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물건을 버려야 한다
기모노 의류 종이 주방 영상 음향 기기 생활용품 신발과 가방 다시 기모노 책 저자 후기 |
Yoko Mure,むれ ようこ,群 ようこ
무레 요코의 다른 상품
박정임의 다른 상품
|
설레는 물건들로 채운 집인걸…
‘집은 취향을 담는 공간이다’라는 말처럼 무레 요코는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을 가득 채웠다. 작가답게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어른 키 높이의 책장에 책이 가득 찰 정도였고, 제 손으로 돈을 벌면서부터는 퇴근길 매일 서점에 들러 책을 대여섯 권씩 사서 귀가할 정도였다. 방에 1미터 이상 되는 책 기둥이 몇 개나 세워질 정도라 “책 좀 그만 사”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결국 독립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책 처분을 위한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친 몇 권의 책만 남겨 책장에 딱 한 줄씩만 꽂겠다며 필요한 페이지만 스크랩하기, 도서관에 책 기증하기, 모닥불에 책 불태우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도 있지만 무레 요코는 그 나름 설레는 물건뿐이라며 애써 소중한 물건들을 정리해간다. ‘그거 괜찮다던데…’라며 사 모은 조리도구도 자주 쓰는 것만 남겨두고, 하나둘 사 모은 예쁜 식기도 혼자니까 3인용만으로 충분하다며 그 수를 줄인다. 나이들어 자연스럽게 체형과 취향이 변해 옷이나 신발, 가방 등도 계절, 목적, 사용 빈도에 따라 도표로 정리해 손이 안 가는 제품은 바자회에 보내거나 주변에 나눠준다. ‘언젠가 쓸지도 몰라’ 하며 출력해둔 다양한 인쇄물 또한 귀여운 동물 사진만 제외하고는 정보만 활용한 뒤 바로 버리겠다고 노선을 바꾼다. 불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조금씩 처분하면 좋을 텐데 그걸 끌어안고 지내니 집이 창고가 된다. 하지만 내 집이 아닌 여기서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기대하고 있다. 그때가 대량으로 물건을 처분할 기회다. 그렇지만 그때가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마냥 손놓고 지낼 수도 없으니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절대로 쌓아두지 않고, 전단지나 팸플릿은 그때그때 잘 처분하니 다른 물건도 그럴 수 있을 텐데도, 썩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물건, 그리고 조금 무거운 물건은 처분할 의욕을 잃는 듯하다. ‘온실 속 화초도 아닌 주제에’ 하며 나에게 화가 난다. _128쪽 “이 많은 걸 대체 어쩌지.” ‘어차피 나중에 쓸 거니까’ 세제나 청소용품 등을 세일할 때 쟁여두기도 하고 ‘어차피 배송료가 드니까’ 인터넷 쇼핑을 하며 여러 개를 한꺼번에 주문하기도 했다.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지 않아 사라진 물건을 새로 구매하면 그제야 뜬금없는 장소에서 찾아 여분이 생기기도 하고, 새것으로 교체했으나 업체에서 수거해가지 않은 청소기나 노트북, DVD 플레이어 등도 방치해뒀다. 그 결과, 고양이와 단둘이 방 세 개에 베란다까지 쓰는데도 방마다 물건으로 꽉 차 있다. ‘언젠가 이사할 테니 그때 한꺼번에 버려야지’ 하며 차일피일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작은 집으로 옮길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1층 쓰레기 집하장에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예순이 넘으니 괜히 허리를 삘까봐 두려워 자꾸 미루게 된다. 그래도 조금씩 비워 이제 좀 짐을 줄였나 하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어머니가 재활병원에 들어가며 남긴 물건을 떠안게 된 무레 요코. 그의 미니멀라이프를 향한 좌충우돌 일상이 『욕망과 수납』에서 유머러스하고도 신랄하게 그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