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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문화사
언어와 문화 속에 담긴 숫자의 흔적과 수의 상징성에 관하여
알마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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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구석기시대에 시작된 추상적 사고
2장 수와 계산의 저편: 상징, 신화, 마법
3장 수를 가리키는 단어
4장 중국 문화권
5장 고대 아메리카의 뛰어난 문화들
6장 고대 구세계 문화의 흔적들
7장 유대인의 수 표기와 수 신비주의
8장 고대 유럽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전통
9장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유럽 진입
10장 현대 숫자체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2진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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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

하랄트 하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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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ald Haarmann

1946년에 태어났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로 함부르크, 본, 코임브라, 뱅거대학에서 일반언어학과 다양한 언어의 고문헌학 그리고 선사시대 역사를 공부했다.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로 40여 권의 책을 냈고, 10가지 언어로 200편에 가까운 논문을 썼다. 주요 연구 분야는 문화 및 언어 접촉, 문자의 역사, 언어의 진화, 고대 신화학, 종교사다. 미국 세바스토폴 고대신화학연구소 부소장, 벨기에 브뤼셀 다언어사용연구센터 연구원이며, 여러 건의 중요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C. H. 벡 출판사에서 『문자의 역사』 (제3판 2007), 『
1946년에 태어났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로 함부르크, 본, 코임브라, 뱅거대학에서 일반언어학과 다양한 언어의 고문헌학 그리고 선사시대 역사를 공부했다.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로 40여 권의 책을 냈고, 10가지 언어로 200편에 가까운 논문을 썼다. 주요 연구 분야는 문화 및 언어 접촉, 문자의 역사, 언어의 진화, 고대 신화학, 종교사다. 미국 세바스토폴 고대신화학연구소 부소장, 벨기에 브뤼셀 다언어사용연구센터 연구원이며, 여러 건의 중요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C. H. 벡 출판사에서 『문자의 역사』 (제3판 2007), 『언어의 세계사』(2006) 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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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후 칸트의 공간론에 관한 논문으로 같은 대학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학술교류처의 장학금으로 쾰른으로 유학, 헤겔의 논리학에 나오는 양적 무한 개념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던 중 귀국해 번역가로 정착했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철학은 뿔이다》를 썼고, 《정신현상학 강독》(전2권)을 옮기고 썼으며,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을 비롯해 몇 권의 시집을 냈다. 《물은 H2O인가?》 《신에 관하여》 《관조하는 삶》 《허구의 철학》 《인터스텔라의 과학》 《위대한 설계》 《기억을 찾아서》 《로지코믹스》 《헤겔》(공역) 《초월적 관념론 체계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후 칸트의 공간론에 관한 논문으로 같은 대학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학술교류처의 장학금으로 쾰른으로 유학, 헤겔의 논리학에 나오는 양적 무한 개념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던 중 귀국해 번역가로 정착했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철학은 뿔이다》를 썼고, 《정신현상학 강독》(전2권)을 옮기고 썼으며,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을 비롯해 몇 권의 시집을 냈다. 《물은 H2O인가?》 《신에 관하여》 《관조하는 삶》 《허구의 철학》 《인터스텔라의 과학》 《위대한 설계》 《기억을 찾아서》 《로지코믹스》 《헤겔》(공역) 《초월적 관념론 체계》 《나는 뇌가 아니다》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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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82g | 149*217*20mm
ISBN13
9788994963709

책 속으로

190만 년 전부터 30만 년 전까지 생존한 호모에렉투스의 능력은 지금까지 과소평가되어왔다. 실제로 그들은 숙련된 사냥꾼이었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상징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지금도 볼 수 있다. 동물의 뼈에 새긴 눈금이 그것이다.
이런 유형의 표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오록스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의 정강이뼈에 새겨져 있다. 수직 눈금들이 네 동아리로 나뉘어 있는데, 눈금 두 개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하나, 눈금 세 개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하나, 눈금 네 개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두 개 있다(하르만, 2007, 42f). 이 같은 체계적인 눈금의 배치는 의도된 것이다. 우연히 동물의 발톱에 긁히거나 돌 따위에 부딪혀서 눈금들이 생겼을 가능성은 없다. 그 뼈는 불가리아 북서부의 한 동굴에서 발굴되었다. 호모에렉투스가 그 동굴을 거처로 사용한 것은 11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pp.12-13 「1장 구석기시대에 시작된 추상적 사고」

