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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自序
제1부 돌 항아리 초파리의 노래 | 병어조림 | 골목길 | 슬플 때 나는 하나가 된다 | 꽃불 잔치 | 불우 | 워낭소리 | 서울역에서 영등포역까지 | 사랑에 대하여 | 개 그냥 살겠다 | 처음 세 모금 | 북면 | 옆으로 기어가는 담쟁이 | 돌 항아리 | 월출산 무위사 제2부 쥐똥나무 북창 | 눈 온 날 아침 까마귀 | 아침 기상 뉴스 | 15억짜리 리무진 전동차 | 어디서 새어 들었을까 | 워킹 푸어 | 풍미 | 쓸개가 참 예뻐요 | 퇴계도 사투리를 썼을까 | 내 안의 귀 | 쥐똥나무는 향기가 기막히다 | 담쟁이 열매 처음 봤어요 | 수학의 정석 | 학교가 떨고 있다 제3부 강아지 위의 병아리 살둔 | 도루묵의 노래 | 구반포 아파트 메타세쿼이아 | 묵필 | 썩은 시 | 능소화 밥상 | 자동 인출기 | 반은 좀 어두워지자 | 나비야 청산을 가자 | 창의력(2) | 우리 집 동물원 | 강아지 위의 병아리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소는 차라리 라면 한 봉지만도 못하다 제4부 휘파람 엘 콘도 파사 | 휘파람 | 케나 | 우리 집 북은 누워 있다 | 그 사람 | 오래된 안테나 | 퇴근길 비둘기 | 눈물 흘리는 토끼 | 다시 남한산성에서 | 자작나무 이쑤시개 | 이발을 하며 | 잠자리 혹은 잠짜리 | 일식 | 중호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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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시
시가 발효되면 술이 될까 술이 되어 사람들을 취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러고서는 오줌이 되고 똥이 되어 향그러운 흙이 될 수 있을까 다시 그 땅 위에서 파랗게 돋아나는 풀이나 나무가 될 수 있을까 풀잎 간지르는 바람이 될 수 있을까 시도 썩어야 한다 썩은 시에서 눈이 돋는다 --- 본문 중에서 퇴계도 사투리를 썼을까 안동 도산서당 경(敬)을 신조로 삼은 퇴계도 문하생들 가르치다 답답하면 사투리를 썼을까 니가 청맹과니가 눈은 멀쩡한데 왜 이걸 못 보느냐 말이다 사람들 사는 기를 봐라 형상만 보지 말고 실용만 따지지 말고 본질을 봐라 본질을 아야 변증법적으로 보믄 산이 산 아이라 물이 물 아이라 할 수도 있지만도 다시 본질을 봐라 산이 산 아이고 무엇이겠노 물이 물 아이고 무엇이겠노 안동 도산서당 다 닳은 명아주 지팡이 짚고 예리성(曳履聲) 신발 소리 끌며 퇴계는 무슨 생각했을꼬 그 생각을 사투리로 했을까 옹야옹야 다 치아뿔고 쟁기나 끌까 낚시나 하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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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철 시인의 시집 『썩은 시』는 ‘규정받지 않는 삶’에 대한 관심이자 탐구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자유롭게 쓴 시들, 말하자면 ‘연필로 쓴 시’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생각도 애써 지우고, 편하게 마음의 자유로 쓴 시들이다. 그 마음 밑바탕에는 ‘관용’이 담쟁이처럼 넓게 줄기를 뻗고 있다. 시인 자신이 ‘규정받지 않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삶의 많은 부분들이 스스로에게 용납되고 용서되었다고 한다. 자유로움 앞에서는 애초에 안 될 이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물과 현상을 감각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기 위해 ‘관찰’을 한다는 윤재철 시인은, 예를 들어 시 「옆으로 기어가는 담쟁이」를 쓰기 위해 몇 달을 두고, 아니 일 년 내내 담쟁이를 수십 군데, 수백 번도 더 보았다. “시를 쓰고 또 시를 가르쳐보니, 시를 분석적으로 읽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잘 안다. 그냥 편안히 눈길 주며 읽다가 혹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면 한 번쯤 더 새겨보면 그뿐. 시는 애초에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 같다. 시작(詩作)이 그런 것처럼.” 이러한 그의 시를 함부로 한입에 꿀꺽 삼키지 않길 바란다. 부드러운 살 속에 뼈가 있다. 그의 시 속에는 치열함을 결코 잃지 않는 평담(平淡), 연민을 잃지 않는 비움, 삶을 껴안는 초월, 뼈를 잃지 않는 부드러움, 그리고 그 따뜻한 슬픔의 담미가 녹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