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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마음의 정치학 3
제11편 고자 상 告子上 11:1. 사람을 제작할 것인가, 교육할 것인가 … 13 11:2. 인성은 ‘절대적으로’ 선하다 … 19 11:3. 사람은 짐승과 다르다 … 25 11:4. 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 31 11:5. 의는 마음 안에 있다 … 40 11:6. 성선설 … 45 11:7. 성인도 같은 인간이다 … 54 11:8. 잡으면 있고, 놓으면 없는 것 … 61 11:9. 교육의 딜레마 … 68 11:10. 사생취의 … 77 11:11. 집 나간 개는 찾으면서 마음은 찾을 줄 모르누나 … 88 11:12. 존엄과 비루, 둘 중 하나를 택하라 … 91 11:13. 나무는 기를 줄 알면서 몸은 키울 줄 모른다니 … 93 11:14. 작은 것에 연연하여 큰 것을 잃지 말라 … 96 11:15. 뜻을 먼저 세워야 한다 … 102 11:16. 하늘의 벼슬, 사람의 벼슬 … 107 11:17. 조맹이 준 벼슬, 조맹이 회수한다 … 112 11:18. 사이비의 죄악 … 116 11:19. 숙성에 사활이 걸려 있다 … 119 11:20. 사람다움부터 가르쳐라 … 122 제12편 고자 하 告子下 12:1. 비교하기 전에 경중을 헤아리라 … 127 12:2. 내 주변에 진리가 숨 쉰다 … 134 12:3. 사랑의 기술 … 139 12:4. 포퓰리즘과 여민주의 사이 … 152 12:5. 선물과 뇌물의 차이 … 161 12:6. ‘소피스트’와의 두 번째 대결 … 167 12:7. 왕도와 패도, 춘추와 전국 … 180 12:8. 반전?평화주의, 소국주의 … 196 12:9. 지금은 변혁의 시대! … 207 12:10. 중우 정치 대 여민 정치 …213 12:11. 우임금의 치수, 백규의 치수 … 220 12:12. 강요된 약속은 신이 듣지 않는다 … 226 12:13. 호선하면 천하도 너끈히 다스린다 … 230 12:14. 진퇴의 처신 … 240 12:15. 우환 속에 살길이, 안락 속에 함정이 있다 … 245 12:16. 침묵도 가르침이 된다 … 251 제13편 진심 상 盡心上 13:1. 마음, 사람, 하늘 … 257 13:2. 바른 운명, 그른 운명 … 266 13:3. 마음속에 하느님이 계신다 … 274 13:4.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 277 13:5. 맛 모르고 밥 먹는 자가 많구나 … 281 13:6. 인간의 조건 … 283 13:7. 기능주의의 위험성 … 288 13:8. 군주의 길, 선비의 길 … 292 13:9. 유세객의 마음가짐 … 296 13:10. 호걸, 캄캄할수록 빛나는 작은 별 … 301 13:11. 개결한 선비 … 303 13:12. 살게 해주면 죽어도 따른다 … 305 13:13. 포퓰리즘을 거부한다 … 307 13:14. 여민 정치 방법론 … 311 13:15. 양지양능 … 316 13:16. 먹구름 틈으로 파란 하늘을 발견하다 … 324 13:17. 평범 속에 진리가 있다 … 328 13:18. 고난이 사람을 성취하게 한다 … 330 13:19. 정치가의 네 가지 유형 … 333 13:20. 권력과 교양을 분리하다 … 338 13:21. 군자의 얼굴은 해맑고, 등짝은 빛난다 … 343 13:22. 맹자의 꿈, 문왕 모델 … 346 13:23. 왕도 정치의 물적 토대 … 352 13:24. 물길이 공부 길이다 … 355 13:25. 순과 도척의 차이 … 364 13:26. 중용이란 무엇인가 … 367 13:27. 마음을 목마르게 하지 말라 … 372 13:28. 유하혜의 개결함 … 374 13:29. 길을 가려거든 끝까지 가라 … 376 13:30. 왕자 대 패자 … 381 13:31. 이윤의 뜻 … 383 13:32. 군자는 공밥을 먹지 않는다 … 386 13:33. 선비는 무엇으로 사는가 … 390 13:34. 인간은 관계다 … 397 13:35. 순임금의 아비가 사람을 죽였다면 … 400 13:36. 좋은 환경을 ‘선택’하라 … 412 13:37. 마음 없는 선물은 뇌물이다 … 415 13:38. 신체의 본능, 마음의 본성 … 419 13:39. 왜 삼년상인가? … 421 13:40. 맹자의 부러움 … 426 13:41. 위하여 가르치면 제자를 망친다 … 431 13:42. 사람 말고 진리에 충성하라 … 436 13:43. 제자로 삼지 않는 경우 … 439 13:44. 나아감이 날카로우면 물러남이 빠르다 … 441 13:45. 차등애 … 444 13:46. 사랑의 경제학 … 448 제14편 진심 하 盡心下 14:1. 불인한 아비, 불의한 군주 … 457 14:2. 『춘추』 독후감 … 461 14:3. 『서경』 독후감 … 464 14:4. 혁명은 교정이다 … 472 14:5. 정교함은 가르칠 수 없다 … 475 14:6. 요임금의 안목 … 478 14:7. 한 칸의 사이 … 482 14:8. 본말전도 … 485 14:9. 몸이 말을 한다 … 487 14:10. 위기를 면하는 법 … 490 14:11. 균열에서 속살을 엿본다 … 492 14:12. 정치의 3대 요소 … 495 14:13. 맹자의 ‘불안한’ 희망 … 497 14:14. 인민이 가장 존귀하다! … 500 14:15. 맹자, 공자를 그리워하다 … 510 14:16. 인은 사람다움이다 … 512 14:17. 공자의 중용 … 515 14:18. 공자도 고립되면 죽는 수가 있다 … 517 14:19. 뜻있는 자, 구설을 두려워 말라 … 520 14:20. 