점과 선으로 수를 표기하는 방법은 현재 세계의 여러 문화에서 쓰일뿐더러 유럽과 아시아의 고대 세계와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점과 선이라는 기본 요소가 수 표기에 쓰이는 방식은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유사한데, 이 유사성은 선사시대에 어떤 한 곳의 생각이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음을 시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유사성은 인류의 발명정신이 여러 곳에서 자발적으로 혁신을 이뤄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 나중에 문자가 세계 여러 곳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실험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p.19쪽 「1장 구석기시대에 시작된 추상적 사고」

정보시대를 사는 우리는 선사시대의 수 표기를 보면 자동으로 실용적인 수 세기 활동을 떠올린다. 그러나 까마득한 과거 이래로 우리는 수에 마법상징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에 대한 증거는 유럽의 구석기시대 동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러 동굴의 그림에서 홀로 있거나 무리를 지어 있는 선과 점을 볼 수 있다. 그런 추상적 주제들의 신비적 의미에 관한 이론들은 대부분 추측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추상적 주제들의 상징 기능에 대해서 연구자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장소가 한 곳 있다. 그곳은 우랄산맥의 어느 빙하기 동굴이다.--- pp.21-22 「2장 수와 계산의 저편: 상징, 신화, 마법」

수는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특히 강하게 자극하고 심지어 도발해온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문화에서 수 자체와는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가치들이 수에 부여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행운의 수가 있고 불행의 수가 있다는 생각이 모든 문화에 존재한다. 실제로 지목되는 수는 아주 다양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13이 불행을 가져오는 수인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4가 불행을 가져온다. 수에 부여된 상징적 가치는 문화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물론 더 넓은 범위에서 유사하거나 동일하게 통하는 듯한 비교적 일반적인 경향이 몇 가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13을 불운의 수로 여겨 싫어하는 경향은 눈에 띄게 많은 문화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몇몇 문화에서 13은 신성한 수다.--- p.24 「2장 수와 계산의 저편: 상징, 신화, 마법」

진화의 역사에 기초해서 말하면, 모든 인간은 추상적인 사고 능력과 더불어 수를 세는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공동체의 경제적·사회문화적 조건이 완전하게 발달한 수사체계의 사용을 요구한다는 말도 할 수 있을까?
예상 밖일 수도 있겠지만, 정답은 “아니다”이다. 추상적인 수사가 없어도 수를 세는 데 지장이 없다. 따라서 수사 없는 언어가 당연히 있다. 수를 가지고 하는 사고는 그 자체로 고유한 매트릭스다. 이 매트릭스는 물론 언어 매트릭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곧 살펴볼 극단의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후자가 없어도 작동할 수 있다.--- p.53 「3장 수를 가리키는 단어」

서로 접촉하는 언어들의 수사체계는 한동안 경쟁한다. 그러다가 결국 지배적인 언어의 수사 계열과 수 세기 원리가 비지배적 언어의 수사체계에 스며들어 많은 토착 요소들이 퇴출된다. 극단의 경우에는 수사체계가 완전히 교체된다. 세계의 소수 언어들에서 이 같은 변형과 교체 과정의 여러 단계를 볼 수 있다. 한 예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와 달리 이름을 바꾸지 않은) 레닌그라드 주 남부에서 쓰이는 소수 언어인 티흐빈-카렐리아어를 들 수 있다. 카렐리아 사람들은 토착 카렐리아어 수사들을 아직 이해하기는 하지만 일상의 대화에서는 러시아어 수사들을 사용한다(랴고예프, 1977, 201ff).
반면 브라후이어에서는 토착 수사 계열이 거의 퇴출되었다. 약 220만 명에 달하는 브라후이어 사용자들은 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접경 지역과 파키스탄 서부에 산다. 브라후이어는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며 인도의 수많은 언어들, 예컨대 타밀어, 말라얄람어, 텔루구어 등과 친족 관계인데 여러 세기 전부터 인도유럽어의 영향을 받아왔다. 특별히 강한 영향을 미친 언어는 이란어와 현대 인도어들이다. 브라후이어의 수사 계열은 이란어나 인도어에서 유래한 수사들에 의해 거의 완전히 재구성되었다.--- pp.74-75 「3장 수를 가리키는 단어」

