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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징 / 북 / 절창 / 꾼 / 칼 / 탕 / 열꽃 / 명인 / 전설 / 장구 / 달팽이 / 낙화 / 황토 / 물결무늬 새 / 가을 별자리 2부 비 / 방우리 / 가을 칸나 / 풍금 / 시래기 / 첫눈 / 면벽 / 폭설 / 무늬 / 겨울의 중심 / 천개동 시편 1―서시 / 천개동 시편 2―별 / 천개동 시편 3―산국 / 천개동 시편 4―물소리로 울다 / 천개동 시편 5―아버지 / 천개동 시편 6―북춤 / 천개동 시편 7―통일 걱정 / 천개동 시편 8―감자꽃 피면 / 천개동 시편 9―천개동 가는 길 3부 고흐네 쌀독 / 골목 수행 / 입춘 / 개나리 / 오래된 서적 / 갯섬 / 봉숭아 / 꽃밭에서 / 반성 / 문어 / 외면 / 수덕사 / 황혼 / 문상 / 천국포목 개업식 / 가을날 발문: 절창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_ 권덕하(시인·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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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일흔 노인 소리를 듣는다 득음에서는 관악기 소리가 나는 걸까 하도 불어 속이 다 닳아버린 오죽의 숨구멍으로 잘 익은 퉁소 소리 난다 참, 처량하기도 하다 두우도우 갸릉거리다 중모리로 간신히 넘어가는 저 노인 앓는 소리는 지금 애미고개 넘어가는 중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지는 중고제 낯익은 소리, 절창이다 방우리 적벽강 깊은 낭떠러지 끼고 사는 마을이다 어쩌다 컹! 짖으면 수만 조각 갈라진 벽 울음이 뼛속까지 스미어 노인들 시름시름 앓다 은어로 돌아가는 마을이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던 은어 떼가 국수빛 보름달을 밀어 올리는 저녁 사나운 짐승 소리 내던 자작나무도 슬그머니 꼬리 감아 내리고 희디 흰 찔레꽃이 내 누이처럼 몸 던지는 서러운 마을이다 고흐네 쌀독 옛날식 연탄구이집에서 콧등 까매지도록 마시고 들어왔다 굴속 같은 집에서 아내 혼자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껍질 끼었는지 잇몸 오물거려 혓바닥으로 밀어내고 있다 한마디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잘 갈린 소리 날을 세워 단박에 베어버린다 싯감 찾으러 다니다 너무 늦었다며 베어진 몇 마디를 주섬주섬 들어 올려보지만 설거지하면서 훌쩍거리다 거실에 놓인 쌀포대나 옮겨놓으라 한다 번쩍 들어 쿵쿵쿵 쌀독에 쏟아붓고 귀때기를 잔뜩 움켜쥐는데 한쪽 귀가 툭 하고 떨어진다 하는 짓거리 하고는 왜 붕대라도 감아주시지 털북숭이 사내가 쌀독을 앞에 두고 죽은 듯 굳어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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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이루는 데 꼭 아름드리 소나무나 전나무, 자작나무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존재 가치는 미약하나 줏대만큼은 또렷한 강아지풀, 망초대, 엉겅퀴들도 숲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앓고 싸우고 부대끼며 살아갈 자격이 있다.『절창』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스스로의 줏대와 고집이 또렷하여 자기 존재감만은 잃지 않는 생명력 질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1부에서는 우리 전통음악인 판소리를 통해 낮고 보잘것없이 약한 사람들이지만 삶의 현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여 당당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곧 스스로의 절창이라는 사실을 조명했다. 2부에서는 「천개동 시편」을 통해 오랜 세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남북간 이데올로기가 분단의 아픈 현실뿐만 아니라 실향민들이 겪는 정착의 고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3부에서는 시인 개인의 보편적 일상과 삶의 부분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대청호가 흔적도 없이 삼켜버렸지만, 1979년 여름 담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인의 삶의 터전은 면 소재지로서 제법 큰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마을에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옹기를 굽던 일을 가업으로 삼던 황토 가마가 있었고, 소리꾼이 있었고, 북잽이가 있었고, 무당집이 있었다. 또한 멀리 검은 산속에는 한국전쟁 때 사리원에서 집단 이주해온 실향민들이 마을을 이루어 수수밥과 감자, 옥수수로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는 천개동이 있었다. 시인 육근상의 문학적 토양은 공교롭게도 우리 전통음악인 판소리의 귀명창이었고, 무당집 색동옷이었고, 분단의 이념적 이데올로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