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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야에서 올리는 기도
이성희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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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겨울 산야에서 올리는 기도 / 계화 갯벌에서 / 지렁이에 관한 짧은 보고서 / 무제 / 위대한 비행 / 겨울 / 겨울 좌천동 / 경주 남산, 머리 없는 돌부처 / 시간과 시간 사이 / 푸른 시간 / 밤새 비 내리다 아침에 개다 / 푸름의 뿌리 / 어느 저녁 / 허난설헌을 읽은 날 등나무 아래에서 / 촛불 / 처서 지난 비

2부
겨울제-서 / 겨울밤이 오면 - 겨울제 1 / 겨울나무 - 겨울제 1 / 사평역에서 - 겨울제 3 / 북국에서 보내는 편지 - 겨울제 4 / 겨울로 보내는 엽서 - 겨울제 5 / 북극 - 겨울제 7 / 비밀결사 - 겨울제 8 / 그림자 - 겨울제 9 / 어린가지 - 겨울제 10 / 아홉 신의 질문 - 겨울제 11 / 캄차카의 노래 - 겨울제 12 / 미얄마당 - 겨울제 13 / 심매도 - 겨울제 14

3부
책벌레 / 사선의 세상 / 장소의 기억술 1 / 장소의 기억술 2 / 장소의 기억술 3 / 동해 바다 / 벽공무한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 개나리 / 도스토예프스키의 두꺼운 책을 덮고 /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 비망록 / 한순간 / 가을 / 생명의 금어를 찾아서

4부
원지마을에서 / 그런 때 / 순천만 / 하늘의 내부 /허공 위의 나무들 / 소리, 혹은 침묵 몇 편 / 버스 차창 / 태종대 / 오후의 자동기술법 / 정공단 돌담길을 오르며 / 우산 / 고장 난 시계가 걸린 어느 온실에서 / 목련 / 미네르바의 부엉이 / 1과 0 사이에서

해설: 음예의 시간과 연금술의 시학_임동확(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과 시를 함께 꿈꾸었다.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이후 부산대 철학과에서 노자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 장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노자에게서 무(無)의 무궁한 잠재성, 장자에게서 심원한 심미적 사유를 발견한 후 시와 철학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자 하였다. 시인으로서 문학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점차 연구의 시선을 예술과 미학으로 돌렸다. 특히 동서양 미술에 관해 철학적 사유와 융합된 심미적 해석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서양의 근대 미학을 극복하고, 장자의 심미적 사유에 바탕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과 시를 함께 꿈꾸었다.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이후 부산대 철학과에서 노자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 장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노자에게서 무(無)의 무궁한 잠재성, 장자에게서 심원한 심미적 사유를 발견한 후 시와 철학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자 하였다.

시인으로서 문학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점차 연구의 시선을 예술과 미학으로 돌렸다. 특히 동서양 미술에 관해 철학적 사유와 융합된 심미적 해석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서양의 근대 미학을 극복하고, 장자의 심미적 사유에 바탕을 둔 동아시아의 오래된 미학에서 가장 새로운 예술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찾는 동아시아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다수의 대학에서 장자와 미학을 강의하였다. 현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장자와 미술 중심의 예술 강의를 하면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문예지 《신생》 편집위원, 신생인문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부산KBS고전아카데미 기획위원을 10년간 역임했다.

『돌아오지 않는 것에 관하여』(고려원), 『안개 속의 일박』(전망), 『허공 속의 등꽃』(신생), 『겨울 산야에서 올리는 기도』(솔 출판사) 등의 시집을 출간했고, 『무의 미학』(새미), 『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나다』(컬처라인), 『빈 중심의 아름다움─장자의 심미적 실재관』(한국학술정보), 『동양명화감상』(니케), 『미학으로 동아시아를 읽다』(실천문학), 『꼭 한번 보고 싶은 중국 옛그림』(로고폴리스) 외에 다수의 공저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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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06g | 130*200*20mm
ISBN13
9788981336257

책 속으로

겨울 산야에서 올리는 기도

모든 시간이 잠시 비어버린 겨울 산야에서
바람 한 점 없어도 저절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내 기도가 그런 떨림이게 하소서
더러는 거친 바람도 맞으면서,
마음 낮추고 낮추어
이렇게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허락하소서
이 산야의 텅 빔을 수묵화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하소서
식은 재 같은 도사가 되거나 생의 극한을 희롱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허무의 배짱이란 내게는 사치스러울 뿐입니다
다만 삶에 충실하되 너무 집착하지 않게 하소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하소서
그렇다고 보이는 것을 업신여기는 시건방을 떨거나
허상에 들려 구라나 치는 유치함을 범하지 않게 하소서
가끔은 원유하게 하소서
저 멀리 북명의 물고기가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는 그 장한 모습은 한 번쯤 보고 싶습니다

이 강산 바위와 계곡의 무정설법을 들을 수 있는 귀를 허락하소서
여행에는 수월찮게 여비가 드니, 부디 적당한 수입도 있게 하소서
겨울의 나무들이 고독한 수사처럼 서 있습니다
이렇게 벼랑처럼 홀로 서 있어도
저 깊은 곳의 뿌리는 모두가 그물처럼 이어져 있음을 믿게 하소서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헐벗은 산야에도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믿게 하소서
바위와 나무가, 들녘 한 움큼 흙이, 저무는 하늘의 빛깔도 모두 오랜 생명의 생동임을 깨닫고 존중할 수 있게 하소서
청설모가 놓친 이 도토리 속에 도대체 몇 겹의 상수리나무 숲이, 숲의 신화가 숨어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소서 그러나
그런 무슨 거창한 깨달음보다 우선은
내 딸이 친구에게 얻어온 햄스터, 저 우주의 심연같이 새까맣고 조그만 눈동자,
아내가 가꾸는 난초와 관음죽, 그 사이에 피는 이름 모를 풀꽃,
택배를 늦게 찾아간다고 짜증 부리는 경비 아저씨부터 존중할 수 있게 하소서
우리 아들과 딸도 부디 그 정도쯤이라도 이 무력한 아비를 존중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도 남는 혼돈, 혹은 무슨 쓸쓸함 같은 것
아득한 묵음으로 용납할 수 있게 하소서

기도의 용량 초과인가요?
좋습니다, 이 모든 기원을 다 없는 것으로 할지라도
부디 무디어져가는 내 마음에 아직 노래가 울릴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멀어지면서 겨울 산야를 광활하게 하는 굴뚝새 울음처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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