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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버지를 잃다
1장 자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2장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의 습득 3장 죽음에의 욕망 4장 자살의 의미와 인구별 분포 5장 유전학, 신경생물학, 정신장애가 자살행동에 수행하는 역할 6장 위험 평가, 위기중재, 치료, 그리고 예방 7장 자살 예방과 연구의 미래 에필로그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주석 참고자료 찾아보기 |
Thomas Jo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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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란 나약함의 표상이자 수치스러운 행동이라는 관념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아버지는 어떤 의미로도 나약한 분이 아니셨고, 오히려 육체적 고통에 익숙한 듯 금욕적 강인함을 발산하시곤 했다. --- p.16
내 심연에는 아직도 깊은 슬픔의 우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이제 보다 일반적인 성격을 띤다. 다시 말해서 내 아버지에 한정된 것이라기보다는, 바로 내일이면 또다시 전 세계 2,500개 가정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자살로 잃는, 여러 해 전 우리가 겪었던 그 아픔이 재현될 것을 생각하면서 가슴 아리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과학과 임상의학의 발전은 사람들을 자살로부터 구하고 자살자 유가족의 수를 줄여줄 수 있다. --- p.23 그런데 과연 번개는 얼마나 치명적인 것일까? 다시 말해서 번개에 맞아죽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1980년부터 1995년 사이에 미국에서 낙뢰??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한 해 평균 80명쯤이었던 반면, 같은 기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하루에만도 80명이 넘었다. --- p.37 2004년 5월 26일, 블랙웰더는 동료 죄수 레이먼드 위글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 수많은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은 뒤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살던 블랙웰더는 자신이 위글리를 목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하고 1급 살인혐의에 유죄를 시인한 뒤 모든 항소권을 포기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살하고 싶지만 차마 감행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블랙웰더에 따르면(물론 신뢰할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수많은 성범죄는 말할 나위도 없고) 할 만했던 반면 자살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 p.66 어린 시절의 육체적 학대, 그리고 특정 형태의 성적 학대는 다른 형태의 학대(아동방임이나 언어 학대)에 비해 치사성 상승이라는 결과와 더욱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그 이유는 이들이 통상 다른 형태의 학대보다 육체적으로 더욱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고통스러운 형태의 아동 성적 학대는 자살경향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 p.83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이 공포가 침식될 때 행동 및 심리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행동 측면에서 죽음의 두려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극단적인 형태의 자해 능력을 갖게 되고, 심리적 측면에서 죽음을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북돋워주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죽음에 극도로 익숙해져서 더 이상 혐오감을 느끼지 않고 나아가 죽음을 고통과 괴로움을 사라지게 해주는 존재이자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간주하며 매혹될 때만 발생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 p.113 스스로를 타인들에 대한 짐으로 보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지니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느낌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무능함이 타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유발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린다. --- p.122 좌절된 소속감과 짐이 된다는 느낌이 분리되어 있을 경우 죽음에의 욕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동시에 일어나면 이 욕망을 촉발한다. 거기에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습득된 능력이 더해진다면 죽음에의 욕망은 심각한 자살기도 또는 자살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 p.165 남성의 자살이 더 치명적인 것은 그들이 치명적인 자해 능력을 더 많이 습득한 데서 일부 기인한다고 나는 믿는다.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능력을 습득한다. 그들은 총기나 몸싸움, 권투나 풋볼처럼 난폭한 운동과 자가 약물투입 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의사가 될 확률도 평균적으로 더 높다. 또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소속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인 관계적 가치를 저버릴 확률이 낮기 때문에 자살사망률 역시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p.188 수태의 순간에 아기의 미래 전체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향방의 일부는 확인될 수 있다. 유전자는 세로토닌시스템을 포함한 신경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충동성과 같은 인성 특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의 주된 결로는 세로토닌시스템이다. 유전학, 신경생물학, 인성은 한 개인의 인생 경험과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치를 비롯한 유년기의 불행한 경험은 특히 취약한 사람에게 있어 훗날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를 높인다. (…) 이러한 여러 줄기가 한데 만나 사람들이 치명적 자해 능력을 습득할 것인지, 타인들에게 짐이 된다고 느낄 것인지, 소속감을 느끼는 데 실패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태를 시작으로 일생에 걸쳐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삶의 경험을 통해 전개되는 일련의 부정적 과정들이 최고조에 이를 때 치명적인 종점에 달하게 된다. --- p.240 이 책의 이론모델은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도가 낮다는 느낌을 강조한다. 