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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작품 소개: 당신 삶의 마지막 안식처, 인육 시장 - 정보라 작가 소개: 체코 문학 혹은 모든 문학의 가장 무자비한 안티유토피아 - 야로슬라프 올샤 주니어 |
Bora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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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시장에 들어간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건 들어가자마자 깨달았어야 했다 ─ 깨닫고 물러났어야 했다. 사실은 그럴 생각도 해 봤지만, 허기와 피로, 그리고 이 흘러넘치는 고기 사이를 걷고 싶은 열망이 이성보다 강했다.
그때까지는 고기 카드가 한 장도 없었다. 만약에 경찰이나 아니면 푸주한이 나를 붙잡아 그 사실을 확인했다면 끝장이었을 것이다. 그런 건 나 자신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어떤 말로 둘러대도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고, 시장의 고기를 넘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는 것, 훔칠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설명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법규는 분명했다. 시장에서 카드 없이 고기에 손을 대는 사람은 모두 도살된다. 그래도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검문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없이 조심스러워야 했다. 가장 안전한 곳은 일급실일 것이다. 여기서 카드를 고기로 바꿔 가는 사람들은 검문조차도 특별히 면제되었다. 대단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카드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경찰도 너무 귀찮게 할 용기는 내지 못하는 것이다, 최소한 여기, 시장의 일급실 안에서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기서도 또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갑작스럽고도 철저한 검문을 실시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곳이야말로 이론상으로 절대 검문을 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잘 알고 있었다. 카드가 한 장도 없는 나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일급실을 악용하면서, 여기서는 괜한 눈길을 끌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운이 좋으면 뭔가 슬쩍할 수도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버티는 것이다. 게다가 일급 고기를 가진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한 일이다! 완전히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데다, 죽은 시체에서 나온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급실은 사실 넓지 않았고 이급이나 삼급실보다는 확실히 작았지만 여기 고기는 정말로 완벽했다. 여기서 음식을 구해 갈 형편이 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일급실에서 고기를 바꾸려면 카드를 많이 써야 했지만, 진짜로 여기서 장을 볼 형편이 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이급실은 확연히 더 넓었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급실 안에는 사실 신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살해서 얻은 것이 확실한 고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일급실에서 팔리지 않아서 곧 상하기 시작할까 싶은 고기를 공급받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살해서 얻지 않은 고기도 있었다. 그러니까 시체에서 나온 고기지만, 그래도 신선하다. 이급실에서 장을 보는 경우는 일급실보다 흔했고 그래서 이곳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고객, 푸주한, 그리고 경찰들. 왜냐하면 이급실은 너무나 붐벼서 종종 여러 가지 절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고, 또한 그래서 이곳의 경찰과 푸주한들은 일급실보다 훨씬 더 자주 더 꼼꼼하게 검문을 실시했다. 카드 없이 이곳에 들어오는 만용을 부리는 사람은 틀림없이 잡힌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에는, 소위 가난한 등급이라고 하는 삼급실과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간쓰레기들, 최저질의 인간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대부분이 경찰이나 푸주한들과 잘 알고 지내서 주머니에는 카드를 최소한 한 장, 많아봤자 몇 장 지녔을 뿐이지만 하루에 몇 번이나 검문을 당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이런 사람들을 시장에서 쫓아내지 않았고, 경찰은 심지어 이런 사람들을 좋게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이런 인간쓰레기들은 경찰이 카드가 없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눈여겨보게 해서 붙잡도록 도와주는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나 푸주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인간쓰레기들이 보호받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들 중 누군가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카드가 없어진 상태에서 검문을 받아 그런 사실이 드러나면, 시장에서 카드 없이 붙잡힌 다른 모든 시민과 마찬가지로 도살을 면할 수 없었다. 인간쓰레기들이 어떤 방법으로 카드를 얻는지 나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시장을 한 번도 떠나지 않거나 대체로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시장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은 아주 짧다는 게 확실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카드를 구할 시간을 내는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다 해도, 언제나 기운을 잃지 않게 해줄 고기 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은 분명히 그 카드를 여기 시장에서 직접 구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인간쓰레기들의 서비스 덕분에 고기가 떨어질 염려를 하지 않게 된 푸주한이 그런 서비스를 고맙게 여겨서 카드를 주는 것으로 보상하는 것 같았다. 인간쓰레기들은 비록 이런저런 방식으로 경멸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푸주한들의 동업자였고 경찰의 동업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틀렸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은 훨씬 더 간단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쓰레기들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서 훔쳐내는 방법으로 카드를 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훔치는 것은 보기보다 훨씬 더 안전했다. 시장의 고기를 훔친 죄로 붙잡힌 사람들은 도살을 당하게 된다. 그럴 의도가 있다는 의심만 받아도 죽음을 당한다. 그런데 장을 보러 온 개인의 카드를 훔치면 처벌을 받지 않았다 ─ 최소한 항상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도둑질을 당한 사람이 자기 카드를 돌려달라고 요구한다면, 카드를 잃었다는 사실을 푸주한이나 경찰이 알게 된다면, 그 사람 자신이 검색을 당하게 된다. 만약 카드를 전부 도둑맞는 일이 벌어진다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면, 처음부터 카드 없이 시장에 들어온 경우와 같은 결과가 된다 ─ 바로 시장에서 고기를 훔치려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때때로, 아주 드물기는 해도, 고기가 정말로 부족할 때는 도둑질을 당한 운 나쁜 사람뿐 아니라 도둑질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랑자까지, 주머니 가득 카드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도살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 그런 일도 일어났다. 그 모든 경우에도 불구하고 부랑자들이 그런 방법으로 카드를 구한다고 감히 확실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자기 카드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부랑자를 동정하는 사람에게서 얻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쓰레기들은 시장에서 구걸도 좀 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카드를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돌아다니는 부랑자에게 쓰라고 자발적으로 내줄 사람이 없긴 하다. 카드를 충분히 가진 사람은 그보다는 인간쓰레기들에게 출입이 금지된 일급실에서 고기를 바꾸는 쪽을 택했다. 물론 때때로 그곳에도 인간쓰레기가 숨어드는 일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그런 부랑자들은 경찰이나 푸주한에게 얼굴이 알려지거나 처벌을 받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주머니에 카드가 한 장도 없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일급실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쉬웠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고 부랑자로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간단했던 것이다. …(하략)…. --- pp. 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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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대사와 공동기획한 다섯 번째 체코 문학선!