바람 풍, 바담 풍 … 523 14:21. 갈고 또 닦으라 … 525 14:22. 마지막 묵가? … 528 14:23. 누습을 떨치기 어렵구나 … 531 14:24. 음양오행설의 영향 … 534 14:25. 인격 성숙의 여섯 단계 … 540 14:26. 양주, 묵가, 유가 … 546 14:27. 세금의 용처 … 550 14:28. 국가의 3대 요소 … 553 14:29. 재주만 믿고 까불면 죽는다 … 555 14:30. 맹자, 말문이 막히다 … 561 14:31. 입으로 낚시질 말라! … 566 14:32. 지금, 여기가 세계의 중심이다 … 570 14:33. 위하지 말고 구하지도 말고, 다만 함께하라 … 573 14:34. 유세의 원칙: 짓눌리지 말라 … 576 14:35. 욕구와 욕망 사이 … 580 14:36. 차마 못 먹는 음식 … 583 14:37. 광사, 견사, 향원 … 589 14:38. 묵시록: 절망 속 희망 찾기 … 604 참고문헌 … 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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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전쟁과 다르다
전쟁(戰)이란 동급의 국가, 즉 제후국과 제후국 사이의 분쟁을 이른다. 반면 혁명은 잘못된 천하 구조를 바로잡는 초超국제법적, 초국가적 비상조치다. …… 실정법으로 보면 혁명은 옛 신하가 옛 군주를 살해한 행위, 곧 시역(弑)일 수 있다. 그러나 자연법으로 보면 ‘자연 질서와 인륜을 해친 군주(殘賊)’를 처단하는 적법한 처벌, 곧 주살(誅)이 되고 그게 혁명 행위다. 탕무의 혁명은 ‘정征’이니 이를 전戰이라 칭해서는 안 된다는 맹자의 말은 이런 맥락에 있다. 번역하자면 혁명은 (자연법에) 적법한 교정矯正 행위이지 전쟁이 아니라는 것. …… 마치 국법을 집행하는 이를 형리刑吏라 부르듯 이 자연법을 집행하는 혁명가를 천리天吏라 칭하는 까닭이기도 하다(3:5). 그 혁명의 옳고 그름은 하늘과 민심이 판정한다. …… (맹자는) 도덕주의적 관점에 확고하게 서서, 한때는 군주의 신하였으나 하늘과 민심에 부응하는 공공선을 집행한 혁명가는 척결 대상인 군주와 비교할 수 없는 지고한 존재라고 선언한다. 불의한 군주는 ‘일개 사내(一夫)’에 불과하지만 인자무적仁者無敵, 곧 천리인 혁명가에게는 대등한 자가 없다고. --- p.473~474 유교의 사랑법, 차등애 만일 사물을 아끼는 것이 사람에 대한 사랑을 뒤덮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부모 자식 사랑보다 앞서면 본말전도의 재앙이 내린다. …… 모든 생명을 사랑해야 하지만 부모 자식, 이웃, 사물을 대하는 밀도가 똑같을 수는 없다는, 사랑의 차등성에 유의한 것이 유교다. 유교의 사랑법은 양주의 자기애는 물론이요, 묵가의 겸애와 다르고 기독교의 박애와도 다르다. …… 차등애는 멈춤(止)의 지혜를 요구하고, 정명의 정치를 필요로 하며, 중용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사물에 대한 사랑은 아낌에, 사람에 대한 사랑은 상호 공경과 배려에 그쳐야 하고, 피붙이는 내 몸같이 여기는 데 머물러야 한다. 한편 아비일 적엔 아비로서, 임금일 때는 임금으로서 제 이름값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번역되니 정명론에도 차등애의 씨앗이 숨어 있다. 주어진 때마다 적중하기를 요구하는 시중時中의 덕목에도 마찬가지다. …… 차등애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농도로 사랑의 빛을 방사하여 천하 평화를 이루는(becoming) 기획이다. 자기애(양주)와 겸애(묵가), 박애(기독교)의 과불급을 감안하면 오로지 차등애만이 유일한, 그리고 현실적인 길이다. --- p.445~447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요, 임금은 가볍다. 이 장의 해석은 지난 2000여 년 동안 동아시아 군주 독재 체제 아래서 뜨거운 감자였다. 고명한 동양 삼국의 주석가들이 이 장에 와서 몸을 망쳤다. 본문은 『맹자』의 눈동자와 같으니 여기 와서 회피하거나, 말을 더듬거리거나, 딴소리를 하면 맹자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명말청초 중국의 황종희는 사社와 직稷의 유래를 논하느라 귀한 종이를 허비하였고, 일본 에도시대의 이토 진사이는 과감하긴 하나 제동야인齊東野人의 허튼 소리를 뱉었고, 조선 후기의 정약용은 군색한 말로 더듬거렸으며, 중국 남송시대의 주희와 조선의 이익 선생만은 핵심을 지적했으나 본질을 드러내 천양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 ‘백성이 귀하고 임금이 가볍다’라는 뜻의 ‘민위귀, 군위경民爲貴, 君爲輕’은 권력자에 대한 격려나 경고가 아니라, 사실의 진술이다. 군주는 관리자이니 가볍고, 인민은 주인이니 존귀하다. 이 명백한 사실을 두고 ‘옛날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서구 민주주의와 흡사한 듯 보여도 언제나 미흡한 ‘민본주의’를 운운해서도 안 된다. 사실상 인민 주권의 원리가 저 속에 다 담겨 있다. --- p.501~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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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두려움의 공유를 통해 만난 전국시대의 맹자와 21세기의 우리 맹자는 ‘두려움(懼)’이라는 감정을 통해 공자와 만났다. 