유가족들로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느낌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고통스러울 것이다. (…) 자살이라는 비극이 내포하는 특별한 성질을 한 가지 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이 느낌들은 치명적이지만 적절한 치료로 교정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자살로 인한 죽음이 다른 사유로 인한 죽음과 달리 이해될 수 없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특성을 지닌 비극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암은 종류에 따라 현재의 의술로는 죽음으로의 경로를 되돌리기가 불가능한 데 반해 자살의 경우는 그 경로를 충분히 되돌릴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야말로 더할 수 없이 끔찍한 비극이다. --- p.267 거의 300년 전, 볼테르는 카토의 자살을 묘사하면서 이 책이 제시하는 이론모델의 측면들을 미리 보여주었다. 볼테르의 언명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자살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효능감과 유대감이란 면에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만이 자연 최강의 본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 책은 어떤 사람들로 하여금 치명적인 자해 능력을 습득하도록 하고 또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도록 하는 그 비극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 p.274 아버지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느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은 채 혼자 보내셨다는 것이 슬프다. 아버지가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 전체로부터 버려졌다는 (잘못된) 생각을 안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슬프다. 어머니와 여동생들과 내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다 진실을 발견하고 더욱 괴로웠던 것이 슬프다. 한 가닥 의식이 남아있던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뒤늦게 그 결정을 뉘우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아버지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셨다는 것이 회한이 된다. --- p.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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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단번에 바로잡은 21세기의 고전
학계와 독자의 폭발적 공감 속에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다!!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사람들은 망연자실하며 질문할 수밖에 없다. “혹시 내가 미리 알 수는 없었을까? 이 죽음을 막기 위해 내가 뭔가 할 수는 없었을까?” 죄책감과 더불어 “왜, 그는 왜 이 방법을 택했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책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의 저자이자 자살학의 대가인 토머스 조이너도 그랬다.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전도유망한 심리학자의 길을 택했던 그는 대학원생 시절 아버지를 자살로 여의었다. 막막한 슬픔 속에서 그는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자살자의 유족에게 쏟아지는 숱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그의 앞에는 이미 몇 개의 자살이론이 있었지만 그 무엇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성공한 남자였다. 치열하게 일에 매달려 30대 중반에 남부럽지 않은 돈과 명예를 얻었고, 미모의 아내와 장성한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아버지가 새벽녘 홀로 집을 나가 세상을 등진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수천 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 과학과 임상의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제 자살은 조이너에게 개인적 슬픔인 동시에 치열하게 탐구해야 할 직업적인 과제가 되었다. 그는 기존 이론들에 과감히 도전하는 한편 임상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쉬지 않고 청취했다. 맹렬한 연구와 학제간 영역을 넘나드는 실험을 거쳐 실증 가능하며 임상현장에서 믿고 의지할 만한 자살이론을 정립하는 데 매달렸다. 그 십수 년의 공부를 집대성한 결과물이 이 책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이다. 젊은 심리학자 조이너, 학계에 파란을 일으키다 이 책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는 토머스 조이너가 지난 2005년 출간해 자살에 관한 대중의 시각 및 향후 자살행동 연구 방향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문제작이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온하게 여겨지던 풍토 속에서 조이너는 전공인 임상심리학은 물론 유전학, 신경생물학, 정신분석학, 여타 인문사회학의 도구를 총동원해 ‘자기 살해’라는 범상치 않은 행동의 안과 밖을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조이너는 자살에 관한 우리의 무지를 환기시키고 기존 자살론이 지닌 강점과 한계를 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전적 의미로 자살은 ‘고의로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이다. 참으로 간명한 정의이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가령 2001년 9월 11일 월드트레이드센터 고층에서 쏟아지는 화염을 견디다 못해 몸을 던진 수십 명의 사람들은 어떤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으며 스스로의 죽음까지 초래한 테러범들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 가미카제 특공대원이나 존스타운 사건 등 컬트교단의 집단자살은 자살인가 아니면 망상적 정신병자들이 자행한 대량 살인인가? 조이너는 기존의 자살론이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을 하는 한편 정신장애나 나이, 성별, 태생적 기질과 성장환경 등 상이한 요소들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자연 최강의 욕망인 ‘자기보존 본능’마저 뿌리치게 만드는 죽음에의 소망은 어디에서 나올까? 조이너에 따르면 이 욕망은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이 더해질 때 자기 살해라는 극단의 불행이 일어난다.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 자살 욕망을 키우는 두 가지 요소!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은 자살 욕망을 싹틔우는 물과 바람이다. 우리는 누구나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스스로가 유용한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이 두 가지 기층욕구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 욕구가 좌절되어 스스로 쓸모없는 나머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느낀다면? “코트니, 내가 없어서 훨씬 더 행복할 프랜시스와 그 아이의 인생을 위해 기운을 내주기 바라오.” (록그룹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이 아내에게 남긴 유서). “나는 아주 나쁜 인간이었어요. 