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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역자 후기 작품세계 |
John E. Steinbeck, John Ernst Steinbeck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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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진주를 발견하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것은 하느님이나 세상의 모든 신들이 진주를 찾은 이의 등을 부드럽게 툭 쳐주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중략)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키노에게 집중되었다. 키노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진주를 발견했던 것이다. 진주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이 뒤섞이자 기묘한 검은 찌꺼기가 침전되었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키노의 진주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키노의 진주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며 사색 그리고 음모와 계획, 미래와 소원, 필요와 탐욕, 갈망이 되었으며 그것을 방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키노였다. 그로 인해 키노는 기묘하게도 모든 사람들의 적이 되어버렸다.
(...) 주애너는 돌을 내던지고 키노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키노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뺨에는 길고 깊게 베인 상처가 나 있었다. 주애너는 그를 돗자리 위에 앉히고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치마로 닦아냈다. “키노, 내 말 들려요? 이 진주는 악마예요. 우리를 파멸시키기 전에 우리가 없애버리도록 해요. 돌로 쳐서 부숴버리자구요. 본래 있었던 바다 밑으로 던져버려요. 키노, 이건 악마예요. 악마라구요.” 그녀가 말하고 있는 동안 키노의 눈에는 다시 생기가 돌며 강렬한 빛을 내뿜었고 온몸의 근육과 함께 그의 의지도 단단해졌다. “안 돼. 난 싸울 거요. 싸워 이기고야 말겠소. 결국 우리는 기회를 잡게 될 거요.” 그는 주먹으로 돗자리를 내리치며 말했다. “아무도 우리의 행운을 빼앗아 가진 못할 거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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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주는 악마예요, 악마라구요!”
고결하게 빛나는 진주를 둘러싼 숨막히는 음모와 비극적인 가족사 멕시코의 어느 평화로운 원주민 마을. 주인공 키노는 가난하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소박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진주잡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요람에 누워 있던 어린 아들이 전갈의 독침에 쏘여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다. 끙끙거리는 아이를 들쳐 없고 백인 의사를 찾아 나서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문적박대를 당한 키노. 절박한 심정으로 진주를 찾기 위해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때마침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값진 진주를 발견하게 되고,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그를 멸시하고 외면하던 의사와, 성직자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진주를 향한 탐욕스러운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키노의 가족은 불행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는데...... 퓰리처상,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 짧은 이야기 속에 그의 문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1940년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후 부와 명성을 얻은 스타인벡은, 작가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관심을 두었던 문제에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급격히 산업화되어 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실상에서 부와 인간, 부와 사회, 인간과 사회, 서구와 비서구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멕시코 민화를 바탕으로 쓰인 《진주》는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극한의 상황에 처한 키노에게 진주는 더없이 큰 행운으로 다가왔지만,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타인벡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로써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냉엄한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야기 구조나 등장인물에 집중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상징들을 헤아려 본다면 《진주》가 스타인벡의 어느 작품들보다 깊은 함의를 띤 수작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불러온 아름다운 저주 “진주를 발견한 것은, 큰 축복이자 불행의 시작이었다!” 《진주》는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라 할 수 있는 탐욕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스타인벡은 진주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타인벡은 짧은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자주 이야기되고 있으며 그들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는 우화라고 소개한다. 이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이고도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비싼 진주,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구분되지 않는 탐욕을 통해,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성과 부끄러운 자화상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본문 내용을 실감나게 묘사한 일러스트를 곳곳에 삽입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더욱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