동아시아 언어들은 유럽 언어들과 구조적으로 무척 다르다. 그러나 수사체계와 수 세기 원리만 보면 대체로 유사하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것은 10진법이고, 순수한 20진법(예컨대 홋카이도의 아이누어)이나 10진-20진 혼합체계(파키스탄 북부의 부루샤스키어 등)를 사용하는 언어는 몇 개에 불과하다(하스펠매스 등, 2005, 532).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은 수와 관련해서 독특하고 유일한 곳인데, 중국의 문화와 수 표기법이 다른 언어들의 수사체계에 미친 효과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pp.77-78 「4장 중국 문화권」

이런 복잡한 숫자체계는 중국의 수학과 천문학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마르츨로프, 2006a). 유럽과 달리 중국에서는 별에 대한 연구와 우주론(우주의 구조에 대한 연구)이 항상 분리되어 있었다. 중국인에게 수학은 세계를 수로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중국인은 유럽인처럼 우주의 질서를 수학으로 표현되는 자연법칙들의 효과로 환원하려 애쓰지 않았다. “중국인이 보기에 수학은 신적인 완전성을 지닌 자연의 진실을 표현하지 않았다. 수학은 단지 잠정적이고 근사적인 도구일 뿐이었다. 중국인이 천문학적 예측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날씨 예측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즉 그들은 천문학적 예측을 원리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들은 자연이 불가사의하게 복잡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천문학적 계산 체계를 끊임없이 수정했다.”--- p.82 「4장 중국 문화권」

고대 아메리카의 다른 문명 요소들 역시 독특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마야, 사포텍, 아스텍, 미스텍 문화들은 독창적이며 고 도로 세분화된 계산 방식을 개발했다. 마야 천문학자들은 종교적인 우주론을 위해 구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극도로 정밀한 시간 측정법을 개발했다. 예로부터 중앙아메리카는 이질적인 문화들이 만나는 지역이었다. 따라서 그곳 사람들은 공동체 건설을 위해 특별히 큰 창조력을 발휘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체계와 수 세기 원리들을 살펴보면 중앙아메리카는 유난히 다양성이 풍부한데, 이는 아메리카의 다른 지역들과 구별된다.
중앙아메리카 언어들의 구조에서 다양한 수 세기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수사가 몇 개밖에 없는 제한된 수사체계들(예컨대 라마어)이 있고, 10진법(브리브리어, 나와틀어), 10진-20진 혼합체계(미스텍어, 자칼텍어), 20진법(조크어, 유카텍어)도 있다. 요컨대 아메리카 전체에 분포하는 수 세기 방식들 전부를 중앙아메리카에서 볼 수 있다. 역사적인 언어들 중에서는 5진-20진 혼합체계를 사용하는 고전 아스텍어인 나와틀어를 주목할 만하다.--- pp.92-93 「5장 고대 아메리카의 뛰어난 문화들」

매듭지은 끈을 수 세기와 계산을 돕는 기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데스 지역 고대 아메리카인의 독창적인 기법이 아니다. 기원전 1000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중국의 자료들은 중국에서 문자의 도입 이전에 매듭 기법이 쓰였음을 말해준다. 서아시아에서는 로마 지배기, 즉 기원후 1~2세기에 세무공무원들(라틴어로 푸블리카니publicani)이 세금 목록을 작성하고 영수증을 발급하는 데 매듭지은 끈을 사용했다. 근대에 매듭으로 수를 표시한 사례로는 캐롤라인제도와 오세아니아 하와이 그리고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예부Yebu족의 사례가 있다. 그러나 매듭 기법이 콜럼버스 이전 잉카문명에서처럼 수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매우 복잡한 표시체계로 발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p.109 「5장 고대 아메리카의 뛰어난 문화들」

