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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수의 노래에 술잔이 금가고 / 비창 / 밤벌레가 우는 사연 / 풍력발전기 / 작명 / 작아진다는 것은 / 거대한 책 / 주문진 / 빗방울 하나가 / 녹슨 종처럼 울기를 그친 것들이 / 시간의 힘―다시 운주사 2부 북 / 무당개구리 / 말뚝망둥어 / 뱀에 대한 옹호 / 허공의 길 / 변신 / 축제 / 정오 / 여름의 노래 /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 구름의 노래 / 창조자 / 먼지 / 우연을 기리는 노래 3부 풍경과 대화하는 법 / 내설악 / 겨울 철원평야 / 풀피리 소리―흑산도 각시당 / 겨울 북천 / 우항리 / 공룡 박물관 / 저기 애기 동백 한 그루―청산도/ 용대리의 여름 / 북행 4부 너를 기억하는 동안 / 등 / 그네 / 송정리역 / 푸른 잠바를 기리는 노래 / 남춘천 / 역정 / 삼도남초등학교 /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 추 / 헌사 / 섬진강 5부 나의 종교는 / 조기 / 밤비 / 목포 젓갈집 / 어떤 맑은 날 / 한여름 밤엔 창을 열고 / 포플러 나무 / 가을날에 / 영지 발문:시적 수행의의미_임우기(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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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간다고 해도 저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눈동자 분명 처음이었는데도 늘 가까이서 지켜봤을 것 같은 예감에 휩싸여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진화와 창조의 세월 너머 언제 어디선가 해독되기를 기다리며 쏟아지는, 단 한 차례의 확률 같은 빗방울 하나가 홀연 무방비한 품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제 운명을 떠밀고 가는 힘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먼지 아무도 어디로 뻗어갈 지 예측하지 못하는 수다. 처음부터 끝까지 농담으로 일관하거나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잡담. 아무 데나 철퍼덕 주저앉거나 눈치 없이 끼어들기 좋아하는 주의 산만한 사내아이. 그래서 더할 수 없이 경박하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겨우 존재하는 가여운 것들이 불현듯 지하철 2호선 시청역 환승통로의 에스컬레이터를 정지시키고 있다 좀처럼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 끝없이 떠도는 것들이 세차게 돌아가는 선풍기 보호막과 팬에조차 달라붙은, 막무가내 파고드는 힘 하나로 거대 제국의 다국적 공장을 멈추게 하거나 더러 공중 폭격기를 추락시키고 있다. 무슨 협상이나 계약에도 익숙하지 않는 고독한 단독자. 지극한 호의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도둑고양이. 그래서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오합지졸의 시민군 같은 것들이 한밤의 유령처럼 다가서고 있다. 무조건적인 하나이길 거부하는, 그 어느 순간에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사랑의 불구자. 아무런 소리도,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슬그머니 다가오는 무자비한 청부살인업자. 치밀한 방어 전략과 단호한 공격명령이 그 앞에선 모두 휴지조각일 수밖에 없는 망나니 같은 무리들. 그래서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 참을 수 없이 가엾은 존재들이 어느새 연대하고 진화하여 밤하늘의 가장 밝고 뜨거운 신성rj 하나를 탄생시키고 있다. 여전히 지도자가 따로 없는 천방지축의 소요 사태 속에서 이미 스스로를 파괴할 다이너마이트 폭약을 가득 짊어진 채.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