이제 여러분들은 모두 나 없이 살 수 있게 됐어요.” (감전 자살한 10대 소녀의 유서). “이제 나는 다리까지 걸어간다. 도중에 누군가가 내게 미소를 지어준다면 나는 투신하지 않을 것이다.”(금문교에서 투신자살한 남자의 유서). 자살행동을 감행한 사람들의 유서에서 흔히 발견되는 효능감과 유대감 좌절의 쓰디쓴 흔적들이다. 불편한 사실이지만 효능감과 유대감이 자살행동에 끼치는 역할은 여러 문화권의 역사에서 구체적이고 분명한 형태로 드러난다. 세인트로렌스 섬의 유이트 에스키모에게는 병약하거나 노쇠하여 집단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회의 공식 재가를 받은 의식 자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다. 고대 스키티아에서는 노쇠하여 유목생활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되면 자살하는 것이 큰 명예로 받아들여졌고, 그리스 케오스 섬에서 예순이 넘은 사람은 다음 세대를 위해 헴록 독약을 마시고 자살해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조이너는 집단주의가 성한 아시아의 높은 자살률, 경제적 불황기에 남성의 자살률이 치솟는 현상, 주요 국가대항전이나 연고지 프로 스포츠팀이 승리를 거둔 직후 자살률이 낮아지는 현상, 우울증을 겪는 말기암 환자들의 자살행동 저변에 깔린 심리 등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이 자살 욕망을 싹 틔우고 키워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해낸다. ‘치명적 자해를 가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 극단적 불행을 부르는 무기! 사실 우리 대다수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크든 작든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자살행동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그들 중 자살에 성공하는 수는 훨씬 적다. 치명적 자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극단적 행동까지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 단절이 가족과 의료진의 위기중재 노력을 통해 치유되기 쉬운 반면 치명적인 자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장기간에 걸쳐 학습되고 치료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경험을 통해 부상과 고통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대조표준에 비해 훨씬 높은 자살경향성을 보인다. 경험을 통한 친숙화 및 반대과정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저자의 아버지 역시 평생에 걸쳐 수많은 고통과 부상을 겪으며 자해에 익숙해진 상태였다(그는 또한 오랫동안 기분장애를 앓았다). 커트 코베인이나 시인 실비아 플라스, 가수 핑크 등 유명인의 자살도 이와 같은 자해경로를 밟으며 진행되었다. 수술이나 마약중독 전력을 지닌 사람이 훨씬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이유, 스카이다이빙이나 격투기처럼 격렬하고 도발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높은 자살률, 자살기도에서는 여성의 3분의 1에 불과한 남성이 오히려 훨씬 높은 자살성공률을 기록하는 현상, 젊은층보다 노년층의 자살률이 높은 까닭, 일반 사무직보다 의사에게서 자살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다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자살을 우리시대 핵심 연구과제로 불러들이다 조이너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자살 관련 사실들을 규명하기 위해 수백 건의 의료기록은 물론 자살기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하는 자살행동 직후의 극심한 후회와 두려움, 문학작품과 서로 다른 문화권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 자살을 부추기는 인터넷사이트 등을 망라해 탐조들을 들이댄다. 그리하여 자살 욕망이 일어나는 과정, 세로토닌 수송체 결함 등 유전적 영향, 환경 요인이 복잡하게 덧붙여진 병리학적 진행방식, 위기중재와 예방책, 자살학의 미래까지 폭넓게 조망하는 데 성공했다. 임상 현장을 지키는 과학자의 자의식과 자살로 생을 마친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시시각각 교차하는 이 책은 19세기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던 학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고, 두렵고 껄끄러운 문제로만 치부되던 자살을 주목해서 연구해야 할 우리시대의 핵심 과제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나아가 자살 욕망에 시달리는 수많은 독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감성적으로 어루만지며 하버드대 출판부가 펴낸 학술서로는 이례적으로 대형서점의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자살공화국 대한민국, 더 늦기 전에 자살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821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중 43.6명이 목숨을 잃는다. 자살은 10~30대의 사망원인 1위이며, 특히 60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60명 이상으로 위험수위를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뉴스에서는 오늘도 청소년 자살을 ‘과도한 성적 부담’과 ‘학교 폭력’ 탓으로, 노년층 자살 급증 현상을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노후 불안’ 때문으로만 돌리며 알량한 지원책 운운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자살이란 질병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우리를 위해 씌어졌다. 자살로 아버지를 잃고 그 자신 유전적으로 세로토닌시스템 장애를 지닌 조이너는 자살사망의 0.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낙뢰사고나 금문교 위의 자전거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돈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자살로 인한 죽음에는 침묵하는 것을 볼 때 좌절한다. 오늘이고 내일이고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그를 사랑했던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오해와 편견 속에서 겪어낼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 아리는 통증을 가누기 힘들어진다. 그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기 위해 그는 이 책을 썼다. 쉴틈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가슴 벅찬 효능감과 유대감은커녕 푸슬푸슬 날리는 쌀마냥 윤기 잃은 모습으로 외로움에 빠지기 쉬운 시대. 명료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우리 안의 가장 깊은 곳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팍팍한 삶의 현장에서 잔뜩 꼬여있던 감정의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면서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묘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