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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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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아파트 청소를 끝내면 가기 전에 피아노를 칠 짬이 잠깐이라도 날 것이다.
그녀는 방문을 열었지만 문간에서 얼어붙었다. 그가 있었다. 그 남자야! 그가 엎드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큰 침대에 나체로 널브러져서. 그녀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매료되기도 해서 마룻바닥에 발이 붙어버린 것처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 그가 움직거렸다. 등 근육이 꿈틀거리고 눈꺼풀이 열리더니 초점이 없는 연초록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알레시아는 숨이 턱 막혔다. 저 남자가 자기를 깨웠다고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자세를 바꿔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편히 누워 다시 잠이 들었다. 그녀는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Shyqyr Zotit(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p.40~41 내 집 복도에 서 있는 이 수줍은 존재는 누굴까? […] 기억 속의 어떤 이미지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점차 선명해지면서 침대 옆을 서성이는 푸른 옷의 천사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그게 이 여자였다고? 지금 그녀는 복도 바닥에 발이 붙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창백해진 천진한 얼굴로, 눈은 아래로 내리깔고서. 빗자루가 없으면 날아갈 듯이 빗자루를 움켜쥔 손에 점점 힘을 주는 바람에 손가락 관절은 갈수록 창백해졌다. 머리카락을 싸맨 수건은 지나치게 커 보였고, 구닥다리 나일론 작업복은 그녀의 작은 체구 위에서 흐물거렸다. 정말 뜬금없이 나타난 여자였다. “누구?” 나는 다시 물었지만 그녀가 놀랠까봐 조금 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 p.69 정신없이 달렸다. 인생 최고 속도로. 기록을 경신하며 러닝머신 위에서 8킬로미터를 달렸는데도 새 청소부와 나눈 대화가 여전히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등신. 등신. 등신. 몸을 숙여 양손을 무릎 위에 얹고 숨을 골랐다. 나는 지금 그 빌어먹을 청소부로부터 달아나는 중이다. 그녀의 커다란 갈색 눈망울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부르든 그녀는 청소부일 뿐인데. 아니. 나는 그녀에 대한 나의 반응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 p.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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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해 아는 건
청소부라는 것, 여태껏 만난 여자들과 다르다는 것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온 맥심은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문의 막대한 부와 작위, 그리고 막중한 책임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건 파탄난 자유가 아닌 그저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도 그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그녀, 알레시아다. 그녀로 인해 규정할 수 없는 열정과 갈망에 휩싸인 그. 수수께끼로 가득한 알레시아는 그러나 낯선 남자의 방문 이후 사라져버린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숨 막히게 하는 욕망과 미스터리의 롤러코스터 2019년 런던, 맥심은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문의 막대한 부와 백작 작위, 그리고 막중한 책임을 물려받는다. 형수이자 학창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캐럴라인을 위로하다가 그만 잠자리를 한 그는 자신의 나약함과 무절제함이 저주스럽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놀이와 같은 삶을 살아온 그를 괴롭히는 건 정작 파탄난 자유도, 형수와의 부적절한 관계도 아닌 그저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도 그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청소부 알레시아다.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규정할 수 없는 열정과 갈망에 휩싸인 맥심. 수수께끼로 가득한 알레시아는 그러나 이민국 직원이라 주장하는 낯선 남자들의 방문 이후 사라져버린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그레이였다면 『미스터』에서는 알레시아라는 여성이 그 역할을 맡았다. 동유럽 국가 알바니아에서 영국으로 밀입국한 그녀는 남루한 옷차림에 독특한 영어 억양을 지녔다. 템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맥심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알레시아는 어느 날 그가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너무나 완벽하게, 너무나 아름답게. 일회성 관계밖에 몰랐던 맥심은 왜 알레시아에게 끌리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그는 그녀로 인해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 불법 체류자의 어려움이나 보수적인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 부의 편향으로 인한 불평등 등 영국은 물론 유럽을 들끓게 하는 문제들과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알레시아를 알아가게 된다. 『미스터』는 이제 막 백작이 된 남자와 비밀투성이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문화권에서 평생을 살아온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상대를 위해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이며 모든 이가 바라는 사랑의 본모습이다. 『미스터』는 사랑을 믿는 이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헌사이자 달콤한 휴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