폭력과 파괴, 살육이 일상이던 전국시대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묵가?양주학파?법가?농가?종횡가?병가 등 당대의 제반 사상을 샅샅이 탐색하던 맹자는 『논어』를 통해 오로지 공자만이 사람의 처지를 느껍게 아파하고, 짐승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하는 인간의 조건을 진정으로 두려워했음을 발견했다. 세태가 쇠락하고 도가 미약해지자 삿된 학설과 폭정이 되살아나 임금을 시해하는 신하와 아비를 해치는 자식이 생겼다. 공자께서 이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었는데 『춘추』는 천자가 해야 할 사업이다. …… 인의가 막히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다가 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_ 『맹자』, 제6편 제9장(『맹자, 마음의 정치학 2』, 74~76쪽) 법이니 외교니 군사니 그 방법론만 다를 뿐 결국 권력자의 이익 추구로 귀결되었던 여타 사상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문명 세계의 이상을 제시한 공자의 인仁 사상은 맹자의 눈에 죽음을 등지고 삶의 길로 향할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책으로 보였다. 공자와 맹자가 공유했던 당대에 대한 두려움은 “아귀와 같은 자본주의의 게걸스러운 아가리가 무섭다”라는 배병삼 교수의 뜨거운 공감을 거쳐, 인간 삶의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필 이익만을 말하는” 세태에 상처 입은 우리 안의 두려움으로까지 연결된다.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맹자』, 제1편 제1장)라는 외침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20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두려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맹자』를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 오해에 갇힌 유교를 위한 변론 맹자가 펼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모든 논의는 공자가 제시한 실마리를 확충해나간 것으로, 『맹자』는 『논어』의 첫 번째 해설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맹자』를 읽는 것은 곧 유교의 본령에 가닿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교는 어떤 모습인가? 지배-복종, 상명하복, 남녀차별 및 강고한 가족주의로 무장한 봉건 윤리, 시대착오적인 폐습에 가깝지 않은가. 유교에 대한 오해가 『맹자』의 이해를 방해한다고 생각한 배 교수는 본론에 앞서 「읽기 전에」라는 별도의 글을 마련해 유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이전 본래 유교의 청신한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흔히 유교의 대명사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꼽지만, 배 교수는 삼강과 오륜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삼강은 신하, 자식, 아내가 군주, 아비,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노예의 윤리를 군주 독재 체제로 확장한 한漢제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반면, 오륜은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윗사람과 아랫사람, 그리고 친구 사이에 상호 존중과 소통, 균형과 책임을 중시하는 쌍방의 윤리이며 이것이 공자와 맹자의 본래 뜻임을 강조한다. 권력의 상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삼강에서 통치자 중심의 위민爲民 정치론을 추출할 수 있다면, 상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륜에서는 너와 내가 함께 ‘우리’를 구성하는 여민與民 정치론을 찾아낼 수 있다. …… 삼강의 더 큰 문제는 역사적으로 진화(?)하면서 동아시아 사람들의 숨통을 눌렀다는 사실이다. 즉 “임금이 임금답지 않더라도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더라도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신하는 군주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 자식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는 식으로 흔히 이해되는 경향”이 그렇다. …… 나는 『맹자』를 주석하는 입장에서 오륜의 관계론이 유교의 정통이며, 삼강은 청신한 본래 유교가 타락한 형태로 본다. 