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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삼만리
양장
나해철
201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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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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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自序

제1부
아침
이른 작별
꽃터널
봄 서정
아지랑이
꽃 앞에서
밤하늘
올봄
어떤 사랑
투명 슬리퍼
박물관
어떤 이별
눈물
슬픈 집
가방
목련을 보며
이별
초봄 눈
부탁
미안하오
용서
해후
이른 봄 고독
봄 사랑
외로움도 버릇되니
코스모스

제2부
봄바다
봄 삼만리
봄 편지
개나리
진달래
젖는 꽃
꽃의 약속
방 밖
봄 산사
뻐꾹새
봄 기다림
봄바람
위로
벚꽃
구름의 집
번개
새벽 등대
추억
밤 그리움
지리산 성삼재 다 저물어
가을 나뭇잎
도시에서
황태해장국
담쟁이

해설|이별에 대한 예의_임동확
발문|빌딩 숲에 부는 東風의 시_임우기

저자 소개

저자 : 나해철
강을 따라 생선 실은 배가 올라와 강 포구에서 짐을 풀던 그 시절, 그런 포구 마을에서 태어나 강둑에서 뒹굴며 자랐다. 가난 속에서 자식들 여럿을 입히고 교육시키시느라 일만 하신 부모님의 첫째 아이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소망에 그런대로 맞게 성장하였지만, 그 시절 그 환경에서 자란 많은 사람들처럼 늘 외로웠다. 중학교 때 혼자서 쓴 짧은 글들이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문학을 하는 평생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시를 놓지 않고 살게 되었다. 그러다 그때까지는 아직 정론지라는 평가를 받던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통해서 스물일곱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 후 『무등에 올라』『동해일기』『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아름다운 손』『긴 사랑』이라는 이름들의 시집들을 펴냈다. 시 쓰는 평생 벗들과 ‘5월시’라는 동인 활동도 하였다. 지금은 어느새 시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 매일 시 앞에 혼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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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0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44g | 128*188*20mm
ISBN13
9788981339623

책 속으로

투명 슬리퍼

투명 슬리퍼
젖어도 되는
욕실용
왼발 오른발
나란히
자기들끼리
살 맞대고
나란히
행복했던
그대와 나처럼

그대 떠나
외짝 되자
보이는
꼭 붙은
슬리퍼 한 쌍
다정한 모습
차마 신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맨발로
씻으며
바라만 보다
눈가에도 흐르는 게 있어
마저 씻으며
바라만 보다



코스모스

꽃대로 뼈를 만들고
바람으로 살을 만들어
가자
남은 생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다
너 앞의 나는
너를 위해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환히 웃어주마

저 꽃 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
어여쁘다 예쁘다
네가 소리하며 웃을 때마다
폐허로 만든 가슴
우우우 쓸어내리며
환히 웃어주마
나머지 생의 운명은
너에게 주마

저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꽃을 보라
코스모스



봄 삼만리

강물이 꽃길 데리고
흐르네
하얀 꽃 노란 꽃
봄 삼만리

봄날에 강물 외롭지 않네

나란히 흐르다
굽이마다
꽃을 껴안고 가네
몸에 아로새기며 가네

강물은 아네
이 봄 끝이면
행복도 끝나
마음 파랗게 식은 채
나머지 계절을 살아야 한다는 걸

강물이 가네
한 굽이 강물이 꽃이 되고
또 한 굽이 꽃이 강물 되어

강물이 가네
꽃이 가네
봄 삼만리



봄 기다림

오려면 이제는 오시지
화창한 봄

이번만은 폭 안겨드릴 테니
붉은 꽃 노란 꽃
오시지

피어나시면
볼 부비며 처음으로
삼 일 밤낮 향기에 취해 드리지

추운데 또 춥게
올 듯 말 듯 하시지 말고
이제 오시지

오셔서 내 추위 다 풀어
나 봄날 한번 되게 하시지

‘오매! 살겠네! 봄이네’
환하게 하시지



벚꽃

완전한 열망
완전한 몰두
완전한 헌신

완전한 발화
완전한 합일
완전한 환희

완전한 소진
완전한 연소
완전한 소멸

완전한
완전한 열애
완전한
완전한 결별
완전한
완전한



추억

염소를 머리에 이고
기울어져 걸어오는 여자가 있다
달포 만이다
지난 보름에는
하얀 달항아리 지고 왔다
강가에 오래된 배 있어
누군가는 닻을 흔들고
여자는 달항아리 속에 염소를
풀어놓는다
강둑은 이미 붉어져 있고
언제 푸른 풀밭에 나갔는가
누군가 달항아리 가슴에 달고
뒤뚱뒤뚱
염소 뒤따라온다
강둑을 바라보는 배는
귀 다 허물어졌다



황태해장국

아침 식사
독상

시장 골목 입구
해장국집
일인용 내 자리

몸을 위할 뿐
마음은 더 헛헛한
날마다 아침 식사


저녁 식사
광막한 우주와 겸상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봄꽃이 피기 전 겨울이 머뭇거릴 때부터 봄꽃이 다 져버릴 때까지,
한 철을 살면서 제 몸을 울리던 소리들


