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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장 인
제2장 인[隱]
제3장 『무쿠비토』 (미도리카와 미키오 지음)
제4장 인[因] / 145
제5장 인[陰]
제6장 인[姻]
제7장 「IN」
옮기고 나서

저자 소개 2

기리노 나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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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suo Kirino,きりの なつお,桐野 夏生,본명 : 하시오카 마리코(橋岡 まり子)

1951년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으며, 호적상 본명은 하시코 마리코(橋岡まり子)이다. 세이케이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지만, 당시 몰아 닥친 석유 파동 때문에 영화관, 광고대리점 등 일정치 않은 직업을 전전하다 24세에 이른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전업 주부로 생활 하면서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던 소설 창작욕을 살려 1984년 로맨스 소설 『밤이 떠나간 자리』로 데뷔한다. 그 후 약 10년간 노바라 노에미, 기리노 나쓰코 등의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청소년 소설,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였다. 그러던 중 1993년 『얼굴에 내리는 비』로 일본 추리 소설의 등
1951년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으며, 호적상 본명은 하시코 마리코(橋岡まり子)이다. 세이케이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지만, 당시 몰아 닥친 석유 파동 때문에 영화관, 광고대리점 등 일정치 않은 직업을 전전하다 24세에 이른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전업 주부로 생활 하면서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던 소설 창작욕을 살려 1984년 로맨스 소설 『밤이 떠나간 자리』로 데뷔한다. 그 후 약 10년간 노바라 노에미, 기리노 나쓰코 등의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청소년 소설,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였다.

그러던 중 1993년 『얼굴에 내리는 비』로 일본 추리 소설의 등용문인 제39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작가로 뛰어들었고, 일본에 없었던 새로운 여성 하드보일드를 구축했다는 평가와 함께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추리소설 집필을 위해 그 동안 활동해 오던 로맨스, 코믹 장르의 집필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1995년 신주쿠 가부키초를 무대로 한 여성탐정 ‘무라야 미로’ 시리즈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여자 프로 레슬링을 소재로 한 『파이어볼 블루스(1995)』를 출판하여 이름을 알렸다.

마침내 1998년 발표한 『아웃』이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에 선정되며 일본 전역에 ‘기리노 나쓰오’ 열풍이 일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남성 작가들에 의해 주도되던 추리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여성 작가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그러나 평범한 주부들이 잔혹한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은 『아웃』을 통해 일본에 새로운 여성 하드보일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출판 7년째 되는 해인 2004년에 세계적인 추리상인 에드거 앨런 포 상 최고 소설 최종 후보에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하였다. 1993년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 顔に降りかかる雨』는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여성 탐정의 비정한 삶을 그린 소설로, 이후 작가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게 된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과 미로의 아버지 젠조의 젊은 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단편집 『로즈가든 ロ-ズガ-デン』까지 이어진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2002년 『다크ダ-ク』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의 탐정소설의 패턴에서 벗어나 미로라는 한 사람의 여성이 시대와 호흡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기리노 나쓰오는 『다크』에서 의붓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로 한국으로 도망쳐온 미로, 그녀를 쫓는 게이와 시각장애인 여자, 그런 미로를 돌보는 광주항쟁의 상처가 드리워진 한국 남자들의 끔찍한 복수담을 통해 추락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통렬하게 그려냈다.

기리노 나쓰오는 일본 주요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해 1999년 『부드러운 볼』로 제121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엔 『그로테스크』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이어 2004년에는 『잔학기』로 제17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하였다. 2004년 『아웃』이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에드거상 후보에 올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8년 『도쿄도』로 제44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2011년 『무엇이 있다』로 제62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문화예술 및 스포츠 방면의 인재에게 수여되는 자수포장을 받았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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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1987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무라타 기요코의 『남비 속』을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을 시작했다. 2019년 서점대상 수상작인 세오 마이코의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를 비롯해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 하라 료 등 주로 일본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도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존 딕슨카가 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등 영미권 작품과, 하라 료의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마치다 고의 『살인의 고백』 등을 번역했다. 논픽션으로는 『킬러 스트레스』 『다시 일어나 걷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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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00g | 128*187*30mm
ISBN13
9788952222350

책 속으로

커피를 마시며 다마키는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생각했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거세 온 집 안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마음이 뒤숭숭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인은 아무래도 다마키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인 듯했다.
다마키는 ‘인’이란 소설을 쓰려 하고 있다. 주제는 연애에서 일어나는 말살이다. 말살이라고 해서 ‘진짜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무시하고, 방치하고, 도망쳐 자취를 감추는 등등 제 처지만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상대와의 관계를 끊어 상대방 마음을 ‘죽이는 것’을 말살로 규정했다. 주인공은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子]’다. 미도리카와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무쿠비토』는 그 끔찍한 나날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이었다. 미도리카와는 애인을 ‘○코’라는 기호로 등장시켜 자기 가정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는 인물로 그렸다. 과연 ‘○코’로 등장하는 여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다마키는 우선 ‘○코’로 짐작되는 여자를 찾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한창 취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 때문일까? 악몽 속에 등장한 죽은 아기는 말살되어 갈 곳을 잃은 영혼의 시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 누워 있는 아기의 시체를 계속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랑의 결실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계속 살아갈 수 없었던
‘아기들’은 숱하게 많으리라. ‘끝’까지 함께하려는 꿈을 꾸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랑은 틀림없이 계속해서 영혼의 시체를 만들어냈으리라. 연애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병든 사람도 있고 죽음을 선택하는 이도 있다. 오랜 세월 괴로워하는 가족도 있다. --- pp.10-11