고대 문명에 대한 전통적 서술은 메소포타미아의 문화적 발전, 더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3000년을 앞두고 고대 수메르 도시국가들이 형성되던 시기를 출발점으로 삼는다(쿠어트, 1995, 19ff). 이런 유형의 서술은 “동방에서 밝아온 빛”이라는 구호를 지침으로 삼는다. 문명의 요람은 메소포타미아요, 고도문화의 빛은 동방에서 밝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가르는 본질적인 기준으로 간주되는 것은 문자 사용과 역사 기록이다. 이 전통은 우루크 유적 제4층에서 발굴된 점토판들의 제작 시기인 기원전 3150년경에 시작되었다.
이처럼 이른 시기에 문자가 등장한 것은 서아시아 지역의 문화 사에서는 특별한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 지역에서만 그러하다. 오늘날 우리는 문자에 대한 더 오래된 실험들 그리고 그 밖의 문명화된 기술들을 알고 있다. 이집트인은 메소포타미아인보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창조했다. 그러므로 “남방에서 밝아온 빛”이라는 새로운 구호가 필요하다고 할 만하다.--- pp.117-118 「6장 고대 구세계 문화의 흔적들」

바빌로니아 지식인들은 발전하는 수학과 천문학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수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들을 개발했다. 그들은 가장 널리 확산된 수메르의 숫자체계인 60진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들은 59까지는 덧셈 원리에 따라 표기했지만 60을 가리키는 숫자는 유일하게 새로 도입했다. 그 숫자는 수직으로 놓인 쐐기로 모양이 못과 유사하다(이프라, 1987, 413). 이 숫자 덕분에 60을 표기하는 방법은 과거에 비해 대폭 간단해진다. 과거에는 10을 나타내는 각도 기호 여섯 개를 표시해야 했다. 60보다 큰 수는 자릿값 원리에 따라 표기된다. 자릿값 체계의 장점은 상당히 큰 수를 표기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릿값이 있는 60진법은 대단히 효율적이었고 더 나중에 등장한 모든 고대 숫자체계보다 우월했다. 그래서 그 체계는 그리스-헬레니즘 문화의 수학자들에게 채택되었다. 그리스와 알렉산드로스제국에서는 특히 천문학 분야에서 복잡한 계산을 많이 해야 했다.”--- pp.133-134 「6장 고대 구세계 문화의 흔적들」

문자와 수 신비주의는 세계의 많은 문화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신비주의가 유대 문화에서만큼 1,000년 넘는 세월에 걸쳐 다면적이고 완벽하게 발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유대 문화의 문자와 수 신비주의는 히브리어 철자들의 상징성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히브리어는 기원전 9세기에 고유의 선형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고대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불리는 그 문자는 페니키아 문자에서 직접 유래했다. 기원전 6세기에 히브리어 문화는 아람어의 영향을 갈수록 더 많이 받았다. 결국 기원전 5세기 중반에 아람어 문자의 변양태가 고대 히브리어 문자를 밀어냈다. 아람어 문자가 유대인의 필기 습관에 맞게 변화한 결과 독특한 히브리어 사각문자square script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각문자라는 명칭은 문자의 모양이 주로 사각형이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pp.141-142 「7장 유대인의 수 표기와 수 신비주의」

카발라 신비주의자에게 수 신비주의를 통한 진리의 발견은 특별한 가치를 가지며, 수비학을 통한 실재의 신비화는 히브리어 철자의 양가성을 확고한 토대로 삼는다. 이 토대 위에서 카발라 신비주의자들은 세계의 질서를 신성한 수들과 수 암호들이 벌이는 힘의 놀이로 이해하려 애썼다. 이 힘의 놀이에서 특정한 수들은 높은 지위를 부여받는다. 특히 10이 그러하다. 10은 카발라의 상징체계에서 신비적인 기초 단위의 구실을 한다. 10은 이미 《성서》에서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신은 세계를 열 마디 말로 창조했다. 〈창세기〉 1장에 “신이… 말하기를”이라는 구절이 열 번 등장한다. 또한 10은 계명의 개수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10은 많은 것들과 관련이 있다. 카발라에 따르면 세계의 질서는 우주를 세피로트(sefirot[h], ‘숫자’를 뜻하는 히브리어 ‘세피라sefira’의 복수형이며 의미는 ‘빛의 원’이다) 열 개로 나누는 것에 기초한다.--- pp.150-151 「7장 유대인의 수 표기와 수 신비주의」

