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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르게
따라오지 마 네 맘대로 해 혼자가 어때서! 봐도 된다니까 정말 봐도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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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13-03-31
말썽꾸러기 여우와 소심쟁이 토끼는 닮은 곳이 하나도 없지만
모두 외롭습니다. 두 아이가 만나 서로를 보게 되는 과정은 떄론 재미있고, 때론 눈물겹습니다. 여우의 표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책을 읽는 여러분이 알아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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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법을 몰라요. 여우처럼요.
어른들은 나무라기만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마음도 넓고 편견도 적어서 그런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되고, 서로 지켜봐 주고 그러면서 서로 길들어 가죠. 여우와 토끼처럼요. 이런 길들임은 살면서 꼭 필요해요. 사랑받은 기억은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하니까요. 심술로밖에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여우가 토끼가 보이지 않자 안절부절 못하며 찾아다니게 되고, 토끼가 품고 있던 알을 같이 “봐도 돼?” 라고 묻잖아요. 외로워서, 사랑이 모자라서, 부리는 심술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어른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면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하거나요. 이 책을 옮긴 저부터 반성해 봅니다.---역자의 말 “너 왜 따라오는 거야?” “으응, 그러니까, 여우 네가 멋있어서…….” 토끼는 공주 같은 맑은 눈으로 빙긋 웃었어요. 여우는 당황하여 토끼 눈을 피하며 말했어요. “쳇, 네 맘대로 해…….” 그 뒤로 토끼는 매일매일 여우한테 찾아와서 “봐도 돼?”라고 물었어요. 여우도 어느새 토끼를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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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여우와 부끄럼쟁이 토끼의 서로의 마음을 두드리는 용기 있는 질문
“네 마음을 봐도 돼?” ▣ 작품의 특징 ■ 예의 바르면 좋은 어린이인가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예의 바른 어린이’가 되어 주길 바란다. 반찬 투정을 하지 않고 골고루 맛있게 먹는 어린이, 상냥하게 웃으며 배꼽 인사를 하는 어린이, 공손한 말투로 크게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어린이. 하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어린이가 될 수는 없다. 성격도, 능력도, 생각도, 기쁨도, 슬픔도, 꿈도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숲 속 마을은 아이들에게 ‘예의 바른 어린이’가 되기를 강요한다. 헤엄을 칠 때도 물을 튀기면 안 되고, 뛰어들면 안 되고, 우아하게, 아름답게, 조용하게 헤엄쳐야 예의 바른 어린이이다. 토끼가 왜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지, 여우는 왜 물에 풍덩 뛰어드는지, 아이들의 속마음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오리의 가르침대로 동작 하나 틀리지 않고 헤엄을 치는 너구리는 좋은 어린이이고, 소심한 토끼와 장난꾸러기 여우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썽꾸러기들이다. 하지만 아롱이다롱이 다른 아이들에게 모두 우아한 백조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게 아닐까. “먼저 목을 쭉 빼고 발을 물에 담그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연못으로 들어가. 절대로 물을 튀기지 않도록. 뛰어드는 건 어림도 없어. 물론 쓸데없이 떠들어서도 안 돼. 조용히, 아름답게, 차분하게, 우아하게, 예의 바르게.” 숲 속 친구들은 아침부터 내내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법,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는 법, 예의 바르게 식사하는 법 등을 배우는 중이었어요. - 본문 9쪽 ■ 외로워서 장난을 치는 거라고요! 장난꾸러기나 개구쟁이들은 행동이 짓궂기 때문에, 친구들을 함부로 대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못된 아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수업도 자기 마음대로이고, 말도 거침없이 하고, 시시때때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여우는 숲 속 마을에서 가장 예의 없는 아이다. 여우의 또 다른 이름은 ‘장난꾸러기 여우 녀석’이다. 모두들 여우가 나타나면 으레 “또 네 녀석이구나.”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우가 왜 예의가 없고, 왜 자랑하고 뽐내는 아이들을 못 견뎌 하고, 왜 자존심을 건드리면 참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는 여우는 사랑과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친구들이 다니는 길에 함정을 파고, 흙장난을 치고, 친구에게 약을 올리는 것으로 “나 외롭고 심심해. 나를 좀 봐 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친구들에게 내보이는 짓궂은 심술은 약해 보이고 싶지 않은 여우의 자기방어이다. 수영을 잘한다고 으스대는 거만한 집오리 앞에서, 자기 집 햇볕은 자기 거라고 내쫓는 욕심 많은 돼지 앞에서,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두더지 앞에서, 친구들을 헐뜯기 좋아하는 들고양이 앞에서 기죽지 않고 더 강하고 당당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여우는 이유 있는 말썽쟁이다. 세상 모든 말썽쟁이들은 이유 있는 말썽쟁이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못 놀아. 내 멋진 셔츠가 더러워지면 안 되거든. 엄마가 생일 선물로 만들어 준 거야.” 족제비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었어요. 족제비의 새하얀 셔츠에 새까만 별 모양이 찍혔어요. 여우가 들고 있던 진흙 떡을 느닷없이 던진 거예요. “흥, 엄마가 만들어 줬다고? 생일 선물이라고? 쌤통이다!” 여우한테는 엄마도, 생일 선물도 없었어요. - 본문 46쪽 ■ 봐도 돼? 봐도 돼! 그런 여우에게 자꾸만 졸졸 따라다니는 토끼가 나타났다. “뭘 봐! 왜 귀찮게 따라다녀!”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여우에게 토끼는 항상 “봐도 돼?”라고 물을 뿐이다. 토끼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이다. 말로 자기를 표현하기보다 크고 맑은 두 눈으로 이야기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토끼의 눈에는 여우의 장난이 멋있어 보이고 당당해 보인다. 그리고 여우의 장난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가 봐 주길 바라는 두드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아이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보기” 시작하고, “보여 주기” 시작한다. 여우는 당당하고 솔직한 행동으로 토끼가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 주고, 토끼는 맑고 큰 눈으로 여우의 다친 마음을 보듬으며, 친구가 되어 간다. 그렇게 숲 속 마을 말썽쟁이와 부끄럼쟁이는 “내 마음을 봐 주세요!” 하고 수줍게 외치기 시작한다. 마음만은 예의 바르게! |