 발표하여 타락한 양반계층을 고발하는 한편 근대사회를 내다보는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해냈습니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2004)의 개정증보판입니다. 원고 전체를 새롭게 다듬고 보충했으며, 표지와 판형도 변경했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특징과 구성 위인전이나 인물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적 인물들이 그러하듯, 연암 박지원의 생애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지원이 남긴 많은 글을 통해 그의 삶과 생각들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둘째아들인 박종채가 기록한 《과정록》도 박지원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됩니다. 따라서 《연암 박지원》의 작가는 여느 위인전이나 인물 이야기와 다른 종합적인 서술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책의 1부는 박지원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중시하되, 확인 가능한 사실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2부에서는 박지원이 남긴 7편의 한문소설들을 살피고 있습니다. 《양반전》, 《허생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을 비롯하여 여러 소설들에서 박지원은 당시 사회의 그릇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올바른 삶의 가치들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그밖의 글들을 통해 실학자로서의 박지원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지원이 자신의 글에서 강조했던 것은 ‘옛 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정신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이치를 깨달아야 하며, 공허한 이론과 논리가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어린이의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박지원이 살았던 조선 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후유증으로 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입니다. 양반으로 대표되는 관료층은 혼란된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부족했으며, 부패 또한 매우 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평생을 실천적인 지식인의 자세로 살아가면서,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박지원의 삶과 생각은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전해주는 바가 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