이 책을 저술하는 나의 뜻은 삼강의 이데올로기를 혁파하고, 오륜의 유교를 오늘 이 땅에서 해석하고 부각하려는 것이다. _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34~35쪽 『맹자』가 품은 저항 정신과 혁명성, 즉 군주와 신하는 상호 계약적인 관계이니 책무를 방기한 군주는 추방할 수 있다거나, 부모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효라는 주장은 삼강이 아닌 오륜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교의 본령이다. “이 땅은 맹자를 살아낸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곳이다” 『맹자』로 일어서고, 『맹자』로 저항했던 이 땅의 사람들 배병삼 교수는 이곳 한반도의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특히나 『맹자』와 밀접한 관계임을 힘주어 말한다.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뒤집어엎고 조선을 세울 때 그 정당성과 건국이념을 『맹자』에서 빌려왔을 뿐 아니라 성삼문, 곽재우, 황현, 안중근이 목숨을 버린 자리에도 “삶도 내가 바라는 바요, 의 또한 내가 바라는 바이지만 둘을 다 얻을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맹자』, 제11편 제10장)라는 ‘사생취의捨生取義’ 네 글자가 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경직된 주자학을 개혁하려는 사상 혁신 작업도 『맹자』에서 자원을 얻었으며,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맹자』에서 길어 올린 것이었다. 반식민지 투쟁과 해방 이후 이어진 4?19 혁명과 학생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 시민항쟁과 촛불혁명 등 자유와 정의, 자립과 자주를 향한 시민들의 움직임에도 맹자의 저항 정신이 깔려 있었다. 배 교수는 한국인이 평등의식과 민주의식에 유난한 까닭도 서구 민주주의의 영향에 앞서 모든 인민이 동등한 주체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맹자의 여민與民주의 정치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맹자』를 읽는 일은 우리를 형성한 바탕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함을 강조했다. “맹자, 적임자를 만나다” 배병삼의 『맹자』는 무엇이 다른가 본래 정치학을 전공했던 배병삼 교수는 박사 과정에서 서구 정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유교 정치사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의 정치 현실과 삶의 현장에 밀착된 고유의 정치학을 찾고자 한 철학적 모색의 결과였다. 유교 사상은, 그중에서도 『맹자』는 어떤 초월적 존재나 다른 세계를 설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공동체를 상정하고 새 세상의 비전을 조밀하게 설계한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론이다. 학문의 구체성, 생생한 현장성을 중시해 유교 사상을 택한 배병삼 교수가 『맹자』를 해설하기에 적임자인 이유다. 동양 사상은 서양의 철학과 다르다. 개념으로 관념과 형이상학을 수립하는 독립적인 사유 체계가 아니라 당면한 시대 문제를 해소하려는 종합적 사유다. 동양 사상의 인성론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검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재료다. 동양 사상은 대부분 인성론과 정치론을 함축한다. 가령 ‘인성이 선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학교가 중시되는 나라를 꿈꾸고, ‘인성이 악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교도소 같은 나라를 지향하게 된다. 인성론은 곧 정치적 주제다! _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473~474쪽 이 책에 실린 방대한 참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배 교수는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누비며 각 시대의 사상가들이 고민했던 인간 사회의 문제와 그에 대응한 공동체의 정치적 노력이 『맹자』와 만나 어울리거나 충돌하는 지점을 풍부하게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학작품이나 비평, 논평에서 얻은 소재와 아이디어를 적재적소에 맞춤하게 활용해 고전이 우리 삶으로 들어와 넓고도 깊게 확장해갈 길을 마련해두었다. 독자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맹자의 호방한 기개에 어울리는 배병삼 교수의 장쾌하면서도 미려한 글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