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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임동확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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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가수의 노래에 술잔이 금가고 / 비창 / 밤벌레가 우는 사연 / 풍력발전기 / 작명 / 작아진다는 것은 / 거대한 책 / 주문진 / 빗방울 하나가 / 녹슨 종처럼 울기를 그친 것들이 / 시간의 힘―다시 운주사

2부
북 / 무당개구리 / 말뚝망둥어 / 뱀에 대한 옹호 / 허공의 길 / 변신 / 축제 / 정오 / 여름의 노래 /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 구름의 노래 / 창조자 / 먼지 / 우연을 기리는 노래

3부
풍경과 대화하는 법 / 내설악 / 겨울 철원평야 / 풀피리 소리―흑산도 각시당 / 겨울 북천 / 우항리 / 공룡 박물관 / 저기 애기 동백 한 그루―청산도/ 용대리의 여름 / 북행

4부
너를 기억하는 동안 / 등 / 그네 / 송정리역 / 푸른 잠바를 기리는 노래 / 남춘천 / 역정 / 삼도남초등학교 /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 추 / 헌사 / 섬진강

5부
나의 종교는 / 조기 / 밤비 / 목포 젓갈집 / 어떤 맑은 날 / 한여름 밤엔 창을 열고 / 포플러 나무 / 가을날에 / 영지

발문:시적 수행의의미_임우기(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저자 : 임동확
젊은 날 시인은 우연치 않게 역사적 현장에 휘말리면서 문득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무엇인가란 화두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어떨 때는 전체적 대의나 진실의 광장으로 합류해가면서도 또 어떨 때는 각자마다의 밀실로 뿔뿔이 흩어져 가는가가 시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한 편의 시도 쓰지 않았던 시인이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한 번 지나가버리면 그뿐’인 집합적이고 사료적인 역사와 그 역사 속을 살아가는 개별자들의 단 일회적인 삶의 소중함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임동확 시인의 시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며, 앞으로도 역사와 실존 사이의 차이와 화해가 그의 시의 주제가 될 것이다.

시인 임동확은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어국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시집 『매 장시편』으로 등단한 이래 시집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와 산문집 『들키고 싶은 비밀』, 시론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생성의 시학』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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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6g | 130*200*20mm
ISBN13
9788981336264

책 속으로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간다고 해도 저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눈동자

분명 처음이었는데도 늘 가까이서
지켜봤을 것 같은 예감에 휩싸여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진화와 창조의 세월 너머
언제 어디선가 해독되기를 기다리며 쏟아지는,

단 한 차례의 확률 같은 빗방울 하나가
홀연 무방비한 품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제 운명을 떠밀고 가는 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먼지

아무도 어디로 뻗어갈 지 예측하지 못하는 수다. 처음부터 끝까지 농담으로 일관하거나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잡담. 아무 데나 철퍼덕 주저앉거나 눈치 없이 끼어들기 좋아하는 주의 산만한 사내아이. 그래서 더할 수 없이 경박하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겨우 존재하는 가여운 것들이 불현듯 지하철 2호선 시청역 환승통로의 에스컬레이터를 정지시키고 있다

좀처럼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 끝없이 떠도는 것들이 세차게 돌아가는 선풍기 보호막과 팬에조차 달라붙은, 막무가내 파고드는 힘 하나로 거대 제국의 다국적 공장을 멈추게 하거나 더러 공중 폭격기를 추락시키고 있다.

무슨 협상이나 계약에도 익숙하지 않는 고독한 단독자. 지극한 호의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도둑고양이. 그래서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오합지졸의 시민군 같은 것들이 한밤의 유령처럼 다가서고 있다.

무조건적인 하나이길 거부하는, 그 어느 순간에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사랑의 불구자. 아무런 소리도,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슬그머니 다가오는 무자비한 청부살인업자. 치밀한 방어 전략과 단호한 공격명령이 그 앞에선 모두 휴지조각일 수밖에 없는 망나니 같은 무리들.

그래서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 참을 수 없이 가엾은 존재들이 어느새 연대하고 진화하여 밤하늘의 가장 밝고 뜨거운 신성rj 하나를 탄생시키고 있다. 여전히 지도자가 따로 없는 천방지축의 소요 사태 속에서 이미 스스로를 파괴할 다이너마이트 폭약을 가득 짊어진 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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