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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흐름 흐름 습관, 다름, 그리고 머무는 빛 시 상상할 수 있니? 세 개의 역사와 벌새 한 마리 워즈워스의 산 워즈워스의 산 개 이야기 완벽한 날들 시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황무지 : 엘레지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들 에머슨 : 서문 호손의 『낡은 목사관의 이끼』 『일곱 박공의 집』 먼지 산문시 괜찮아? 시 여리디여린 아침 먼지 가자미, 일곱 시 아침 산책 가자미, 여덟 위안 가자미, 아홉 집 시 여름밤 시 뱀을 정원으로 옮기며 시 머리를 풀어헤친 옥수수밭 옆에서 내가 사는 곳 시 여름 아침에 깨어나 산문시 어느 겨울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메리 올리버를 향한 찬사 |
Mary O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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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서나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그 섬세한 풍경들을 보이고 괴력을 과시하고 인식을 하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억양들은 우리에게 최고의 활력소가 된다. 우리가 그것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주에는 빛나는 암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 p.49
이날 물 위를 미끄러져 나아가는 내내, 다른 많은 날들에도 그랬듯이 작은 노래 하나가 내 마음에 흐른다. 음악적이라 노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냥 말들이다. 이상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하나의 생각이다. 사실 그런 오후에 그런 생각을 안 한다면, 머리와 몸에 그런 음악이 흐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 말들은 이렇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 pp.26-27 우리 삶의 양식은 우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습관은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가 습관과 벌이는 싸움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말해준다. 나는 헌신과 유머, 둘 다에 진지한 여우가 되고 싶다. 기나긴 겨울에 대비해 육중한 문을 닫는, 용감하면서도 순응할 줄 아는 연못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빛나는 삶에, 순백의 행복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직은. --- pp.29-30 나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종교적인 삶은 어떻게 인식되고 추구되든 “인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믿는다. 철저히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욕망’이다. 학교에 들어가기 싫어하며 들판에서 춤추는 그것을 보는 건, 내 ‘의지’다. --- pp.31-32 나는 학교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일하고 무한한 신성을 암시해주는 건 언제나 자연계, 열리지 않은 무수한 샘들이었다. 자신이 축복받은 존재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아는 그런 상태에서는, 그늘에서 햇살 속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 생명의 열기를 느낀다. --- p.32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지방들을, 별을 보러 나가거나 온기와 가족을 찾아 돌아오는 집들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집은(들보와 못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이루어진 집은) 전부 흙으로 되어 있고 문도 없다. 바다나 별들, 기쁨이나 비참함, 희망, 나약함, 탐욕 이외의 주소도 없다. --- p.49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 pp.61-62 우리 삶의 모든 음악은 그것들 안에 있다. 신들은 행위하고, 우리는 그 행위의 목적은 알지 못하지만 이것만은 안다. 세상은 우리의 깊은 관심과 소중히 여김의 소용돌이와 회오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하늘의 신도 그러하고 강의 신도 마찬가지다. 금칠한 대성당의 신뿐 만 아니라 초록 들판(사람들이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개똥지빠귀들이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작은 개들이 짖어대며 깡충거리다가 귀를 뒤로 젖히고 우리를 향해 기쁘게 달려오는)의 신도 마찬가지다. --- p.124 시는 바늘처럼 단순하든, 물레고둥 껍데기처럼 화려하든, 백합 얼굴 같든, 상관없어. 시는 말들의 의식, 하나의 이야기, 기도, 초대, 아무런 현실감 없이 독자에게 흘러가서 마음을 흔드는, 진짜 반응을 일으키는 말들의 흐름. --- p.126 나는 날마다 내 풍경 속을 걷는다. 늘 똑같은 들판, 숲, 창백한 해변. 늘 똑같은 푸른빛으로 즐겁게 넘실대는 바닷가에 선다. 늦은 여름 오후, 보이지 않는 바람이 거대하고 단단한 똬리를 틀고, 파도가 흰 깃털을 달고 해변을 향해 달려와 소리 지르며, 고동치며 마지막 상륙을 감행한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목격했다. 여름이 물러가고, 다음에 올 것이 오고, 다시 겨울이 되고, 그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풍요롭고 화려한 세상은 우주 안에서 그 뿌리, 그 축, 그 해저로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흔들리고 있으니까. 세상은 재밌고, 친근하고, 건강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고, 사랑스럽다. 세상은 정신의 극장이다. 하나의 불가사의에 지극히 충실한 다양함이다. --- pp.137-138 일어서기 위해, 나는 그 위에서 일어설 들판이 필요하다. 깊어지기 위해, 그 아래로 내려갈 바닥이 필요하다. 물질세계가 그 초록과 파랑의 색조 아래 지니고 있는 항상성은 나를 더 훌륭하고 풍요로운 자아로 이끈다. 그걸 고양이라고 부르자.(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 p.138 소위 문명시대로 불리는 이 시대의 위험성 중 하나는 이 영혼과 풍경, 우리 자신의 최고 가능성들과 우리의 창으로 보이는 경치의 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소중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우리에게도 세상이 필요하다. 은밀히, 친밀하게, 확실히. 우리에겐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들판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새는 단순한 새 이상의 존재, 우주의 목소리다. 신성한 기쁨으로 충만한 힘찬 목소리. 물질세계가 없다면 그런 희망은 산산조각 난다. 고갈된다. 야생의 세계가 없다면 그 어떤 물고기도 눈부신 빛을 발하며 물 위로 뛰어오를 수 없고, 그 어떤 사슴도 영원한 물처럼 부드러이 들판을 달릴 수 없다. 그 어떤 새도 날개를 펴고 자연의 계획까지도 넘어서는 자신감과 모험심과 용기를 품을 수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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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시인, 음악과 같은 언어로 삶을 어루만지다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걷는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 메리 올리버가 아주 아름답고 투명한 산문을 썼다. 