나는 역 앞 시장 같은 데나 기웃거리다가 일부러 늦게 집에 들어갔다. 6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하지만 집 안은 캄캄했다. 대체 이렇게 늦도록 어딜 나돌아 다니는 거지? 치요코에게 화를 내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두운 현관에서 다카코와 미치코가게다(일본 나막신?옮긴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더럽게 그게 뭐야?” 하며 미치코를 안고 다카코의 손을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고 아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요헤이는 아기용 침대에서 자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서재로 가서 전등을 켰다. 순간 나는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다미 위에 치요코가 벌렁 누워 있었다. 그것도 내 일기장을 펼쳐 얼굴 위에 덮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뭐하는 거야?”
당황했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치요코가 잠시 대답이 없어 혹시 죽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일기장을 집어 드니 아내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았다. 전쟁터에서 눈을 뜬 채 죽은 병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깜짝 놀랐잖아. 죽은 사람처럼 그게 뭐야?”라고 하자 치요코는 “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니까.”라고 대답하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내 뺨을 후려쳤다.
“당신은 형편없는 인간이야. 정말 형편없어. 경멸해.”
치요코는 내가 ○코와 산부인과에 갔던 일을 따졌다. 결국 들통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그런 일을 일기에 적어 놓은 내가 너무 어설펐다. 치요코를 얕잡아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요코는 남의 일기를 훔쳐 읽지 않을 고결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란 질투 앞에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 아니, 이성을 잃어버린다.
“당신은 날 버리고 ○코와 살고 싶은 거지?”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을 리가 있겠어? 봐, 이걸 보라고.”
보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치요코는 필사적으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일기장을 넘기며 그 부분을 찾았다.
“봐, 보란 말이야.”
○코의 아이를 낙태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말없이 고개 숙인 ○코의 손을 잡고 이렇게 속삭였다. 언젠가 반드시 함께 살게 될 테니 날 믿어, 알았지.
치요코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거칠게 그 부분을 가리키며 꼼짝
도 하지 않았다. “봐, 보라고. 당신이 이런 소리를 했잖아.”라고 하면서.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할 수 없지.”--- pp.73-75

“어디쯤이지?”
세이지는 약간 겁먹은 표정이었다. 둘이 몰래 만나려고 굳이 방을 따로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세이지에게는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선’이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마키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기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마키가 넘어선 첫 번째 ‘선’은 참으로 사소했다. 작업실에 필요하지도 않은 소파침대를 들여놓는 일이었으니까. 다마키의 생활에 끼어든 세이지가 무척 원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세이지가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마키는 한참 망설인 끝에 일단 최초의 ‘선’을 넘어섰다. 그때 망설인 것에 비하면 방을 새로 얻는 일은 합리적인 결단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공식적인 작업실에서 정사의 냄새를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세이지가 이제 와서 꽁무니를 빼다니. 참 못됐다.
“이제 거의 다 왔다니까.”
사실은 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다마키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세이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 싶었다. 새로 얻은 아파트는 소프랜드(욕조가 있는 방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성 접대하는 업소?옮긴이)와 러브호텔 사이에 떡하니 끼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이지는 소프랜드의 키치적인 간판에 눈길이 끌렸는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수선한 동네를 좋아하기는 다마키나 세이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마키는 세이지가 새로 얻은 방을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다. 다마키는 아파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아파트야.”
“좋네.”
짐작한 대로 세이지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
“응, 아주 좋아.”
세이지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다마키를 바라보았다. 아파트는 5층 건물이고 흰 벽에 파란색 기와지붕을 얹었다. 입구의 빨간 파사드가 유난히 자극적이었다. 현관은 초라하지만 청소는 잘 되어 있었는데 관리인은 없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우편함의 뚜껑이 여러 개 활짝 열려 있었다. 정면에 네 명 정도밖에 탈 수 없을 것 같은 작은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다마키와 세이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이 부근 업소의 종업원 휴게소가 있는지 층수를 표시하는 칸에 그곳만 멋을 낸 영문자로 이름이 적혀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빈칸이거나 지운 흔적이 남아 있어 지저분했다.
다마키가 얻은 방은 5층 끄트머리에 있었다. 밖에서 훤히 보이는 아파트 바깥 복도에는 4월인데도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방 앞 복도에서 옆에 있는 소프랜드 현관이 보였다. 세이지와 둘이서 그쪽을 보니 햇빛이 비치는 짙은 보라색 유리문 안에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스타킹 신은 다리가 보였다.
다마키는 부동산중개소 사람이 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방을 한 차례 구경하고 바로 계약했기 때문에 두 번째 방문이었다. 다마키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대담한 결정이라며 내심 놀라고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합판 문은 지금도 햇볕을 정통으로 받아 데워져 있었다.
“여기, 여름에는 덥겠네.”
응, 하고 세이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오로지 서로를 품기 위해 이 방 문을 열어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으리라.