체코, 캐나다, 독일, 폴란드, 프랑스에 이어 아시아 최초 번역 출간! 행복한책읽기와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대사가 함께 기획한 다섯 번째 체코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16편의 단편을 모은『프라하ㆍ작가들이 사랑한 도시』를 시작으로, 이바나 보즈데호바 카렐대학교 교수가 체코 근현대문학의 대표작만을 엄선한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SF평론가이자 체코 최초의 SF팬진 『이카리에』를 창간하기도 한 야로슬라프 올샤 주니어 주한 체코대사가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 및 국내 최고의 SF번역가들과 함께 만든 체코 SF걸작선 『제대로 된 시체답게 생각해!』, 출간된 지 15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체코 국민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얀 네루다의 대표작 『말라스트라나 이야기』 등을 출간한 행복한책읽기에서, 세계문학사상 가장 무자비한 정치 호러 소설로 손꼽을 수 있는 마르틴 하르니체크의 『고기 ? 어느 도살자의 이야기』를 캐나다, 독일, 폴란드, 프랑스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번역,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공산정권 통제 하의 체코슬로바키아를 비판하기 위해 쓴 정치 호러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은 종말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핵전쟁으로 파괴거나 바이러스 이상으로 좀비가 들끓는 암흑세계에 대한 소설도 아니다. 이 소설은 끔찍할 정도로 빈틈없이 통제된 어느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범죄에 대한 처벌이 단 하나, 도살뿐이다. 절도나 폭행으로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된다. 경찰에게 저항해도 곧바로 도살된다. 두 사람 이상 모여 대화를 나누어도 도살된다. 소란을 피워도 도살된다. 그리고 시장에 고기가 부족한 날이면, 별 이유 없이도 도살된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인육, 사람의 고기뿐이기 때문이다. 고기는 도시에서 지급하는 카드를 받아 교환할 수 있다. 카드 없이 시장에 들어섰다 잡히면 그 자리에서 도살되어 일급 판매대에 오른다. 일급실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상하기 시작하는 고기는 이급실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완전히 썩도록 팔리지 않은 고기는 삼급실로 넘어간다. 삼급실의 고기마저도 카드 없이 넘보다 걸리면 도살된다. 어쩌면 지금 여기, 자본주의의 첨단을 사는 우리 삶에 대한 메타포! 고기를 굽기 위한 땔감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도시에 땔감으로 쓸 만한 나무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나무가 썩어 다 쓰러져가는 하층민들의 목조건물뿐이다. 집을 지키기 위한 철거민들의 저항은 범죄로 간주된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범죄다. 철거 현장을 떠나려는 시도도 수상한 예비 범죄로 간주된다. 처벌은 도살뿐이다. 그 자리에서 도살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없어야 한다. 그 외에는 모두 도살이다. 이 소설은 종말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이 도시에서 목숨을 연명해 가는 한 사내의 이야기다. 이 사내가 겪는 이야기는 잔혹하고 끔찍하며 무자비하다. 그리고 결말은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 추천글 “첫 장부터 급격히 빠져드는 엄청난 흡입력, 한번 접한 사람은 이 책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체코문학에서는 물론이고, 유럽문학 혹은 세계문학사상 가장 잔혹하고 끔찍하며 무자비한 정치 호러 소설!” ―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대사) “『고기』는 절박함과 작품 자체의 강렬함이라는 측면에서 이제까지 읽어본 소설 중 최고에 속한다. 대체 끝이 어떻게 될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너무너무 궁금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무서워서 끝을 미리 볼 수가 없었다. 결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자비했다.” ― 정보라 (소설가,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