고대 유럽에 관한 정형화된 생각 하나가 문화사 분야에서 여러 세기 전부터 차츰 형성되었다. 여기에서는 두 문명, 즉 그리스문명과 더 나중의 로마문명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공생관계로 얽힌 이 두 세계의 문화와 정신적 흐름을 이해하려면, 전통적인 관점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범위를 벗어난 것도 분석해야 한다. 꼼꼼하게 살펴보는 현대의 관찰자는 이 두 고대 문명의 건축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대립과 모순을 발견한다. 더 선명한 윤곽은 여전히 정통 고대연구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에트루리아문명을 함께 바라봐야 비로소 드러난다.--- pp.157-158 「8장 고대 유럽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전통」

그리스가 로마에 끼친 문화적 영향은 초기에는 직접 전달되지 않고 에트루리아인을 통해 전달되었다. 로마인은 그리스인과 직접 접촉하기 전에도 그리스 상품을 높게 평가했다. 이탈리아 남부의 마그나그라이키아까지 영향을 미친 에트루리아인은 육지를 통과하거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는 교역로들을 오랫동안 통제했다. 다양한 상품과 사상이 그리스인이 지배하는 남부에서 ‘에트루리아 교량들’을 건너 교역 상대의 거점인 북쪽의 에트루리아로 전달되었다. 문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수 표기법은 전달되지 않았다. 에트루리아인은 교류 상대인 로마인에게 직접 문자와 수 표기법을 전해주었다. 그 문자는 에트루리아인이 그리스 서부 양식의 알파벳을 변형한 것이었으며, 수 표기법은 그리스와 무관한 숫자체계로 에트루리아인이 에게 해 문명으로부터 물려받아 이탈리아로 가져온 것이었다.--- pp.166-167 「8장 고대 유럽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전통」

중세에 이슬람 세계와 접촉한, 흔히 맞서 싸운 유럽인들은 당대 아라비아 사회의 높은 문명 수준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시절 다양한 상품과 함께 수많은 발명품이 아라비아에서 유럽으로 들어왔다. 유럽인은 아라비아에서 온 모든 것이 진정한 아라비아 산産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아랍인이 가르쳐준 숫자체계와 수학지식도 아랍인의 성취라고 여겼다.
그러나 유럽인이 아라비아 세계에서 받아들인 것들 중 다수는 실제로 더 이른 시기에 외부에서 아랍 문화권으로 유입된 것들이었다. 예컨대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침반과 종이는 머나먼 중국에서 아라비아로 들어왔다.--- pp.175-176쪽 「9장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유럽 진입」

바그다드에서 활동한 인도 수학자들이 아랍인에게 전해준 지식들 중에는 원래 인도에서 기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인도와 아라비아가 접촉하기 수백 년 전에 인도인은 아람인의 문자 문화에서 유래한 수 표기법을 배웠다. 아람어의 전성기는 대략 기원전 200~700년 사이였다. 당시에 아람어는 서아시아의 왕국들에서 공식 언어, 행정 언어, 외교 언어였으며 공통어이자 교양어이기도 했다. 페르시아제국에서 아람어는 공식어이자 교양어로서 특별한 지위를 누렸다.--- pp.182-183 「9장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유럽 진입」

역사적으로 ‘단위’를 뜻하는 1과 ‘무’를 뜻하는 0의 대립은 컴퓨터 기술의 2진 코드에서 ‘자극’과 ‘자극 없음’의 대립, ‘예’와 ‘아니오’의 대립으로 변환된다. 과거 천공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 이 대립은 눈에 빤히 보이는 ‘구멍’과 ‘구멍 없음’의 대립이기도 했다. 2진법에서는 0과 1을 조합해 다른 모든 수를 나타낸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수도 어렵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 디지털 시스템(0~9까지의 숫자를 뜻하는 영어 ‘digit’는 라틴어 ‘digitus[손가락]에서 유래했다)은 2진법의 산술 원리를 따른다. 2진법으로 나타낸 수들은 친숙한 수들과 영 다른 모습이다.