--- pp.168-170

출판사 리뷰

영혼을 얼어붙게 만드는 연애 말살(抹殺) 소설!

에도가와 란포 상,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상, 나오키 상에 이어
에드거 앨런 포 상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군림한
기리노 나쓰오의 걸작!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
세계가 열광하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일본의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에드거 앨런 포 상에 일본인 최초로 노미네이트되면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IN』이 출간되었다.

기리오 나쓰오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부드러운 볼』로 나오키 상을, 『그로테스크』로 이즈미 교카 상을, 『잔학기』로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하여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에드거 앨런 포 상에 최종후보에 올라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미스터리 작가의 길을 넓혀가던 그녀가 이번엔 남다른 내공과 깊이를 보여주는 ‘연애 말살(抹殺) 소설’을 내놓았다.

그로테스크한 미스터리 작가의 변신,
연애 말살 소설로 돌아온 기리노 나쓰오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


기리노 나쓰오의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끔찍함을 넘어서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미스터리 마니아라도 그녀의 작품을 견뎌내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 여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를 논할 때,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하는 미야베 미유키가 사회의 어둠을 관조적인 시각에서 읊조린다고 하면 기리노 나쓰오는 그 어둠에 완전히 파고들어 헤집고 다닌다. 그러한 그녀가 어느 날 변화를 시도한다.

『OUT』 이후, 그것과 대척점에 있는 듯한 제목의 소설 『IN』을 발표한 것이다. 『IN』에는 유혈이 낭자한 장면도 없고 구토를 유발하는 끔찍한 범행 현장도 없다. 심지어 경찰이나 형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장르 소설이 아니라 순문학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사실 기민한 독자라면 그녀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견했을 것이다. 그녀가 처음 데뷔한 작품은 장르 소설이 아니라 로맨스 소설이었고,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는 와중에, 전혀 ‘잔혹’하지도 않고 ‘그로테스크’하지도 않은 드라마 같은 소설을 선보여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05년에 출간된 『다마모에』가 바로 그러했는데,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6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상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나는 더 이상 미스터리 작가가 아니’라고 선언하기까지 한 기리노 나쓰오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1999년 『OUT』을 발표한 이듬해, 『부드러운 볼』로 일본 대중문학의 최고 권위 나오키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장르 문학을 벗어나 순문학으로 외연을 넓히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기리오 나쓰오는 나오키 상 심사위원으로, 순문학 계열인 신초신인 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IN』에는 사랑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연인들의 가슴 속에 남은 스산한 심리가 무서우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 스즈키 다마키가 쓰려고 하는 소설 ‘인’ 그리고 1970년대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발표한 『무쿠비토』를 교차하며 정열적인 사랑의 끝에 그 흔적을 ‘말살’하려 하는 인간의 심리가 괴물적으로 비쳐진다. 소위 시쳇말로 하는 불륜 소설이 아니라 ‘연애 말살 소설’이라고 칭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끈적한 어둠의 맛’을 기대한 기리노 나쓰오 팬에겐 색다른 충격을, 그녀를 잘 몰랐던 독자에겐 괜찮은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교차하는 두 개의 이야기 속에 뒤섞인 허구와 현실
그리고 ‘연애의 말살’을 그리는 소설가의 황량한 순례


스즈키 다마키는 ‘연애의 말살’을 주제로 소설 ‘인’을 쓰려 한다. 주인공은 미도리카와 미키오의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내연녀 ‘○코’. 『무쿠비토』는 1970년대에 발표된 소설로,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 본인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해서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광기와 내연녀와 아내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우유부단한 남편의 싸움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불쾌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 사소설에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은 오직 ○코뿐이다.

다마키는, 남자의 아이를 두 번이나 낙태했지만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으로만 그려지는 비운의 여인 ○코를 통해 자신의 소설을 완성해 나간다. 유부남과의 격정적 사랑과 아이의 낙태라는 점에서 다마키는 ○코와 자신의 운명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왠지 모를 연민을 느낀다. 다마키 또한 열정적 사랑의 끝나는 지점에서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미도리카와 미키오에게 내연남을 대입시키며 서서히 연애의 말살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코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다마키는 허구와 현실이 뒤섞이는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원혼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빼앗아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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