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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달라거나 할 정도로 파렴치한은 아니고, 당분간 내 모델이 좀 돼 달라는 거야. 내 작품을 완성하려면 아무래도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 대신 내가 네 발이 되어 줄게. 나랑 같이 다니면서 넌 그림을 그리고 난 작품을 완성하면 둘 다 좋은 것 아니냐?” --- p.21
언제부터였을까? 엄마와 아빠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 p.70 기관차같이 질주하는 젊음이란 것을 말 그대로 보여 준 대일이를 가슴에 품으니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영웅을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느낌인 줄 처음 알았다. --- p.95 “그냥 하루가 가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지나면 모레가 오고. 아침이 되면 출근할 생각하고 출근하면 퇴근할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때 뭐 먹을까 생각하고, 점심이 되면 이렇게 산책하면서 저녁에 뭐 먹을까 생각하고. 계속 그런 삶이죠. 별 가치 없는 삶이네요.” --- p.125 몇 명이 둘러싸도 대일이는 멈추지 않았다. 작은 틈으로 몸을 빼내서 달렸다. 그 순간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대일이가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우리는 둘 다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앞으로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 p.158 지금까지 난 혼자 모든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옆에는 항상 나를 도와주는 아내가 있음을 잊고 있었다. 도시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함께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존재였다. 외로움은 이제 안녕이다. --- p.168 나는 몇 명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 아무리 봐도 모두가 똑같이 생겼다. 차라리 신으로 보이거나 괴물로 보이는 사람이 나았다. 그런 사람은 확실히 구별할 수 있으니까. 할머니, 엄마, 아빠 말고는 사람으로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88 “어, 난 그냥 회사원이고 박사님이랑 아는 사람이야.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곰 인형을 쓰고 달리고 있니?“ 헤라클레스가 나에게 물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들렸다. 말뜻은 모두 알 수 있었지만 선문답 같았다. 인형을 쓴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것을 괜히 물어본 것 같지는 않았다. --- p.208 헤라님이 의견을 냈다. 입으로 소리 내 봤다. 추꾸 축구 클럽. 재미있었다. 내가 좋다고 하자 모두들 좋다고 했다. 우리 축구팀 이름이 정해졌다.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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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함께 만들어 가는 꿈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인연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타인과 인연을 맺고 사는 삶을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귀찮게 생각한다.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이기적인 관계를 선호한다. 하지만 물질적인, 자신의 이익을 위한 관계에서는 관계의 중요함과 진실성을 느낄 수 없다. 상대방을 위하는 진실된 마음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관계는 빛을 내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네 명은 각자 자신의 꿈을, 그리고 상대방의 꿈을 위하는 진심을 품고 있다. 그들의 꿈은 한 블록 한 블록이 서로 맞춰져 완성되는 것처럼 서로의 기반이 되고, 지지대가 된다. 상대의 뒤에서 조용히 이해하고 배려하고 응원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어떤 일도 해낼 수 있게 만든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두려움이라는 벽을 깨부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하여 이들이 함께 만든 축구단, 추꾸 팀! 추꾸 팀은 다른 축구단처럼 경기의 승패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로의 꿈을 발전시키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내딛음인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뒤에서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 준다. 그리고 서로를 믿으며 씩씩하고 위풍당당하게 앞을 향해 간다. 자신의 뒤에 누군가가 있음을, 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희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구성, 퍼즐처럼 이어진 네 명의 주인공 박사님의 등장과 캐릭터는 시작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과연 박사님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영에게 접근한 것인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박사님에 대한 의문은 증폭된다. 일영의 세계, 태형의 세계, 대일의 세계와 같이 각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박사님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관계는 서서히 벗겨지는 비밀을 푸는 것처럼 신비롭다. 퍼즐처럼 한 조각씩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세계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