자신의 신념과 생각, 영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완벽한 날들』에서 메리 올리버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의 놀라운 창조물과 지구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응시하고 이를 시인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언어로 그려내는 찬란하지만 소박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메리 올리버는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기러기」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국내에 알려졌지만, 정작 한국에 출간된 작품은 『완벽한 날들』이 처음이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받았으며 79세인 지금도 여전히 시인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칭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를 읽고 인용한다. 2009년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부통령 조 바이든이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를 낭독한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산문과 시를 통해 메리 올리버는 죽음과 기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시인이 50여 년을 살고 있는 프로빈스타운에서 쓰레기의 요긴한 쓰임에 경탄하며, 어린 시절에 겪은 자연의 미스터리를 기억해낸다. 또한 자신이 존경하는 워즈워스와 에머슨, 호손에게 헌사를 바치며 자신의 문학적 유산을 밝힌다. 이 책에서 올리버는 “영혼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시인들도 읽고 공부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몸을 기울여 속삭이고, 소리치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옛날 책들을 그대로 베끼는 게 낫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우리의 오래된 세상에는 늘 독보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새로운 자아가 헤엄쳐 다니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다. 촉촉하고 풍성한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진지한 반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서문」에서 『월든』을 잇는 자연과 언어, 삶에 관한 깊은 사유 “우리는 이미 낙원에 살고 있다” 『완벽한 날들』은 프로빈스타운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 평소 하던 생각과 그 안에서 깨달은 것들이 담긴 음악과도 같은 산문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삶을, 의식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 가운데 시 몇 편이 담겨 있는데 올리버는 이를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 시들은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라고 말한다. 자연시인, 생태시인이라 불리는 메리 올리버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낙원’이라고 말한다. 썰물 때 밀려 올라와 모래밭에 갇힌 아귀에 대해, 고래가 뿜은 물안개 세례를 받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올리버는 그녀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자신의 체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자연을 예찬한다는 면에서 에머슨, 소로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메리 올리버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자연을 바라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인다. 그 속에서 “아주 평범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몇 해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숲에서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그건 행복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 시간이 사라진 듯했다. 긴급함도 사라졌다. 나 자신과 다른 모든 것들 간의 중요한 차이도 다 사라졌다. 나는 나 자신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알았고 전체에 속박되어 있는 것이 편안했다. 그렇다고 세상의 수수께끼를 푼 기분을 느낀 건 결코 아니었고 오히려 혼란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 62쪽 「완벽한 날들」에서 메리 올리버는 시인들과 작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워즈워스의 “미와 기묘함”의 “회오리”, 호손의 “다정한” 면, 에머슨의 “인간이 진실에 눈뜨면 자기 삶의 모든 육중한 돛들을 도덕적 목적을 향해 돌릴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글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문학 기원을 짐작하고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얻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에머슨의 부재로 인해 문학적, 사색적 삶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명적 삶에 있어서도 궁핍해짐을 느낄 이유가 100가지는 되지만, 세상의 찬란하고 위태로운 현재에 생각의 문을 여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은 없다. 나는 가치 있는 일을 시작할 때마다 에머슨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수준 이하의 상태에 있을 때도 그는 내 곁에서 자애롭고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나를 바로잡아준다. 그는 어느 작가 못지않게 내게 심오한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우리가 맺을 결실은 예측 가능하다. - 85쪽 「에머슨 : 서문」에서 시인의 속살, 시인이 세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다른 노동과는 다르다”라는 천생 시인 메리 올리버. 시와 달리, 장시간 산문을 쓰면 작업의 무게를 느낀다는 그녀가 써낸 산문이기에 더욱 깊이 와 닿는다. 그녀의 말처럼 용감하게, 차분히 흐르는 글은 메리 올리버의 생각과 신념을 찬찬히 드러내 보인다. 혼란 속에, 평범한 순간 속에 놓인 우리 삶 자체를 받아들여 자연의 경이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찬사인 것이다.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고 프로빈스타운의 자연에 둘러싸여 지내는 메리 올리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더 나아가 “우리를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근원과 그 아름다움, 공포, 신비, 위안과” 연결해준다. 미국 시인 맥신 쿠민은 소로가 “눈보라 관찰자”라면 올리버는 “늪지 순찰자”이며 “자연 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고 일컫기도 했다. 소설가 김연수가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라고, “나만 읽”었으면 하는 작가라고 말하는 메리 올리버.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읊조리듯 드러낸 『완벽한 날들』. 이제 이 눈부신 산문을 읽을 기회가 한국 독자 앞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