배가 들어/ 멸치젓 향내에/ 읍내의 바람이 다디달 때/ 누님은 영산포를 떠나며/ 울었다// 가난은 강물 곁에 누워/ 늘 같이 흐르고/ 개나리꽃처럼 여윈 누님과 나는/ 청무우를 먹으며/ 강둑에 잡풀로 넘어지곤 했지// 빈손의 설움 속에/ 어머니는 묻히시고/ 열여섯 나이로/ 토종개처럼 열심이던 누님은/ 호남선을 오르며 울었다 -「영산포1」 부분

나해철은 가계사적 슬픔이 민중의 서정으로 승화된 빼어난 서정시 「영산포」(『무등에 올라』, 1984)로 등단했다. 이 시를 신경림은 “삶과 죽음과 자연의 조화와 합일”을 말하는 “아름다운 서정시”라고 말했다. “근대화의 물결 뒤로 밀려난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포구의 하나”인 영산포는 “여기서 가난하게 살던 일족” “몇”이 “묻히고 몇은 그 고장을 등”졌던 곳이다. 그 후 『동해일기』(1986),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1988), 『아름다운 손』(1993),『긴 사랑』(1995)을 펴냈다. 『긴 사랑』에서는 “작은 일에 따스한 마음을 드리우고” “평범한 삶의 잔영에서 기쁨을 맛보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잔잔하게 배어”(「서정으로 담은 우리들의 자화상」, 박몽구) 있는 시들을 써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꽃길 삼만리』에서는 “봄꽃이 피기 전 겨울이 머뭇거릴 때부터 봄꽃이 다 져버릴 때까지, 한 철을 살면서 제 몸을 울리던 소리들을 모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꽃’과 ‘봄’ 그리고 ‘이별’과 ‘추억’의 시어들이 길게 길게 펼쳐지는 그야말로 ‘꽃길 삼만리’의 여정을 보여준다. “봄꽃 터널을 지나”(「꽃터널」)는 과정은 지난하지만 “강물이 꽃길 데리고/ 흐르”기 때문에 “봄날에 강물은 외롭지 않”(「봄 삼만리」)다. 때로 봄비가 내려 “꽃 곁의/ 마음이 순한 모든 것들도/ 그렇다는 듯/ 조용히 젖”(「젖는 꽃」)지만 다시 봄날을 기다리며 “귀 다 허물어”질 때까지 “배는” “강둑을 바라”(「추억」)본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그리고 지나가는 일은 간단치도 않고 아름답지만도 않다. 우리가 가야 할 길들이 “꽃길”이면서도 멀고 먼 “삼만리”인 까닭이다.


나와 당신과 만물에 대한 안쓰러운 공경심,
그 사무치는 사랑의 마음으로 쓴 우주 상생의 절절한 신화!


우리 시대 드물게 아름답고 사무치는 연애시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는 저 고조선 「공무도하가」에서 비롯돼 백제 「정읍사」를 거쳐 만해의 「님의 침묵」과 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진 나와 당신과 만물에 대한 안쓰러운 공경심. 그 사무치는 사랑의 마음으로 우주 상생의 절절한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이경철(문학평론가)은 “나해철 시인의 이번 시집은 우리 연시戀詩 전통을 올곧게 잇고 있다”며 “애인도 말을 잃고 꽃과 별도 말을 잃어 서로 황량한 시대. 당신과 나 사이의 간절한 마음을 경건하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꽃길 삼만리』처럼 당신과 나도, 꽃도 별도 서로 간절히 모시는 사랑의 신화”가 되고 싶다는 것.
이 시의 해설(「이별에 대한 예의」)을 쓴 임동확(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순간적이나마 우주적 마음과의 각성된 일치를 통해” 시인은 “무한한 풍요의 생성 세계와 감응하고 생성의 힘에 대한 긍정이 ‘봄’의 시간성으로 표출”된다며 “억압 없는 자유와 무한성에 대한 갈망이 순수시간의 서정시로 꽃피어 나고 있다”고 말한다.

“옛날에 밤이/ 캄캄만 했을 때/ 그리움이 생겨나서/ 누군가 그것을 얻은 사람이/ 한 얼굴을/ 하늘에 걸었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이 사람들이/ 밤 깊이 하늘로 가서/ 얼굴을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오늘/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하고/ 둥근 달 하나가 웃고 있습니다” -「밤 그리움」 전문

발문(「빌딩 숲에 부는 東風의 시」)을 쓴 임우기(문학평론가)는 시 「도시에서」에서 별도의 한 행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는 “문득”이라는 시어에 주목한다. “‘문득’이란 시어는 현묘한 힘의 다른 이름이다. ‘문득’ 시인의 시심과 시상이 도시의 빌딩 숲에 봄바람을 부른다. ‘문득’이라는 시어가 ‘문득’ 시인의 지극한 기운 속에서 활동하는 무巫를 불러오고, 이윽고 강화降話의 시어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득’의 무巫적 묘력에 의해 시인이 생활하는 서울 도심의 빌딩 숲”에도 “시인이 갈망해 마지않는 봄의 생명력 가득한” “봄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 「풀」에 나온 “‘비를 몰아오는 동풍東風’이!”

“산마을에 사는 이들이/ 산이 좋고 물이 좋고/ 바람이 좋다 하네// 도시에/ 평생 붙잡힌 나/ 문득/ 빌딩 숲이 산이요/ 도로가 계곡물이더라// 병든 것인가/ 위로를 받은 것인가/ 도시에서도 이렇듯/ 마음 고요한 것// 사람이/ 토끼고 고라니고/ 꽃이더라// 앞산에 걸린 반달이더라/ 문득” -「도시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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