--- pp.197-198 「10장 현대 숫자체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2진법」

출판사 리뷰

수 세기와 계산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하면서
이제껏 무시되다시피 한 수 시스템의 ‘색다른’ 측면들을 이야기하는 책!


우리나라 숫자체계를 유심히 관찰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의 영향으로, 다시 말해 중국과 서양의 영향으로 혼합된 숫자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양은 천 단위를 기본으로 삼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은 중국의 영향으로 만 단위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6·25 이후 미국의 영향으로 천 단위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의 숫자체계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아라비아숫자로 표기할 때는 천 단위마다 쉼표를 찍지만 한글로 표기할 때는 만 단위를 기준으로 숫자를 센다. 한때는 세 자릿수로 숫자를 끊느냐, 네 자릿수로 숫자를 끊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숫자체계와 숫자에 담긴 상징성은 시대마다 그리고 강력한 문화가 영향을 미칠 때마다 변화하곤 한다. 이러한 사례는 더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10진법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처음 숫자를 배우기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10진법에 기초한 숫자체계를 가르친다. 그런데 모든 인류가 처음부터 10진법에 기초한 숫자체계를 사용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5진법이나 12진법, 60진법을 사용했던 흔적이 전 세계 언어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역시 10진법을 사용했던 강력한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각 문화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고유의 숫자에 독특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문화에서는 4가 불행을 가져오는 수지만 어떤 문화에서는 13이 불행을 가져오는 수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숫자는 언제부터 상징적인 혹인 밀교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처럼 각 문화가 지닌 수의 역사와 계산법들 그리고 행운의 수, 불행의 수, 마법의 수, 혹은 신화적인 의미를 지닌 성스러운 수와 같은 수가 지닌 상징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수 개념을 사용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세계적인 언어학자 하랄트 하르만은 인간이 언제부터 수 개념을 사용했는지 추적한다. 그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수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고 말한다. 수를 기록할 만한 문자가 없었을 때조차도 인간은 동물의 뼈에 눈금을 새기는 행위를 통해 나름의 수 개념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 개념이 체계적으로 쓰였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를 초기 인류인 호모에렉투스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수를 다루려면 ‘추상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추상적 사고와 상징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문화 창조보다 더 먼저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간은 상징능력을 발휘해 오래전부터 수 개념을 표현해왔다. 즉 문자가 사용되기 훨씬 전인 구석기시대부터 뼈에 눈금을 새기는 행위 같은 것으로 수 개념을 내타낸 것이다. 그리고 그후 기법이 발달한 고대사회들에서 문자가 널리 쓰이게 되면서 수 표기법과 숫자체계는 갈수록 더 체계화되었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에서 쓰인 정교한 수 표기법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저자는 고대 세계의 문화 발전과는 전혀 무관하게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이전의 아메리카에서 나타난 수 표기법들을 주목한다. 마야, 사포텍, 아스텍, 미스텍 문화들이 대표적인데, 이들 문화들은 독창적이며 고도로 세분화된 계산 방식을 발전시켜나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안데스 지역의 ‘키푸’라는 매듭기법이다. 1532년 스페인 사람들이 페루에 도착한 직후 특이한 끈 다발과 그것의 기능에 경탄했을 만큼 키푸 기법은 수천 가지 수 개념을 색깔과 매듭의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 세기와 수의 상징성
수를 세는 방법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했다. 문화적 요인과 기술의 혁신이 변화를 유발했고, 특정 방법이 확산되느냐 혹은 퇴출되느냐는 보통 변덕스러운 역사의 부침에 의해 결정되었다. 오늘날 유럽의 일상적인 표기법도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유럽인은 문자로 라틴어 알파벳을 쓰지만, 수는 아랍 전통에 따라 표기한다. 그리고 그 전통은 인도 수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랍-인도식 수 표기법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무엇보다도 숫자 0의 도입과 관련이 깊다. 0이 수 세기와 계산을 새로운 토대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수 세기와 수의 상징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수를 세는 방법과 계산하는 방법의 다양성과 발전 과정들을 명확히 보여준다. 독자들은 수 세기와 수의 상징성에 관한 숫자의 역사를 오래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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